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손석구…이유 있는 무대 진출
최근 연극, 뮤지컬로 진출하는 유명 배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 영화에서 보던 이들을 무대에서 직접 보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대중 매체에서 주로 보던 배우를 무대에서 보는 건 신선함을 준다. 배우 역시 매체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연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 무대 진출에 긍정적이다.
한 배우 관계자는 엑스포츠뉴스에 “배우들에게 공부도 많이 되고 스펙트럼을 많이 넓힐 수 있는 기회이자 창구다. 연극, 뮤지컬 무대가 쉽게 도전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잘 따라간다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배우 역시 매일 다르게 흘러가는 라이브한 무대를 통해 연기에 대한 원동력과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기뿐만 아니라 가창, 춤, 예능감 등 배우의 색다른 매력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어 좋다. 새로운 재능을 보고 여러 작품이나 예능, 영화, 광고도 파생되는 이점이 있어 배우에게는 값진 경험이자 좋은 기회"라고 짚었다.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대극장 규모로 올리는 작품의 경우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의 출연이 큰 힘이 된다. 아무리 좋은 대본과 좋은 스태프들이 모여 있어도 관객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나. 화제성 있는 배우들이 함께해 시너지를 내주는 것이 제작사 입장에서도 좋다. 관객들도 배우의 첫 도전에 궁금해해 관람하러 오는 일이 많다”이라고 밝혔다.
다만 “무대 연기에 처음 임하는 배우들 중 영화, 드라마와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매체 연기의 특성을 버리지 않고 기존 방식만 고집하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 김유정·정소민,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나란히 첫 연극 도전
김유정과 정소민은 첫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임하고 있다.
1998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가 원작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사랑으로 탄생했다는 유쾌한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한국 초연했다.
아역 출신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하며 성인 배우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김유정은 데뷔 20년 만에 연극에 도전해 관객과 직접 만났다. 최근작 ‘환혼’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해온 정소민 역시 데뷔 13년 만에 무대에 섰다.
두 사람 모두 남장 연기부터 마리 비올라 그 자체로 줄리엣을 연기하는 모습까지 새로운 매력을 엿보게 했다.
김유정은 "연극이라는 것을 굉장히 하고 싶었다. 내게는 꿈같은 존재였고 큰 무대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한 마음이 크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정소민은 "오랜 꿈이었다. 좋은 작품으로 꿈을 이뤄 행복하다. 걱정도 많았고 그만큼 설렘도 컸다. 데뷔 후 경험하지 못한 설레고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기쁜 마음을 내비친 바 있다.
◆ 손석구·최희서, 9년 만에 연극 동반 호흡
탄탄한 연기력으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대세로 활동 중인 손석구와 최희서가 연극 ‘나무 위의 군대’로 관객과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져 반가움을 산다.
최희서와 손석구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2014년 연극 ‘사랑이 불탄다’에서 손석구는 미술 감독과 남자 주인공을, 최희서는 연출과 여주인공을 맡아 호흡했다.
이어 9년 만에 무대에서 협연한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4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으로 6월 20일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린다.
두 사람 모두 연극 무대가 처음은 아니지만 주로 드라마와 영화로 친숙해 무대 위 모습에 기대가 모인다.
◆ 원진아, ‘파우스트’로 연극 문 두드려
원진아는 3월 3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하는 연극 '파우스트'를 통해 연극에 도전한다.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 악마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와 실수 앞에서 좌절하던 인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용을 담는다.
원진아는 젊은 파우스트와 위험한 사랑을 하고 가족과 본인 스스로 위험에 빠지는 순수한 여성 그레첸 역을 맡아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과 호흡한다.
“무대에서의 연기는 어떨까 궁금했고 마냥 꿈 같았다.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파우스트' 이야기를 들을 때 이건 무조건 하고 싶다는 이상한 욕망, 욕심이 생겼다”라며 연극에 도전한 계기를 밝혔다.
새로운 시도로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주위 배우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소감도 들려줬다.
◆ 다재다능 박진주, 11년 만의 무대 복귀
드라마, 영화, 예능을 종횡무진 오가는 박진주가 뮤지컬 관객까지 사로잡을 채비에 나섰다.
박진주는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2012) 후 ‘레드북’으로 10년 만에 무대에 서고 있다.
‘레드북’은 19세기 영국,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엉뚱하지만 당당한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청년 브라운이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레드북’이라는 잡지를 출간한 뒤 일어나는 사회적 파장과 그 파장으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른 시대의 통념과 편견에 맞서 나가는 이야기다.
박진주는 뮤지컬 베테랑 옥주현과 뮤지컬계에서 주연 배우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민경아와 안나 역에 트리플캐스팅돼 열연 중이다.
안나는 보수적인 19세기 영국에서 현실의 고단함을 발칙한 상상으로 견디고 미래를 꿈꾸는 주체적인 여성인데, 통통 튀는 매력의 소유자답게 이질감 없이 극을 이끌고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