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에도 비밀이 있어야 더 잘사는 이유
<완벽한 타인>영화는 일곱 명의 친구들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각자의 핸드폰에 착신되는 전화나 문자 내용을 전부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런 비밀도 없다고 호언장담하며 이 놀이를 제안한다. 그리고 다른 두 커플과 혼자 온 친구 한 명은 머뭇거리면서도 놀이에 응한다. 그 이후 한 시간 반 동안 적나라한 폭로가 이어진다.
일곱 명의 친구들은 모두가 저마다 비밀을 품고 있었다. 그 비밀이란 몰래 성형수술을 계획하고 바람을 피우는 등 말이다. 이 감독은 콜롬비아의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책에 나온 짧은 글귀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세 가지 삶이 있다. 공개적인 삶, 사적인 삶, 그리고 비밀스러운 삶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의 두려움, 불안, 실패 등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이 영화는 우리가 가장 친한 친구나 연인에 관해서도 그리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의 두려움, 불안, 실패 등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상대방이 내린 결정에관한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제노베제 감독이 내린 씁쓸한 결론은, 우리가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모든 비밀을 털어놓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모든 비밀을 공유하지 않는편이 좋다는 인상을 남기며 끝난다. 왠지 서글프다. 그렇다면 친구들은 절대 ‘완벽한 타인’ 이상의 존재가 되지 못하는 걸까?
솔직하고,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야
우정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람들이 친구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기 때문
네덜란드의 철학자 에라스무스는 『우신예찬Moriae encomium』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는 인물을 그렸다. 그는 개방성과 솔직함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고 봤다. 우정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람들이 친구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며 친구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로 타인처럼 구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는 이유
살다 보면 사람은 누구나 일을 그르치거나 잘못하곤 한다. 그런 주제에 타인의 실수를 지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른 사람의 실수나 실패에 너무 관심을 보이지 않는 편이 좋아보인다. 친구들이 서로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살아남을 우정이 얼마 없는 것은 아닐까. 즉 서로 타인처럼 구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친구같은 딸, 친구같은 동료, 친구같은 OO?
친구가 많을수록 가치가 줄어드는 아이러니
오늘날 우리가 거의 모든 관계에 친구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보니 그것은 본연의 의미와 가치를 잃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엄마와 딸은 가장 좋은 친구라고 하고, 회사 동료도 일할 때는 동료지만 회식할 때는 친구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교사가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가 많을수록 그들의 가치는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 저서에서 또 이렇게 말했다. “친구가 많고 모든 친구와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에게 친구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친구의 3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서로의 이득을 고려해 만나는 유용성을 따지는 친구다
직장 동료나 학교동창 같은 관계가 여기 속한다. 이런 관계는 유용성이 사라지는 순간 시들어버린다.
2. 편안한 즐거움을 나누는 친구
같이 스포츠를 즐기거나 콘서트에 가는 등 취미를 함께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우정이다. 이런 관계는 공통의 취미, 즉 즐거움이 사라지는 순간 사그라진다.
3. 가장 좋은 친구 사이, 바로 선을 지향하는 친구
이 우정은 서로가 잘되기를바라는 마음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서로에게 솔직히 충고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이런 친구를 많이 가질 수 없다.
당신은 어떤 친구인가? 또 어떤 친구들이 있는가? 당신의 인생에서 갖고 싶은 친구들의 유형은 어떤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