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장사하기 좋은 날은 없다
『트럭 모는 CEO』 배성기 저자 인터뷰
중고 트럭 한 대로 인생역전을 실현한 트럭 장사꾼이 있다. 그 누구도 기회라고 말하지 않았던 트럭 장사를 도구 삼아 1년 만에 1억 5,000의 빚을 갚고 6년 후에는 100억 원이라는 연 매출을 올린 배성기 감독. 그의 이름 뒤에 ‘감독’이라는 호칭이 붙는 것은 트럭 장사꾼을 양성하는 ‘트럭장사 사관학교’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과일촌이라는 이름의 이곳 사관학교에는 한때의 그처럼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이들, 혹은 새로운 꿈을 위한 디딤돌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찾아온다.
현재 저자는 세 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트럭 장사꾼들과 각지의 자영업자들에게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다. 불과 6년 전,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며 삶을 포기하려 했던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을 광경이다. 하지만 100억이라는 매출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성과를 이뤄낸 방식이다. 그는 유통회사를 만들어 절박한 사람들에게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싶다는 꿈을 그렸고 트럭장사 사관학교를 만들었다. 그는 사관학교의 감독으로서 팀원들에게 트럭 장사의 방법을 가르치고 현장에 동행하여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는다.
『트럭 모는 CEO』 에는 트럭장사 사관학교를 찾은 이들의 각양각색 사연이 소개된다. 철도에서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 배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던 이부터, 유명 대학 건축학과를 자퇴하고 찾아온 학생, 한때 어두운 세계에서 ‘형님’으로 통하던 전라도 사나이,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홈쇼핑 쇼호스트 등, 팀원들이 저마다의 시련을 딛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국가대표 트럭 장사꾼』 에 이어 두 번째 책을 낸 것을 축하드립니다. 첫 책과 두 번째 책 사이에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책이 출간된 이후에 많은 방송과 언론에 제 이야기가 소개됐고 여러 대학과 기업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에게 강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때로는 농업인들과 판매 현장의 노하우를 나누기도 했고, 재기를 꿈꾸는 중소기업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제가 처음 목표했던 방향대로 한걸음씩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속도보다는 올바른 방향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트럭장사 사관학교를 운영을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이분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게끔 나의 장사 노하우 등을 공유하자는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다시 일어서려 해도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들이 한 단계 더 높은 꿈과 목표를 향해 올라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국가대표 과일촌이라는 회사 안에서 함께 상생하며 성장하고, 자신의 과일가게를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트럭 장사로 1년 만에 1억 5,000만 원의 빚을 갚고, 현재는 매출 100억 원의 회사를 운영 중이신데요. 짧은 기간에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여러 장사꾼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시스템도 계속 보완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우리 매출의 상당 부분은 농수산물을 도매로 공급하는 데서 발생합니다. 그러니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이 장사가 잘될 수 있게 만들어야 회사의 매출도 오를 수 있습니다. 단지 물건을 공급하는 회사, 거래처에 그쳤다면 그런 관계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개개인이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서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도록 지원한 것이 더불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일례로 ‘1미리 독서모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트럭 장사 하는 분들이 책 읽을 틈도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에 책장을 1밀리리터만큼이라도 넘긴다면 1밀리리터씩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만든 모임입니다. 트럭 장사를 단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았을 때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었고 그것이 곧 회사의 성장과 직결되었다고 봅니다.
처음 트럭에 올랐을 때는 굉장히 절망적이고 필사적인 상황이었는데, 당시에는 어떤 미래를 생각하셨나요?
솔직히 몇 년 후의 비전을 그리거나, 뭘 하고 싶다는 계획을 세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거창한 꿈을 꾼다는 것이 힘들 때였습니다. 단지 급한 빚만 해결해도 숨 좀 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무리한 대출과 사채로 한 달에 1,0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갚아야 했는데, 그 상황만 벗어나도 살겠다 하는 심정이었어요. 빚이 너무 많고 사채까지 있다 보니 매일매일 벌어도 얼마를 갚았는지, 얼마가 남았는지조차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닥치는 대로 갚아나갔습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지났더니 그 많던 빚을 정말 다 갚게 되더군요.
