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논나’ 장명숙 “비움의 철학이 중요하다”
에세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출간
유튜브 <밀라논나>는 100여 개의 영상으로 88만 구독자를 모은 채널이다. 1952년생 멋쟁이 할머니 ‘밀라논나(장명숙)’의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영상은 ‘밀며든다(밀라논나에게 스며든다)’는 유행어가 생길 만큼 전 연령대의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유연한 소신을 가진 밀라논나의 인생 내공을 담은 에세이.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 서울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이너, 이탈리아 정부 명예기사 작위 수여자 등 화려한 수식어 뒤에 더 아름답고 따뜻한 인생관이 녹아 든 책이다.
지난 8월 18일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을 출간한 김영사 출판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백은하(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이 진행을 맡아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기자 간담회 Q/A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가 있나?
유튜브를 하다 보니 책을 한 권 써달라는 댓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겁이 났다. 괜히 쓸데없이 나무에게 미안해지는 일일까 봐. 그런데 쓰고 보니 인생 자체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표지가 멋지다.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가?
노후를 보내려고 준비해 놓은 텃밭에서 찍은 사진이다. 평소 맨발을 좋아한다. 자유롭고 싶어서, 나로 존재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햇빛을 보는 걸 좋아한다. 우울한 기분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이 되니까,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도와주는 것이 햇빛이다. 따뜻한 햇빛 아래서 차를 마시는 일이 좋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은퇴 후 봉사 활동과 산책으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젊을 때 너무 바쁘게 살아서. 그런데 어쩌다 보니 유튜버가 됐다. (웃음) 내 주변에 젊은 후배들이 많다. “선생님 이렇게 사시면 아깝지 않냐?”고 하길래 “일에 밀리는 거 싫다”고 했다. 그런데도 유튜브를 해보자고 했다. 처음엔 댓글, 구독자 숫자 같은 걸 전혀 몰랐다. 구독을 하면 돈을 내야 하는 건 줄 알고 “구독해주세요”라는 말도 처음엔 못했다. 그런데 영상을 올리고 조회수가 늘어나면 돈을 준다고 했다. 이 돈으로 후원하는 아이들의 간식을 더 사줄 수 있겠다 싶어서 좋은 마음이 들었다. <밀라논나> 영상을 보다가 아이들을 후원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반갑다.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게 됐다.
책의 목차가 ‘자존, 충실, 품위, 책임’으로 구성됐다. 어떻게 나온 제목인가?
책을 만들어주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내가 자주 했던 말이다. 아들에게 자주 말하는 것 중 하나가 “사회규범을 좇아가되 네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으면 네 꿈을 펼치면서 살아가라”는 말이다. 예전엔 자존심이 중요한 세상이었는데 요즘은 자존감이 중요하다. 남하고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내 삶을 열심히 사는 것, 그것이 성공이다. 많은 사람을 통해 배웠고 그것들을 책으로 담고 싶었는데 이런 배움도 내 공은 아니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남과 비교를 많이 안하시고 나를 키워주신 것 같다.
매일 한 시간씩 걷고 매일 설레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호기심이 아닐까. 살 수 있는 날이 짧아졌으니까 시간을 더 아끼면서 살고 있다. 칼릴 지브란이 “하드웨어가 많은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많은 사람이 부자”라고 말했다. 경험에서 오는 통찰력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궁금한 게 많고 궁금한 게 생기면 그것을 풀어야 한다. 산책도 같은 길로는 안 간다. 운전하다가 길이 막혀도 두렵지 않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으니까.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전부 응하지는 않는다. 나의 세세한 부분까지 노출하는 게 체질에 맞지 않고 원치 않는 긴장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내 모습,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보면 조금은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어느 매체에서 나를 두고 '시간 빈곤자'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시간 관리자'가 맞다고 생각한다. 30,40대에 두 아들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부모님의 딸, 시어른의 며느리, 대학교수, 무대의상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등의 역할을 해야 했다. 당시엔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주어진 시간을 쪼개 쓰는 방법밖에 없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했고 내게 주어진 많은 역할을 했을 때 희열을 느꼈다.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유일한 것은 하루 24시간이다. 내 시간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 내 삶을 풍요롭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을 수 있느냐?'가 아닐까 싶다.
옷은 자기 마음대로 입는 게 가장 좋다. 그 안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나올 수 있다. 색깔은 맞추는 게 좋겠다.
단순하게 살자, 비움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다.
뭐든 심플한 게 좋다. 나는 장수식품을 먹지 않는다. 겁나서 안 먹는다. (웃음) 50대에서 70대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생각해볼 때가 있다.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나한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보이면 카톡방에 올려서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 아들 친구들한테 주기도 하고. 그렇게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관계는 어렵다. 바로 버리진 못한다. 연락이 오면 받지만 10년 전에 만나도 지금 만나도 똑같은 대화를 하는 사람은 지루하다. 그런 사람들은 궁금해지지 않는다.
*장명숙(밀라논나)
"난 멋있어지겠다"라는 일념 하나로 패션계에 입문한 대한민국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 장명숙. 지난 40년간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무대 의상을 제작하기도 하며, 페레가모와 막스마라 등 이태리의 가장 핫한 아이템을 한국에 들여온 명품바이어로 활동했다. 현재는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국의 진솔한 문화를 전하는 문화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일평생을 바쁜 커리어우먼으로 살아온 그녀는 다시 젊은 때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쿨하게 "ONE TIME IS ENOUGH!(한 번 젊어봤음 됐지!)"라고 외친다. 한 번 젊어봤으니 됐다는 그녀의 쿨함은 젊음을 바쳐 열심히 일한 자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닐까. 죽을 때까지 변화하고 싶다는, 삶에 찌들지 않은 노인네로 보이고 싶다는 그녀는 60대의 나이에 “밀라논나(밀라노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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