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잘못하면 헤어져요
사랑을 말하는 책 그리고...
2월 '채널특집'의 주제는 ‘사랑을 말하는 책 그리고……’입니다
선물은 늘 힘들다. 받는 사람이 어떤 걸 좋아할지 역지사지의 마음이 되어 1) 부담스럽지 않을 적정한 가격대의 2) 정성이 들어간(혹은 들어가 보이는) 3) 이미 가지고 있지 않은 선물을 골라야 한다. 하물며 선물하는 대상이 연인이라면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진땀을 빼기 마련. 그래서 '채널예스'가 준비했다. 각 연인의 특색에 맞는 맞춤형 책 선물 제안. 오글거리는 프러포즈 멘트도 참고하시라고 같이 적었다.
경고 : 기념일 후 헤어지는 커플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언제까지나 제안이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싸움과 결별은 '채널예스'가 책임지지 않습니다. 다만 성공하실 경우 독자 성공담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hyes@yes24.com
책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위한 프러포즈용 책
다음 중 3가지 이상 해당하는 연인에게 추천합니다.
1. 데이트 약속 장소를 서점으로 잡기 좋아한다.
2. 집이 계속 책으로 뒤덮여 나중에는 집이 없어질 것 같다.
3. 틈만 나면 내가 모르는 책을 영업하려고 한다.
4. 예스24나 K사나 A사의 플래티넘 회원이다.
5. 가방에 항상 책이 들어 있다.
원제는 『Ex Libris』, 책 소유자의 이름이나 문장을 넣어 책표지 안쪽에 붙이는 장서표라는 뜻의 라틴어로, 인용한 책의 출처를 밝힐 때 주로 쓰는 단어다. 저자 앤 패디먼은 아버지의 책장에 꽂혀 있던 『파니힐』을 통해 섹스에 대해 배웠으며, 남편으로부터 받은 고서적 9kg을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로 여기고, 집에 있던 책들 가운데 두 번 이상 읽지 않은 유일한 책이라는 이유로 1974년 도요타 자동차 매뉴얼을 읽는 사람이다. 저자가 자란 집안에서는 오빠와 누가 가장 멋진 긴 단어를 찾느냐를 놓고 경쟁을 벌였고, 온 가족이 둘러앉은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자리에서는 메뉴판을 보며 입맛을 다시기 전 어느 철자가 틀렸는지 검사하는 게 먼저였다. 이런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니,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하지만 두 분 다 책을 좋아한다면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부디 평생 책장을 섞으며 백년해로하세요.
책 속 구절
“몇 달 전 남편과 나는 드디어 책을 한데 섞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안 지 10년, 함께 산 지 6년, 결혼한 지 5년 된 사이였다. 이제 우리의 어울리지 않는 커피 잔들도 우호적으로 공존하게 되었다. 우리는 티셔츠도 바꾸어 입고, 여차 하면 서로의 양말을 갖다 신기도 한다. (중략) 그러나 우리의 책들은 계속 별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내 책은 주로 우리 아파트 북쪽 끝에, 그의 책은 남쪽 끝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의 『빌리 버드』가 그의 『모비 딕』으로부터 10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시름에 잠겨 있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데 일찌감치 합의를 했건만, 실제로 둘을 합쳐 주는 일에는 우리 둘 다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았다.” (17쪽)
추천! 이 말을 같이 적어주세요
“언젠가 너와 나의 서재도 같이 있게 되는 날이 오겠지.”
대세는 페미니즘, ‘오빠’를 위한 책
다음 중 3가지 이상 해당하는 연인에게 추천합니다.
1. 주어에 ‘오빠’를 사용한다.
2. 본인보다 연상이거나 혹은 선배다.
3. 사사건건 말을 할 때마다 ‘그건 아니고…’ 를 시전하며 말을 막는다.
4. 페미니스트가 머리에 뿔이 달린 도깨비거나 국가를 전복하는 무뢰배거나, 적어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자신의 연인이 페미니스트인 건 모르고!
5.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 묻히게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꽃처럼 다루겠다거나, 혹은 결혼하면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잘했으면 좋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이기적 섹스』
싸우자는 게 아니다. 연애는 늘 상대방을 돌보고 애쓰고 상대방을 공부해야 하는 지난한 일이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면 괴로운 건 오히려 자신이다. 서로 괴롭지 말고 이번 기념일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결혼하고 이런 사람일 줄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리진 말고.
전년도부터 화제가 되었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제목 그대로 남자들이 저자를 가르치려고 했던 일화만을 싣지는 않았다. 오히려 책은 여자들에 대한 강간과 살인을 이야기한다. 너무 나간 거 아니야? 싶다가도 책이 설명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르치는 일’이 결국에는 어떻게 사회 불평등의 일부분인지 보여준다. 『이기적 섹스』는 굳이 저자의 섹스 경험담을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진 않으나, 책에서 추천해 준 성인용품은 같이 볼 만 하다.
책 속 구절
“6년 전의 내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려고 앉았을 때, 나 스스로 놀란 점이 있었다. 웬 남자가 나를 가르치려 든 우스꽝스러운 사례로 글을 시작했건만 결국에는 강간과 살인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맺게 된 점이다. 우리는 폭력과 권력 남용이 성희롱, 협박, 위협, 구타, 강간, 살인 같은 범주들로 서로 깔끔하게 분류되는 것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던 것인지 이해하겠다. 나는 그것이 자칫 미끄러지기 쉬운 비탈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199쪽)
추천! 이 말을 같이 적어주세요
“오빠를 위한 진정한 선물이 뭘지 많이 고민하다 골랐어. 앞으로 더 잘 지내기 위해 같이 생각할 내용이야.”