빚을 갚은 후 또 다음 1년을 계획했습니다. 너무 먼 미래를 보면 금방 지쳐버리고 그 미래가 오지 않을 것 같아 1년 단위로 목표를 설계했습니다.
장사라는 일의 가장 큰 매력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이 질문이 가장 답하기 힘든 질문인 듯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장사가 인생을 망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씨앗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느낀 장사의 가장 큰 매력은 이렇습니다. 누구나 장사로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누구나’ 중에서 기회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분명 있다는 겁니다.
지금은 장사하시는 분들이 참 힘든 시기라고 합니다. 위기라고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를 접했는데, 참 신기한 게 그때도 ‘경기가 안 좋아’, ‘작년만 못해’ 이런 말들을 늘상 들었다는 겁니다. IMF 때는 더 심했고, 나라에 악재가 생길 때면 어김없이 ‘자영업하기 힘들다’, ‘장사하기 힘들 때’라는 말들이 쏟아집니다.
악재라는 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는 않더군요. 누군가는 힘든 때라 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죠. 동일한 환경인데도 말이에요. 저는 장사가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저히 준비하고,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늘 공부하고 계획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정글보다 무서운 세계라고 봅니다. 가만히 있으면 결국 잡아먹히고 말죠. 운동선수들이 훈련하며 자신을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듯, 장사꾼들도 끝없이 시도하고 성장하는 데서 기쁨을 느껴야 합니다.
대기업이나 대학, 공공기관 등에 강의를 다니시는데 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시나요?
저는 강의 중에 ‘기회’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흔히들 ‘기회가 찾아온다’는 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겪어본 기회란 만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누워 있다고 감이 떨어지지 않듯이, 기회를 찾아다니지 말고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기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제가 과일장수다 보니 과일을 주로 비유로 삼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과일이 피해를 많이 입었습니다. 여름에 비가 내리지 않아 낙과를 하거나 제대로 크지 못한 과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무더위를 잘 견딘 과일들은 다른 해보다도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게 됩니다.
수박만 해도 요즘 맛 좋은 것은 3만 원 이상 나가고, 복숭아도 크고 당도가 높은 것들은 다른 해보다 만 원 이상 더 줘야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풍년일 때는 흔하디 흔한 게 과일이다 보니 제 가격을 받기 힘듭니다. 그런 것이 바로 ‘기회의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을 해낼 때 기회의 가치도 높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일의 특성상 가족들과 제대로 여행 한번 가지 못하신다고 하셨는데, 시간이 주어진다면 가족들과 어디를 가고 싶으신가요? 혹은 무얼 해보고 싶으신가요?
조용한 곳에서 보내고 싶습니다. 둘째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책도 읽어주고 함께 산책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수다쟁이 아이들의 이야기만 들어주고 싶기도 하고요. 아내와 손잡고 걷기도 하고, 나무에 둘러싸인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기도 하네요. 말 그대로 ‘쉼’만 갖고 싶습니다.
내 가게를 차리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자영업이 무덤이라는 말들을 하는데 오히려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권리금도 없이 가게를 차릴 수도 있고, 상가들이 비어 있다 보니 임대료도 조정하기가 수월하다고 합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입니다. 내 가게를 차린다는 것은 프로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사는 프로만이 살아남는 아주 잔인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저 ‘나도 장사나 한번 해볼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혹은 ‘아내가 음식 솜씨가 좋아서’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자영업에 뛰어든다면 백전백패를 하게 됩니다. 충분히 경험해보고 공부하고 프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과일가게만 해도 물건을 경쟁력 있게 구입하는 것부터 시작해 판매, 재고 관리, 인력 관리, 재고 처리, 홍보 전략, 자금 관리 등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볼 수 없습니다. 충분히 배우고 준비하고 시작해야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 없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남들이 ‘경기가 좋지 못해’라는 말할 때,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내 인생에서 ‘오늘’처럼 장사하기 좋은 날도 없으니까요.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배성기 저 | 오씨이오(oceo)
한때 어두운 세계에서 ‘형님’으로 통하던 전라도 사나이,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홈쇼핑 쇼호스트 등, 팀원들이 저마다의 시련을 딛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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