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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모델 윤영주 "73살에 비로소 주인공이 됐어요"

『칠십에 걷기 시작했습니다』 윤영주 저자 인터뷰

윤영주 저자

윤영주는 칠십에 워킹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 들었던 말은 "걸을 수 있겠어요? 어려울 텐데"였다. 누군가에게 칠십 대 여성은 노인이며 보호해야 할 대상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꿈을 시작하는 나이다. 칠십이라는 숫자이기에, 많은 경험 속에 자신의 진면모를 발견했기에 더 열정 있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칠십에 걷기 시작했습니다』는 윤영주가 늘 말하던 "못할 게 뭐가 있나요?"라는 말처럼 당당하고 진중한 삶의 깊이가 담겼다. 사유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도전에 겁없이 뛰어들 수 있다. 윤영주는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해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도 '영주처럼'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칠십에 걷기 시작했습니다』를 통해 윤영주 작가님을 처음 접하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모델입니다. 미학을 공부한 사람이고요. 젊은 시절에는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을 했고, 전문 잡지에 칼럼을 썼던 사람입니다. 스물한 살부터 예순한 살까지 34대 종손 며느리로 살아왔고, 이제야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사람입니다.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됐을 때 '34대 종손 며느리', '시니어 모델'이라는 타이틀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데요. 34대 종손 며느리에서 시니어 모델이 되기까지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젊은 시절에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으나 남편의 반대로 취직을 하고도 일을 못 했어요. 옷 입는 걸 좋아했으나 모델이 되려고 한 적은 없었고요. 오십이 넘어서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오십 중반에 돈 버는 일이 아니고, 가족을 위한 일이 아니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일을 하려고 생각한 것이 공부에요. 어렸을 적에 충분히 못 했던 공부 중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미학을 공부했어요. 십여 년을 공부해서 64살에 박사 논문을 쓰고 나니 눈이 많이 나빠져서 책을 읽지 말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래서 몸을 쓰며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았죠.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90살 모델이 런웨이에서 걷는 걸 보고 '나는 청년이었구나' 생각하기 시작했죠. 그때가 칠십이었어요.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오래 살고 볼일>의 우승을 차지하셨는데요. 작가님만의 개성이자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흉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움과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든 모델은 무언가를 덧붙이려고 할 때 오히려 매력이 떨어져요. 나는 솔직한 편인데, 이런 성격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작가님을 보면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전에 있어서 어떤 힘이 작가님의 원동력이 되었을까요?


인간은 누구나 지금의 나를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운명을 사랑하라'는 니체의 말을 좋아합니다. 절대자가 만들어놓은 결정론으로서의 운명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나의 운명은 하나의 창작 작품인 셈이에요. 미완성으로 끝날 수도 있으나 깊이 생각하고 노력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저절로 떠오릅니다. 그러나 생각만으로는 안 되죠. 저질러야죠. 생각대로 안 될 때도 있겠으나 실패는 아닙니다. 그 실패가 그다음의 성공을 가져오니까요.


『칠십에 걷기 시작했습니다』에 "사유하는 태도가 있음을 인정할 때 고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라는 문장이 있는데요. 고독을 즐기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예술과 친구가 되는 것이에요. 나는 음악과 미술, 영화, 책에서 사유하는 태도를 배웁니다. 그리고 위로를 받습니다. 나의 잃어버린 시간은 예술을 통해 되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의 인생이 충만해지는 걸 알 수 있어요. 고독은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책에 "'지금도 여전히 여자가 재수 없게'라는 말이 살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적어주셨는데요. 가부장적인 공간에서 많은 차별을 받았을 작가님이기에 이 문장에 힘이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에게 페미니즘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소박하고 조용한 페미니스트에요. 여자들 입에서 '억울하다'라는 말이 나오면 안 됩니다. 오랫동안 익숙해진 남자들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사 지낼 때 음식은 여자들이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자들 뒤에 서 있을 수밖에 없어요. 작은 일인 것 같지만 집안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물론 변하고 있어요. 

그러나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내 책 표지를 일상의 나와 다른 모습인 사진으로 선택했더니 '나이 많은 여자가 점잖지 못하게', '섹시한 할머니라고 봐주는 것이 그렇게 좋으냐?', '퇴폐적이다, 손자나 봐주지, 뭔 모델?'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여자라는 것도, 나이 많은 할머니에 대한 편견도 불편해요. 물론, 이런 표현은 남자들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도전을 망설이고 있을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늘 하는 말인데요. 뛰어난 아이디어도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행동으로 옮겨야죠. 사유를 하되 선택의 용기와 자유도 길러야 합니다. 실패하면 어때요? 몸만 안 망가지면 됩니다. 살아보니까 물질적 손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어요. 절실하게 무언가를 원한다면 그냥 하세요. 머뭇거리지 마세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윤영주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을 전공했고 홍익대학교 미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KBS, EBS 방송국 리포터로 일했으며, 갤러리아미 큐레이터, 사진 예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한국모델협회 시니어 모델 1회 포토제닉상, 현대백화점 시니어 패셔니스타 대회 본선, MBN <오래살고볼일-어쩌다 모델>에서 우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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