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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스노트'

객석에서

뮤지컬 '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인 '데스노트'는 지난 2015년 일본 초연 이후 같은 해 국내에서도 첫 선을 보인 라이선스 뮤지컬. 이름이 적히면 누구나 죽게 되는 데스노트를 주운 천재 소년 라이토와 이에 맞서는 명탐정 엘(L)의 두뇌싸움을 무대에 옮긴 작품이다. 신선한 소재, 독특한 캐릭터에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각적인 음악이 더해져 완성도를 높인 뮤지컬 '데스노트'는 한지상, 김준수, 박혜나, 강홍석, 벤 등 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완벽하게 캐릭터를 구현하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더욱 몰입도를 높이는데 객석의 반응은 어떨까? 뮤지컬 '데스노트'를 보며 객석에서 들었던, 또는 나눴을 법한 얘기들을 각색해 보았다.

 

A블록 16열 7번 : 역시 재밌네, 러닝 타임이 2시간 40분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A블록 16열 8번 : 원작 자체가 재밌잖아. 뻔한 얘기가 아니니까 더 신선하고.

 

A블록 16열 7번 : 하지만 상상력 가득한 만화를 지극히 제한적인 무대에서 구현하는 게 어디 쉽나. 캐릭터를 정말 잘 살린 것 같아.

 

A블록 16열 8번 : 독특한 소재의 만화를 뮤지컬로 구현하는 게 쉽지 않지만, 반면 잘만 만들면 이야기도 참신하고 캐릭터로 분명하니까 반응이 폭발적이지. '신과 함께'도 그랬잖아. '데스노트'는 음악도 잘 나왔어. 처음 본 작품인데도 넘버가 몇 곡이나 계속 맴돈다니까. 프랭크 와일드혼의 실력이야 인정하고도 남지만, 이렇게 현대적인 느낌의 곡도 잘 쓸 줄은 몰랐네. 그런데 확실히 스릴감은 떨어지는 것 같아. 라이토와 엘(L)의 두뇌싸움이 좀 더 치밀하게 펼쳐졌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A블록 16열 7번 : 늘 나오는 얘기 있잖아.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두 시간 남짓의 무대로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웃음).

 

A블록 16열 8번 : 내가 워낙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데다 요즘 ‘셜록’을 봐서 그런가. 장면 장면이 추리할 시간도 없이 너무 쉽게 풀리니까 소재는 신선한데 좀 싱겁더라고.

뮤지컬 '데스노트'

A블록 16열 7번 : 확실히 사건보다는 캐릭터를 극대화하는 데 좀 더 공을 들인 것 같아. 그래도 주크박스 뮤지컬도 그렇지만 원작이 워낙 인기가 많을 경우 칭찬받기 힘든데, '데스노트'는 의상이며 분장, 배우들의 움직임까지 원작 팬들이 봐도 손색이 없겠어. 김준수, 박혜나, 강홍석 씨 등 초연 때부터 참여했던 배우들이라 그런지 정말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잖아.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했지만 한지상 씨야 워낙 잘하고. 사실 초연 때도 원캐스트였기 때문에 홍광호 외에 다른 라이토는 생각하기 힘들었는데, 역시 한지상만의 라이토를 만들어내는군. 벤은 대극장 뮤지컬은 처음이라는데 아주 귀여운 미사였어. 초연 때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한 정선아 미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야.

 

A블록 16열 8번 : 한지상 씨 이번에 나름 연기 변신 아닌가? 워낙 선이 굵고 짙은 캐릭터만 맡아 왔잖아. 학생도 어울리더라고.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라이토도 일반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웃음). 난 초연을 못 봤는데, 이번 시즌을 보고 나니까 초연이 더 궁금하더라고. 대극장 주연급 배우들이 이렇게 한 무대에 서는 일이 흔치 않잖아. 연기도 연기지만 뛰어난 가창력에 그야말로 귀가 호강했다고 할까. 공연장이 너무 커서 그런지 대사가 좀 안 들리기는 했지만.

 

A블록 16열 7번 : 초연 때 홍광호와 김준수의 하모니도 좋았지만, 이번에 한지상과 김준수의 만남도 매력적이었어. 창법도 그렇지만 두 배우의 음색이 확연히 다르니까 ‘놈의 마음속으로’나 ‘마지막 순간’ 등에서 더 명료하게 와 닿더라고.

 

A블록 16열 8번 : 김준수는 워낙 온몸으로 노래하는 스타일이고, 한지상은 하늘을 찌를 듯한 고음도 얄미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부르잖아.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 많은데 극 중 캐릭터뿐만 아니라 노래하는 스타일도 많이 다르니까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

 

A블록 16열 7번 : 사신 커플, 박혜나 렘과 강홍석 류크도 정말 매력적이지 않아? 초연 때보다 더 좋아졌어. '데스노트'의 픽션을 가장 잘 살릴 수 있고, 살려야 하는 캐릭터들인데, 연기, 가창력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어.

 

A블록 16열 8번 : 그러게, 강홍석 씨는 정말 능청스럽더라. 지루해서 어쩔 줄 모르다 마지막에 너무 냉정하게 돌아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개인적으로 더 놀란 건 박혜나 씨야. '위키드' 때보다 더 집중하게 되더라. 연기며 노래며 엘파바와는 완전히 다른 톤인데, 훨씬 깊이가 있더라고. ‘잔인한 꿈’ 듣다 울 뻔 했어.

 

A블록 16열 7번 : 캐릭터에 있어서는 뭐니 뭐니 해도 엘(L)을 빼놓을 수 없지. 김준수의 연기나 창법이 일반적인 뮤지컬에서는 튈 수밖에 없는데, '데스노트'에서는 오히려 딱 들어맞는 느낌이랄까? 초연 때부터 원캐스트라, 정말이지 이 작품에서 엘(L)은 김준수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싶어.

 

A블록 16열 8번 : 맞아, 지금까지 김준수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한 경험인데 말이야. 난 특정 아이돌의 팬도 아니고 작품에서 한 인물이 튀는 것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엘(L)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등이 의자에서 떼지는 거 있지. 김준수의 그 독특한 창법이 기다려진다고 할까. 예전에는 분명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A블록 16열 7번 : 그런 걸 ‘덕통사고’라고 한다지. 김준수한테 덕통사고 당하셨군! 원래 뮤지컬 무대 위 김준수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다’에서 ‘특이하네?’, ‘거참 매력이네!’로 발전한다잖아(웃음).

 

A블록 16열 8번 : 정말 중독됐나? 김준수 '데스노트' 끝나면 군대 간다는데 어떡하지?!

 

글 | 윤하정 사진 | 기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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