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유식
이유석 셰프
『이유석의 이유식』 음식이란 추억이자 소통이다
셰프니까 이유식도 ‘뚝딱’ 만들어냈을 줄 알았다. 그럴 리 없었다. 소금, 후추를 충분히 사용하고 버터를 쓰는 프렌치셰프 이유석에게 이유식은 전혀 새로운 영역이었다. 간도 할 수 없고 영양소도 지켜야 하는 요리. 셰프도 처음에 불안하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유식을 꾸준히 만들고, 책까지 내게 된 데에는 아들 ‘다복이’의 영향이 컸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모습이 그토록 가슴 저리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아들을 보며 처음 알았다. 이유식은 셰프 이유석까지도 성장시킨 셈이다.
이유석은 무엇보다 소중한 기회임을 강조했다. 이유식을 직접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아이의 음식 취향, 요리의 새로운 기쁨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빠’들에게 책을 권하고 싶다.
“아이가 먹는 걸 보면 하루 종일 웃음이 가시지 않을 정도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기회가 평생 자주 오는 건 아니잖아요. 매번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해보면서 소중한 경험을 함께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요즘은 맞벌이도 많이 하니까 육아 분담도 될 거고요. 이 책은 아빠가 해줄 수 있는 특별한 이유식이라는 컨셉을 담은 거예요.”
이유식이 낯설기는 엄마나 아빠나 마찬가지다. 아빠가 만드는 이유식, 그것이 아이와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으면 좋겠다.
아빠의 손길이 담긴 단순한 이유식
조리법이 큰 틀에서 거의 비슷해요. 기본 규칙만 익히면 재료만 바꿔서 다양하게 만들어볼 수 있겠더라고요.
이유식이 너무 화려하거나 기술이 들어갈 이유가 없죠. 지금도 제 요리 철학이긴 한데요. ‘simple is the best’라는 문구가 저희 주방에 적혀 있어요. 단순함의 미학이죠. 좋은 재료로 단순함을 살렸을 때 그보다 훌륭한 게 과연 있을까 싶어요. 성인도 마찬가지죠. 최상급의 고기를 소금 해서 숯불에 구워먹는 게 제일 맛있어요. 그렇잖아요. 접시 위에는 꼭 필요한 것만 올라가야 한다는 게 제 철학이거든요. 마찬가지로 이유식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재료만 들어가면 돼요. 너무 많은 엑스트라가 필요 없어요. 이유식은 단순해야 해요. 대신 정성은 충분히 들여서요. 또 대부분 찌는 방식을 많이 선택했어요. 그래야 영양 손실이 거의 없거든요. 이유식은 맛보다 영양 보충이 제일 중요한 거니까요. 그런 걸 신경을 많이 썼어요.
뒷부분에 수록된 칼 쥐는 법처럼 기초적인 조리법도 초보자들에게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테고요.
칼 쥐는 법, 재료 손질법을 뒤에 넣어서 도움이 많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많이 잘못 알고 계시는데요. 칼질은 빨리, 멋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절대 아니에요. 깨끗하고, 잘 드는 칼로 안정감 있게 칼질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예요. 그래야 자신감도 더 생기고요. 저는 지금도 요리의 제1원칙이 위생이거든요. 동료들에게도 늘 그렇게 얘기해요. 음식은 맛없게 나가도 상관없는데 위생적으로 문제 있으면 그건 절대 용서 못하는 거라고요. 도마도 굉장히 강한 세척액을 써요. 결벽증이 없지 않아 있어서요. 도마에 박테리아가 되게 많이 묻어 있는데 그 위에서 감자를 썰어서 요리를 한다면 찝찝함은 어쩔 수가 없거든요. 소중한 사람이 먹는 거고, 특히 이유식 같은 건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기들이 먹는 거니까요.
강박적일지언정 위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거군요.
세제로 한 번 닦거나 물로 한 번 헹궈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흥건하게 두면 수억의 박테리아가 증식한 상태에서, 박테리아 파티장이 된 상태에서 음식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칼질만 멋있게 한다고 능사가 아니에요. 눈에 안 보이는 부분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이나 아내, 아기에게 요리를 해줄 때 그런 건 상상도 하고 싶지 않거든요. 지저분한 환경에서 요리를 해주고 싶진 않아요.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제일 위생적인 음식을 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요.
식당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로서의 철학이기도 하겠죠.
저는 또 저희 식당에오는 모든 손님이 VIP라고 생각해요. 저는 상류층이나 셀러브리티라고 특별한 혜택을 더 드리거나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건 다른 손님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잖아요. 자주 와주시는 단골손님께 좀 더 혜택을 드리는 편이죠. 근데 저희도 VIP가 한 분 있어요. 저희 건물주인 오치균 화백님이신데요.(웃음) 저희를 항상 많이 응원해주시는 분이세요. 2014년 메르스 때는 경기가 안 좋아서 저희 걱정된다고 월세도 많이 내려주시고요. 제게는 피카소보다 더 대단한 화가시죠.
이유식을 만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이유식이라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아기가 이유식을 안 먹는다는 거거든요. 이럴 때 저자만의 비법이 있다면요?시기별 분류는 절대적인 게 아니야
대파, 당근과 오렌지, 양파와 배처럼 이유식 식재료로는 선뜻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의 과감한 사용이 독특하거든요.
