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자동차 상식, 진실일까 거짓일까?
『대한민국 자동차 명장 박병일의 자동차 백과』 연재
오랫동안 운전자들을 헷갈리게 했던 5가지 문제
주변에는 자동차 마니아라는 사람들도 넘치고, 자동차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떠도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 중엔 진짜 상식도 있지만,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근거를 알 수 없거나 심지어 잘못된 이야기까지 있다. 이번 기회에 오랫동안 우리 옆에서 상식이라 불리던 것들을 확실하게 파헤쳐보자.
신호 대기 시, 기어를 N에 놓으면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운전 경력이 길고 자칭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자부하는 분들 중에 정차 시 기어를 P나 N 렌지로 빼는 경우가 많다. 연비를 개선하고 변속기 고장을 줄이기 위해서라는데 결론적으로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예전 자동변속기가 기계식이었을 때는 일리가 있었으나, 요즘 자동변속기는 모두 전자식이므로 해당사항이 없다.
신호를 기다리면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기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자동변속기를 고장 없이 오래 타고 싶다면 D 렌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자동변속기의 기어 렌지를 바꿀 때 유압은 8.8~15바에 달하고, 이 압력에 의해 자동변속기 오일이 쉽게 손상되어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어를 넣었다 뺐다 했던 차들은 10만~15만 km를 기점으로 자주 고장이 발생하므로 백해무익한 상식인 셈이다.
내리막길에서는 기어를 저단에 놓고, 브레이크는 나눠 밟아라?
가히 자동차 상식의 조상이라 할 만한 얘기다. 1970년대부터 여름 휴가철만 되면 자동차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 반복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상식은 왜 만들어졌는지 추론해보자. 그 당시 자동차들은 앞뒤 바퀴에 모두 드럼식 브레이크를 사용했고, 브레이크 오일은 비등점이 낮은 DOT3 등급을 주로 썼다. 밀폐된 형식의 드럼식 브레이크는 과열 위험이 있어, 베이퍼록 현상을 막기 위해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들은 대부분 앞뒤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하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아서 온도가 상승하더라도 냉각효과가 좋아 베이퍼록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적다. 그런데도 왜 이런 상식을 반복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 비밀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쥐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가격이 조금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DOT3 등급의 브레이크 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브레이크오일을 DOT4 이상으로 바꿔주면 내리막길에서 굳이 기어를 변속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눈길 내리막길, 오르막길은 브레이크를 사용하며 운행해라?
눈이 많이 온 날은 가능한 평지로 가는 것이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달려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눈 쌓인 길을 갈 때,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을 운행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간다면 기어를 저단에 놓고 브레이크를 살짝살짝 ‘밟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것이 맞다. 그때그때 차가 쏠리는 시점에서 핸들 각도를 조금씩 좌우로 톡톡 치면서 차가 똑바로 진행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눈 쌓인 언덕을 올라갈 때는 오르막의 기울기와 거리를 미리 측정해보고,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길게 확보하면서 천천히 쉬지 않고 단숨에 올라가는 것이 요령이다. 중간에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 각도를 조금 크게 틀면 미끄러지거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눈길을 내려갈 때는 브레이크가 필수, 올라갈 때는 가능한 쓰지 않아야 한다.
타이밍벨트는 소모품, 타이밍체인은 반영구적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광고를 통해 타이밍체인을 적용하면 교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데, 결론부터 밝히자면 이 말은 믿지 않는 것이 좋다. 광고를 철석같이 믿다가 체인이 끊어져 자동차 메이커에 항의하면 운전자 과실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타이밍벨트에 비해 타이밍체인의 내구성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 반영구적이지는 않다.
타이밍체인은 크랭크축 기어, 캠축 기어와 연결되어 있다. 쉽게 말해 구조상 쇠끼리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마모가 생기고 그로 인해 길이가 늘어나게 된다. 그 결과 점화시기가 변하고 출력 저하, 연비 불량 배기가스 불량 등의 현상이 뒤따라 온다. 체인이 끊어졌다면, 심한 경우 엔진을 통째로 교환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가성비를 따지면 합성 엔진오일을 넣는 것이 좋다?
합성 엔진오일이란 원유에서 얻은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윤활작용에 적당한 액체를 만든 것이다. 일반 엔진오일보다 산화에 강하므로 수명은 2배쯤 길고 가격은 3~5배 비싸다. 돈이 남아돈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경주용 차량이나 고가의 수입차가 아니라면 메이커에서 지정한 등급의 오일을 넣는 것으로 충분하다. 합성 엔진오일을 고집하기보다는 엔진오일 교환 시기를 지키는 것이 훨씬 똑똑한 소비 행동이다.
글 | 박병일(자동차 정비사)
박병일, 박대세 저 | 라의눈
중고차 잘 고르는 법, 사고차 판별하는 법까지 담겨 있어 가히 ‘자동차 백과’라 할 만하다. 막 면허를 딴 초보자부터 자동차를 사랑하는 마니아까지 오너드라이버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책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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