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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폭파하다시피 없어"…기억에서 꺼낸 졸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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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제가 기억력이 워낙 안 좋아요. '정말 이걸 잊었나' 싶을 정도의 것들을 다 잊거든요. 그래서 기억력 보존 차원에서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진짜, 어렸을 때 기억이 정말 없어요. 초등학생 때 기억은 폭파하다시피 없고, 그래서 좀 위험하다 싶을 정도라서 일기를 열심히 쓰는 편이죠. 그래서 저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도 좋아하는 이유가, 처음 보는 것처럼 볼 수 있어서예요.(웃음)" (2016.06.03. '아가씨' 인터뷰 중)

배우 김태리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발한 작품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 종영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이어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까지 여름 극장가에서도 김태리의 새로운 얼굴을 계속해서 만나볼 수 있죠.


김태리의 시작에는 2016년 개봉한 영화 '아가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해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떠오른 김태리는 '아가씨' 이후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승리호'(2020)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채워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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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아가씨' 제작보고회를 통해 김태리가 공식석상에서 대중에게 첫인사를 하던 날에는 "지금 마음이 어떠냐"는 말에 "사실 좀 죽을 것 같아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죠.


'외계+인' 1부 개봉을 맞아 영화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태리의 행보를 바라보며 '아가씨' 당시부터 유독 발랄하고, 감정 표현에 거침없고 솔직하던 6년 전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해 '아가씨' 국내 개봉 전 칸국제영화제로 레드카펫을 밟고 왔던 김태리는 "비행기를 제가 많이 타 본 것은 아니지만, 여행 다닐 때 짧게 짧게 타볼 때면 직업란에 항상 '학생'이라고 적었는데, 칸에 갈 때는 'Actress'라고 적었었거든요. 그 때 기분이 좀 새롭더라고요"라며 남달랐던 감회를 털어놓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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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에게 앞으로 그리고 있는 계획에 대해 물으며 '계획적인 성격인 편이냐'고 말을 던졌습니다. 김태리는 "전혀 아니다"라고 웃으며 "일기는 좀 써요. 과거에 얽매이는 스타일이죠"라고 넉살을 부리며 "제가 썼던 일기를 읽는 것이 좋은 것이, 제가 기억력이 워낙 안 좋거든요. '정말 이걸 잊었나' 싶을 정도의 것들을 다 잊어서, 기억 보존 차원에서 쓰려고 해요"라고 말했죠.


'그럼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도 어려운 편이냐'라고 다시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기며 "그런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김태리는 "제가 겪은 일들이 진짜 기억이 잘 안나요. 정말 사소한 것이지만, 어떤 음식점을 가면 친구가 '여기 같이 왔었다'고 하는데 생각이 안 나요"라면서 "그리고 진짜, 어렸을 때 기억이 정말 없어요. 초등학생 때 기억은 폭파하다시피 없고, 그래서 좀 위험하다 싶을 정도라서 일기를 열심히 쓰는 편이죠. 그래서 저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도 좋아하는 이유가, 처음 보는 것처럼 볼 수 있어서예요"라며 까르르 웃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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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온라인에서는 김태리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는 그대로이지만, 두 눈을 가린 채 뭔가 사연이 있어보이는 아련한 느낌의 얼굴로 관심을 모았었죠.


흐릿한 기억력의 소유자 김태리이지만, 이런 졸업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은 또렷하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일 김태리는 '외계+인' 1부를 알리기 위해 최동훈 감독, 김우빈과 함께 MBC FM4U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 출연했죠. 이날 방송에서 DJ 김신영은 김태리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언급했고, 김태리는 "그 때 담임선생님이 '머리가 너무 긴데 이발 좀 하고 오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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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런데 제가 가난해서 그냥 찍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미용실에 안 가고 그냥 졸업사진을 찍어서, 이렇게 없어 보이게 나왔죠. 사진으로 봐도 가난해 보이게"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옛날에는 저 사진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고 말한 김태리는 "세상사가 마음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던 큰 사건이었어요. 이후에 어떤 동창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불우해 보이는 것 같아서 별로였는데,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처럼 봐주시는 것 같았죠. 저는 배우니까, 그렇게 봐주시니 행복했어요"라고 털어놓았죠.


신인 당시부터 김태리는 자신이 걸어가는 길의 방향성에 있어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싶다고 바라는 바가 있냐'는 말에는 "전혀 없다"며 "제가 어떻게 걸어 나갈지는 앞으로 계속 변화할 것이니까요"라고 당당하게 말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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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이기에 다소 미숙해보일 수 있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앞으로의 발전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 역시 6년 전부터 김태리에게 존재했던 마음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요. 그래도 저는 뭔가 하나하나를 거칠 때마다 또 배워가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계속 성장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초조해하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말고 그냥 천천히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라고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전하던 김태리는 올해 여름 '외계+인' 1부를 통해 관객과 꾸준히 소통을 이어갑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드라마 스틸컷, MBC 보이는라디오 방송화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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