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파르고, 가장 이색적인 제주 동검은이 오름
오름계의 이단아 같은 존재
동검은이 오름 표지석 |
유월에 접어드니 햇살이 뜨겁다. 옷 밖으로 노출된 피부가 활활 타버리는 느낌이다. 그래도 오름을 향한 걸음을 멈출 수 없다. 오름은 그늘막이 되어 주는 나무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한라산을 등반할 때처럼 중무장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트레킹 준비는 필수이다. 챙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물과 간단한 간식을 챙기고 제주 동부 지역 오름으로 향했다. 오늘 간 곳은 제주 오름 중 가장 오르기 험난하고, 바람이 거센 날에는 절대 출입을 삼가라고 걱정하는 동검은이 오름이다. 지도에서 찾아보면 '거미오름'으로도 표시되어 있다.
동검은이 오름 봉우리 |
동검은이 오름은 금백조로를 사이에 두고 백약이 오름과 쌍벽을 이룬다.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금백조로를 굽이굽이 달리다가 급격한 내리막길에 접어드는 순간 "와!"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오름 지대가 눈앞에 등장한다. 특히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의 우측에는 백약이 오름, 좌측에는 동검은이 오름이 거대한 관문처럼 느껴진다. 이 부근에는 두 오름 외에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높은오름, 아부오름, 용눈이오름처럼 유명한 오름이 여럿 모여 있다.
제주 동쪽의 수많은 오름 군락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송당마을에서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달리다가 높은오름 표지판이 나타났다. 핸들을 돌려 잘 포장된 숲길을 들어가면 어느덧 높은오름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500m 정도 더 직진하면 동검은이 오름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하지만 표지판 부근에서 트레킹을 시작할 수는 없다. 철조망으로 오름 주변을 막아놨다. 이곳에 주차하고 오른쪽 길로 십여분 걸어가면 그제야 동검은이 오름 트레킹 입구가 보인다. 워낙 경사가 험하기로 소문난 오름이라 온몸 스트레칭을 충분히 한다. 뱀과 진드기를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확인하고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오름 산세가 매우 험하지만 10여분이면 오를 수 있다 |
초반부터 가파르다. 입구 부근은 그나마 우거진 나무가 햇볕을 막아주지만 잠시 후에는 그대로 직사광선을 온몸으로 받게 된다. 잠시 평지가 이어지나 싶더니 조금 전보다 훨씬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 등장한다. 다행히 이 구간이 길지는 않아서 천천히 올라도 5분이면 정상 부근에 도달한다. 심호흡하면서 오르다가 쉼을 반복하면서 주변 풍광을 둘러본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제주 동부 지역의 녹음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힘겹게 오르면 보상을 확실히 받는다 |
오르막 끝에 이르면 폭이 1m도 안 되는 길이 나타나는데 양쪽으로는 급격한 낭떠러지이다. 표고 340m, 비고 115m의 평범한 높이의 오름이지만 자칫 방심해서 발을 헛디디거나, 강풍이 부는 날 몸이 기우뚱거리는 순간 추락할 위험이 커 보인다. 악천후일 때에는 절대 오지 말아야 할 오름이다. 조심스레 이 길을 50m 정도 걷고 나면 인제야 동검은이 오름의 산세를 훤히 볼 수 있다.
주변에 높은오름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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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름의 모습은 참 신비롭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참 다르다. 동검은이 오름은 오름계의 이단아 같은 존재이다. 깔때기 모양의 원형분화구(2개)와 남서쪽으로 삼태기 모양의 말굽형 화구도 갖고 있는 보기 드문 복합형 화산체이다. 피라미드형 봉우리와 돔형 봉우리가 있는데 굼부리도 깔때기꼴과 삼태기꼴을 각각 갖고 있다. 봉우리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꽤 매혹적이다. 게다가 문어발처럼 등성이 가닥이 뻗친 기슭에는 새알처럼 귀여운 알오름이 여러 개 보인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거미오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독특한 모양새의 동검은이오름 너머로 저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
건너편 전망대까지 가려면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에 발을 디뎌야 한다. 눈이나 비가 내린 날에는 상당히 미끄러울 구간이다. 잠시 후 전망대를 찍고 다시 이곳으로 올라올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조심스레 밑으로 내려오면 인근의 손지오름 너른 들판에 방목 중인 수십 마리의 누런 황소들이 보인다. 저 멀리서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소 울음소리가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우렁차게 들려온다.
