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영혼만 오세요! - 뮤지컬
매일 밤 열두 시, 사람들이 잘 때만 문을 여는 이상한 병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안녕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이별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슬픈 이별을 꼽자면 단연 ‘죽음’이 아닐까. 죽음은 떠나는 이에게도 남겨지는 이에게도 가장 어렵고, 가장 아프고, 가장 고통스러운 이별이다. 뮤지컬 <구내과병원> 은 이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랑하는 이와 마지막 안녕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작품이다.
혼수상태에 빠진 할머니의 병원비를 모으기 위해 하루하루를 아르바이트로 보내는 의대생 기준은 술에 취해 집으로 향하던 어느 날, 할머니와 비슷한 뒷모습을 한 사람을 쫓다가 우연히 <구내과병원> 에 오게 된다. 기준이 들어가게 된 <구내과병원> 은 겉보기엔 일반 병원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사실 엄청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이 병원의 환자들이 이미 죽은 영혼, ‘귀신’이라는 것! 어리둥절할 새도 없이, 기준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서 일하기로 결심하고, 그곳을 찾는 다양한 영혼들과 엮이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겪게 된다.
‘귀신’ 환자라는 이야기만 듣자면 어딘가 오싹하고 기괴하지만, <구내과병원> 에서 기준이 만나는 영혼들은 하나같이 푸근하고, 친근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한 때 우리의 곁에 있었던 ‘사람’ 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구내과병원> 은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존재와, 그 존재를 보내야 하는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준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영혼들과 만나 그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그들의 마음을 치유해준다. 그리고 작품은 그 과정을 통해 각자의 캐릭터들이 가진 사연을 하나하나 촘촘히 풀어내며 관객들에게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무게가 다소 묵직하기도 하고, 사건의 범위가 다소 광범위하기는 하지만, <구내과병원> 은 적절한 신파와 유머를 섞어가며 작품의 무게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거기에 구원장과 기준의 갈등구도, 구원장의 숨겨진 사연 등 흥미로운 사건이 더해지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구내과병원> 은 참신한 소재와 톡톡 튀는 기발한 상상력을 토대로 지난 2017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에 당선돼 그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이후 2년간의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초연답지 않은 탄탄한 작품성을 바탕으로 연일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촘촘한 서사 위에 힙합, 블루스를 오가는 다채로운 넘버, 자연스러운 애드립을 통해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껏 돋구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등이 더해져 완성도를 높여준다.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으로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착한’ 작품 <구내과병원> 은 오는 9월 1일까지 예스24 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글 | 임수빈 사진 | 기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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