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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LG는 그를 CEO로 선택했는가?

이웅범 저자

『LG가 사장을 만드는 법』은 사원으로 입사하여 LG이노텍과 LG화학 사장을 지낸 이웅범이 LG라는 기업의 인재 채용과 사업가 육성 시스템, 그리고 효율적인 경영 노하우와 성공으로 가는 경력 관리 비결에 대해 밝힌 책이다. 저자는 애플에 카메라 모듈 공급으로 7조 원 상당을 수주한 LG이노텍과,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LG화학이 사업 역량을 끌어올리던 시기에 사장을 맡아 오늘날 성과의 기틀을 다진 바 있다. 야간 고등학교 출신으로 비주류 부서에서 시작한 직장생활 끝에 사장의 자리를 차지한 이웅범. LG 사업가 육성 시스템의 대표 주자인 그에게 성공적인 직장생활의 비결을 들어보자.

LG에서 무려 35년을 일하며 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올라간 경력을 갖고 계십니다. 처음부터 기업의 사장이 되기를 꿈꾸셨는지요?


아니오. 사실 처음 꿈은 기업 사원조차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 꿈은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였어요. 그래서 스포츠 중계 흉내도 한참 하고 다녔는데, 그 꿈은 일찍 접었습니다. 꿈보다 제가 처한 현실의 중력이 너무 강했어요. 회사에 입사하고서도 처음부터 사장을 목표로 잡은 건 아닙니다. 지금 내가 사원인데 바로 사장을 꿈꾸기란 너무 먼 미래죠. 사원 때는 대리가 목표였고, 대리 때는 과장이 목표였고, 과장 때는 부장이 목표였습니다. 그때그때 기업이 요구하는 미션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사장이 됐어요. 현실에 충실한 꿈을 꾸면서, 성과를 내고 인정받는 것을 즐겼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요즘 젊은 세대는 한 기업에서 35년을 일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직이 잦은 요즘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한 회사에서 평생을 일하고 퇴임하는 패턴은 이제 구세대의 유물이 됐죠.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심을 회사가 아니라 자신에게 두어 볼까요? 이직이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커리어 향상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것이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는 것으로, 지금은 여러 곳을 이직하는 것으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뿐이에요. 성공에 대한 갈망은 이전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지금이 더 크다고 봅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 역시 '한 회사에서 35년을 버텨라'가 아니라 '직장인으로 35년을 버텨낸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성공하는 직장인은 무엇이 다른가를 살펴보자는 거죠. 


과거에는 회사가 상수고 자신이 변수였다면, 이제는 내가 상수고 회사가 변수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어떤 상수로 둘 것인가, 다시 말해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가다듬어 둘 것이며 나의 역량을 얼마나 키워 둘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저의 책이 그런 점에서 살펴볼 만한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어떤 벽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인가 고민하다 보면, 나에게 이 직업이 맞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 역시 한계에 부딪힌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능력의 한계를 느껴보지 못했다면 오히려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벽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것은 능력 안에 안주하면서 편하게 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 한계를 느끼는 것은 오히려 성공을 위한 좋은 징조일 수 있습니다. 


한계를 극복하려면 평소 자기의 강점과 약점을 돌아보고, 강점은 계발해 나가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쌓이면 저력이 됩니다.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저력을 발휘해 극복하는 과정이 곧 자기 실력을 증명하는 기회입니다.


팀원이 생기고 부서를 책임지는 위치가 되면 일의 목적과 퍼포먼스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리더가 되면 어떤 점이 달라지게 될까요?


사원 때는 적극적으로 일을 배우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후임이 들어오고 대리나 과장이 되면 모범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해야겠지요. 차장이나 부장이 되면 조직의 의사결정자로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죠. 잘못된 일은 자신의 몫으로, 성과의 공은 구성원들에게 돌려야 합니다. 


리더가 되면 지시를 받던 위치에서 구성원을 지시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때 리더는 구성원의 '능력'과 '역량'을 구분지어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능력은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직무 경력, 경험, 지식, 기술 등입니다. 역량은 능력을 행동으로 옮기고 지속적으로 실행하여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힘이고요. 내가 데리고 있는 구성원이 자기 역량을 잘 발휘하게 만드는 것도 리더가 해내야 할 몫입니다.


직장인을 '멍청함-똑똑함, 게으름-부지런함' 두 가지 축에서 [멍부, 멍게, 똑부, 똑게] 네 가지 부류로 분류하고 자신이나 직장 동료들이 어디에 속하는지 체크해보는 놀이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누구인지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멍' 쪽이랑은 일하고 싶지 않군요. 아무래도 '똑' 쪽이라야 함께 일할 맛이 나지 않을까 합니다. 저 역시 오랜 시간 일을 해오며 나름의 기준이 생겼습니다. '실행'과 '조직'이라는 두 가지 기준입니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 조직보다 자신을 더 챙기는 사람, 남을 음해하여 조직의 응집력을 저해하는 사람과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그 반대가 되겠구요. 


리더의 입장에서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꼽는 유형이 있습니다. 바로 리더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팔로어입니다. 좋은 팔로어란 리더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리더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자면 팔로어는 자신을 하급자로만 생각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여길 필요가 있어요. 그럴 때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하게 됩니다. 이런 팔로어는 장차 좋은 리더로 성장합니다. 리더와 팔로어가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질 때 행동력 있는 더 단단한 조직이 됩니다.


아마 이 책의 독자분들이 가장 관심 있는 질문일 텐데요. LG에 취직이나 이직을 하고 싶은 사람, 또는 LG에서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줄 유용한 팁이 있을까요?


LG에 지원하는 분들은 다들 대단한 분들입니다. 그런데 결국 기업은 자신이 목표로 삼은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을 더 필요로 하게 됩니다. LG의 경영 이념은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이고, 행동 방식은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하는 '정도경영'입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LG가 원하는 인재는 꿈과 열정을 가지고 시장을 선도하는 일등LG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려는 사람, 팀워크를 이루며 자율적이면서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 꾸준히 실력을 배양하여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실은 이 요구사항 하나하나가 책에 적어 둔 LG의 리더십 평가 영역과 맥을 같이 합니다. LG맨이 되기 위한 자질이 곧 LG의 리더가 되기 위한 자질인 것이죠. 재능과 야망, 강한 도전정신을 가진 이들에게 LG는 사업가 리더의 자리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입이든 경력이든 누구나 LG의 문을 두드리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사람마다 일할 각오를 다지는 계기나 목적이 다르겠습니다만, 저에게는 그것이 '수처작주'라는 좌우명이었습니다. 본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로,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마다 모두 참되다.'라는 뜻입니다. 저는 야간 고등학교 출신에 입사한 곳은 비주류 부서여서 이끌어줄 만한 인맥이 없었어요. 요컨대 아웃사이더였죠. 그렇지만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팔로어로서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관점, 한계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채근하는 태도의 바탕에는 모두 이 수처작주, 다시 말해 주인의식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좌우명이나 특별한 각오를 통해 일에 임하는 자신의 태도를 지속적으로 일깨우고 다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길의 끝에 성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웅범


1983년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캐나다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반도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2014년 LG이노텍 사장, 2016년 LG화학 사장을 역임했다. 2018년 연암공과대학교 11대 총장으로 취임한 뒤 2020년 퇴임했다. 이후 UB'S CONSULTING을 설립하고 현재 미국 갤럽인증 강점 코치로서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코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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