삼태기 모양의 말굽형 화구도 갖고 있는 보기 드문 복합형 화산체이다 |
이제부터는 전망대까지 편한 길이다. 양지 바른 곳에 위치한 두 개의 무덤 곁을 지나 오솔길을 기분 좋게 걷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다다른다. 사방으로 유명한 오름이 훤히 보인다. 저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 섭지코지, 두산봉마저도 한 가족 같다.
안쪽으로 내려오면 편안한 산책길이 전망대까지 펼쳐진다 |
전망대에서 아래쪽을 보면 작은 오솔길이 보여서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 진입하면 안 된다.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서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 운 좋게 하산하더라도 한참을 돌아서 주차장으로 가야 한다. 왔던 길로 돌아서 입구에 도착하면 총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워낙 드라마틱한 풍경이 쉴새 없이 펼쳐지는 오름이라 그 시간이 무척 빠르게 흐를 것이라 확신한다.
제주 전역에서 가장 독특하고 험한 오름 중 하나일 게 분명하다 |
- 접근성 ★★
- 난이도 ★★★★
- 정상 전망 ★★★★
정상에 가져온 책 : 세계 10대 트레일 (이영철 저)
필자는 퇴직 후 네팔 안나푸르나를 시작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뉴질랜드 밀포드, 잉카 트레일,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등 전세계 유명 트레일을 모두 두 발로 걸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누구라도 갈 수 있다며 책을 통해 용기를 준다. 일정별 자세한 코스 소개와 인문학적인 장소 접근이 매우 매력적인 트레킹 안내서이다.
찾아가는 방법
동검은이오름으로 가는 길은 두 개가 있다. 자동차를 타고 높은오름 입구를 지나 2분 정도 더 가거나, 금백조로에 위치한 백약이오름 주차장에 차를 두고 500미터 정도 걸어서 문석이오름을 지나 동검은이오름 입구로 가면 된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찾는 이가 거의 없고, 길이 다소 험하기 때문에 가급적 동행과 함께 가기를 적극 추천한다. 송당리 서쪽의 서검은오름과 구분하기 위해 동검은오름으로 부른다.
주소 : [동검은이오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 70
[백약이오름 주차장]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산 1
주변에 갈만한 곳
풍림다방 : 송당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핸드드립 카페이다. 엔틱한 실내 분위기가 커피 맛을 더욱 향기롭게 만든다. 손님이 너무 많고 가격대가 다소 높은 게 흠이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동로 2254
- 시간 : 10:30~18:00 (화, 수 휴무)
곶자왈 동백동산 : 넓은 용암 대지 위에 동백나무 천연림과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조화롭게 우거져 있다. 남녀노소 걷기 편하며 지하 굴 사이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도 한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해설을 들으며 탐방할 수 있다. 숲 속 먼물깍 습지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보호하고 있다.
- 주소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 12 (선흘동백동산습지센터)
- 전화 : 064-784-9446
- 시간 : 09:00~18:00
- 입장료 : 무료
비자림 :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서식하는 단일 수종 세계 최대 규모의 숲으로 천연기념물 374호로 보호, 관리 중이다. 걷기에도 매우 편해서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으며, 비가 내리거나 안개 낀 날에 가면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
- 전화 : 064-710-7912
세화해변 : 코발트 빛이 무척 아름다운 해변이다. 예쁜 카페와 맛 좋은 음식점이 인근에 많이 생겼다. 인근의 세화민속오일장과 해녀박물관도 가 볼만 하다. 매주 토요일마다 등대 부근에서 '벨롱장'이라는 큰 규모의 플리마켓 장터도 열린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27
- 전화 : 064-728-7752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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