저는 보통 음식의 궁합을 경험에서 찾는데요. 당근과 오렌지, 양파와 배 이런 것들은 모두 유럽에서 유학할 당시, 2000년대 중후반이었는데, 파리의 몇몇 다이닝에서 유행하던 맛의 궁합들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양파와 배 궁합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파리의 ‘알랭파사르’라는 유명 조리장의 궁합이에요. 흥미로운 건 자료를 조사하다보니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조합을 썼다는 자료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무척 놀랐던 적이 있었죠. 음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양파는 익힘 정도에 따라 당도를 굉장히 많이 끌어올릴 수 있는 식재료거든요. 그래서 입맛을 잃은 아기들에게 종종 별식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만들게 된 거예요.
요리 경력 10년이 넘는 셰프지만 프랑스, 스페인 요리를 하는 저자에게 이유식은 전혀 새로운 영역이었을 텐데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거든요.
저는 요리의 뿌리를 유럽에 두고 있다 보니 버터와 올리브오일이 제 모든 요리의 시작점이에요. 그냥 쓰는 것도 아니고 꽤 많은 양을 쓰거든요.(웃음) 심지어 간도 세게 해요. 그런 게 제 방식인데 이 스타일을 완전히 부정하는 장르가 바로 이유식이었어요. 처음에는 좀 어렵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하고요. 그래도 하다보니 재미도 붙고 그랬죠. 무엇보다 요리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더라고요. 아마 이유식을 안 만들었다면 이렇게 제 요리의 폭을 넓히는 계기는 없었을 거 같아요.
레스토랑을 하면서 제 스타일대로 요리를 하니까 라이트한 요리들은 굳이 안 하게 됐거든요. 요리프로그램에서 여성을 위한 채식요리를 해달라는 제의도 두어 번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저는 ‘고칼로리음식을 추구하는 요리사라 맞지 않네요’(웃음)하고 고사 했었어요. 물론 방송에 뜻이 없기도 했었지만요. 그런데 소금, 후추 간을 해도 안 되고 칼로리가 높아도 안 되는, 그야말로 제 요리스타일에 반하는 이유식이란 장르를 하게 된 거잖아요.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요리의 폭을 크게 넓혀준 것 같아요. 스타일을 허물고 다시 새로 만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고요. 지금은 매장에서 가끔 채소 요리도 해요. 이건 큰 변화죠. 결과적으로 무척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던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시기별 이유식이 있고, 어떤 이유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아기의 성장이나 발육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시기별 분류는 절대적인 게 아니에요. 치아 상태나 식사속도, 소화상태에 따라 맞춰서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하거든요. 너무 욕심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조금씩 질감에만 변화를 주면 되고요. 너무 큰 부담을 안 가져야 하기도 좋잖아요. 반드시 해야 된다는 부담감보다는 일단 한번이라도 해보자는 마인드가 좋을 것 같아요. 이유식을 직접 만들고 먹이는 경험 자체가 소중한 추억이고 아기와의 소통이기도 하니까요.
편의상 시판 이유식을 먹이는 양육자들도 많잖아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행을 간다든지 하는 특별한 상황일 경우에는 편의성 때문에 이유식을 사서 먹이는 경우가 가끔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매번 이유식을 사서 먹이는 게 직접 만들어 먹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거라고 생각하면 다소 아쉬울 거 같아요. 선택은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맞춰 할 몫이겠죠. 하지만 시판 이유식에만 너무 의지하는 건 안 좋다고 봐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하나의 키트에 재료를 모두 담아놓고 집에서 조리할 수 있는 방식이 그마나 제일 유용할 것 같아요. 위생 문제도 있으니까요.
이건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저자는 떠먹는 치즈 특허를 보유하고 있거든요. 개발하게 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신체에서 제일 지저분한 부위중 하나가 손이잖아요. 그런데 보면 대부분 그 손으로 치즈를 떼어서 아기 입에 넣어줘요. 손이 얼마나 더러워요. 그건 아기에게도 위생적이지 않을뿐더러 어른입장에서도 참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치즈의 맛은 똑같이 유지하면서 질감만 푸딩 같은 형태로 변화시켜서 스푼으로 떠먹을 수 있게 해보자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것으로 올해 2월 특허청에서 정식 특허를 받았어요. 물론 프렌치셰프라는 이력도 영향이 있었을 거예요. 이걸로는 앞으로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진행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참고로 2015년 EU와 프랑스낙농협회에서 주관한 유럽치즈캠페인의 <한국>편 치즈레시피 소책자를 담당해서 만든 적도 있어요.
『맛있는 위로』라는 에세이를 출간한 적도 있어요. 요리와 글,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또 책을 출간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글 쓰는 일은 제가 10대 때부터 좋아했던 일이거든요. 원래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IMF 때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포기했죠. 요리사를 선택한 뒤로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요. 다행히 좋은 기회들이 찾아와서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책까지 내게 됐을 때는 정말 기뻤어요. 앞으로는 제 아들 다복이의 성장과정에 맞춰 영유아기 간식 요리책도 생각해 보려는 중이에요. 마침 이 책의 출판사인 BR미디어의 김은조 편집장님도 계속 격려와 응원을 해주셔서 더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글 | 신연선사진 | 신화섭(AM12 Studio)동영상 | 이우상(비주얼 인프라)
이유석 저 | 비알미디어
이 책에는 ‘이유식도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맛있는 레시피들로 가득하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유럽의 많은 아기에게 검증받은 유럽식 이유식 레시피가 단연 눈길을 끈다. 스페인의 냉수프인 가스파초를 재해석한 이유식, 프랑스식 디저트 히오레의 이유식 버전 등 맛있는 유럽식 이유식 레시피가 아기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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