술이야 나야, 애주가 연인을 위한 책
다음 중 3가지 이상 해당하는 연인에게 추천합니다.
1. 데이트의 끝은 늘 술집이다.
2. 집 냉장고와 찬장에 술이 있다.
3. 저렇게 먹다 건강 상할까 염려된다.
4. 술 마시면서 다음 술 약속 잡는다.
5. 와인 마시면서 소주 얘기하고 소주 마시면서 맥주 얘기한다.
『맥주의 모든 것 : 맥주의 탄생부터 크래프트 맥주의 세계까지』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서점에서 이 책을 본다면 분명 동공이 흔들린다. 맥주파가 아니어도 다른 종파에 대한 예우로 책을 조심스럽게 집어 든다. 애주가에게 으뜸 선물이라 자신한다(물론 술을 제외하고 첫 번째다) 술과 함께 준다면 금상첨화. “맥주의 시대, 복된 음주가를 위한 필수교양서”라는 띠지의 문구처럼 지난 10년간 맥주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저자가 보리와 효모부터 세계 각지의 맥주 페스티벌, 맥주와 찰떡궁합인 음식 소개 등 맥주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펼치는 순간 목이 마르므로 선물하고 같이 맥주를 마시러 가는 것도 좋겠다. 은근 초콜릿과 맥주도 궁합이 좋다.
책 속 구절
“술을 마시기엔 아직 어렸던 시절,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정말 지루했다.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공항 중앙 홀을 정처 없이 떠돌며 푸드코트에서 맥도널드의 비싼 햄버거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거나, 손가락이 죄다 종이에 베일 정도로 잡지를 닥치는 대로 훑었다. 기다리는 것은 분명 고역이었다.
하지만 맥주와 함께라면 달랐다. 손에 시원한 맥주 한 잔 들고 있으면 시간은 플룸라이드를 탄 여섯 살 아이가 된 양 빠르게 흘러간다. 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진줏빛 문을 통과한 후, 나는 비행기 시간이 지연되면 술집으로 달려가 으레 아로마 짙은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을 음미하곤 했다.” (116쪽)
추천! 이 말을 같이 적어주세요
“여기 나와 있는 모든 술을 같이 마실 때까지 변치 말자.”
달콤 살벌한 호러/좀비영화 마니아를 위한 책
다음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연인에게 추천합니다.
1. 『28일 후』가 무슨 내용의 영화인지 알고 있다.
2. 좀비, 사이코패스, 살인 인형, 퇴마사, 뱀파이어가 나오는 소설을 가지고 있다. 혹은 DVD, 혹은 비디오테이프, 정 아니면 피규어라도.
3. 연쇄 살인 영화에서 말이 많은 흑인 친구, 외딴집에서 혼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남자친구와 전화를 하는 10대, 친절한 보안관 중 누가 가장 먼저 죽을지 알 수 있다.
4. 더운 여름, 코믹 영화보다는 공포 영화를 봐야 한다.
5. '검은 신부'는 강동원은 됐고 퇴마 영화라고 해서 봤다.
6. 할로윈에 분장을 한다면 좀비를 선택한다.
평범하게 남들처럼 손잡고 로맨틱 코미디를 볼 순 없는 걸까. 잔인한 나의 연인은 오늘도 누군가 톱으로 썰리거나 등장인물 모두가 외딴 섬에 고립되어 두 시간 내내 쿵쾅거리는 음악을 트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사랑은 모든 걸 뛰어넘는 법. 취향을 바꿀 수는 없어도 존중해 줄 수는 있다. 같이 손잡고 무서운 영화를 보면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엽기적인 그/녀, 달콤 살벌한 그/녀에게 ‘너를/네 취향을 지켜줄게’라는 의미로 이 책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호러 영화와 좀비 영화 중 어느 걸 더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두 권 다 선물하는 걸 추천한다. 좀비에게 쫓기나 살인마에게 쫓기나 둘 다 무섭고 짜릿하다.
책 속 구절
“공포영화에 갇힌 우리에겐 적어도 선택권이 있다. 소떼와 어울려 도살장으로 행진하느냐, 아니면 저항하느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승산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화제작자들이 우리를 멋대로 다루도록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로운 룰을 익혀라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라. 선택권이 있다면, 살아남아라.”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 14쪽)
추천! 이 말을 같이 적어주세요
“세상이 좀비 떼로 뒤덮이고 살인마가 쫓아와도 너의 곁에 있을게.”
매일이 여행, 장거리 커플을 위한 책
다음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연인에게 추천합니다.
1. 직장과 집을 오가는 데 왕복 3시간 이상이다.
2. 핸드폰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고 집을 나서도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이미 핸드폰은 나가 있다.
3. 집에 가는 길, 더 이상 못 잘 정도로 푹 자고 일어나면 절반쯤 와 있다.
4. 장거리 커플들은 비행기 타고 만난다는 데 우리는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만나면 비행기보다 더 걸린다.
5. 가뜩이나 먼 길,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기는 더 싫다.
전자기기는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법한 선물이다. 기왕 책을 선물할 거라면 통 크게 크레마 카르타에 연인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전집째로 넣어서 선물해 주자. 매일 출퇴근이 힘든 연인에게는 무거운 책보다 8mm에 182g이라는 훌륭한 스펙의 크레마 카르타가 제격이다. 와이파이만 통하면 바로 e-book을 내려받을 수 있다. 한 번 다운로드 받은 책은 와이파이가 없어도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 예스24 어플리케이션 말고도 전자책 어플리케이션이라면 모두 사용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지금 사면 YES포인트도 얹어준다. 정말 괜찮다.
추천! 이 말을 같이 적어주세요
“너의 출근길과 퇴근길에 함께하고 싶어.”
글ㆍ사진 | 정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