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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트래비 매거진

'Hello Hong Kong' 홍콩이 아름다운 이유에 대하여

다시 홍콩이 열렸고

그렇게 홍콩으로 스며들었다.

2023년, 지금 홍콩의 모든 것.​


SKYLINE

홍콩이 아름다운 이유에 대하여

홍콩 스카이라인을 두고 ‘아름답다’라는 묘사는 정말 따분한 표현이다. 당연한 소리기 때문이다. 홍콩은 도시의 밀도가 높다. 건물이 많기도 많고 높기도 높다. 홍콩에는 대략 9,000개가 넘는 고층 건물이 있다. 그중 4,000개가 넘는 건물이 100m 이상의 고층빌딩이다. 150m를 넘기는 건물은 대략 500개를 훌쩍 넘긴다. 아파트 1층 높이를 보통 3m로 본다. 150m 이상의 건물이라면 적어도 아파트 50층 정도의 높이가 되는 것이다. 물론 무작정 높다고 멋질 일이 아니고, 또 많다고 예쁠 일도 아니다. 아름다운 도시의 스카이라인이란 개성이 넘치는 동시에 ‘하나의 도시로 어우러지는 것’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홍콩은 도시 전체가 건축박물관이다. ‘세계건축의 격전지’라고 묘사하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이오밍 페이, 노먼 포스터, 시저 펠리, 헤르조그 & 드 뫼롱’ 등 현대 건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월드클래스 건축가의 작품이 지천이다. 그들의 예술적인 건축 기법은 홍콩에서 특히 더욱 도드라진다. 홍콩 정부가 제시한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그들의 개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2002년 4월에 홍콩에서 발효한 ‘스카이라인 규제 정책’은 도시가 ‘균형’을 이루는 데 중점을 두었다. 표면적으로 ‘규제 정책’이지만, 고층 건물을 신축 허가할 때 일률적으로 층수와 높이를 규제하지 않았다. 홍콩의 도심과 조화를 이룬다면 별다른 층수 제한을 걸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마천루가 홍콩에 들어서게 됐다.

개성 넘치는 홍콩 건물의 외관은 ‘풍수’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홍콩에서 ‘풍수’는 조언 그 이상의 믿음이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과거 개장을 앞두고 정문의 위치를 12도 정도 옆으로 옮겼다. 풍수 전문가가 ‘그렇게 하면 좋을 거다’라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디즈니랜드 내 건물이 하나씩 완공될 때마다 고사를 지냈고, 연회장 크기는 888m2로 맞췄다. 8이 행운의 숫자라는 믿음 때문이다.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홍콩 상하이 은행 본점(HSBC)’ 옥상에는 대포가 설치되어 있다. 살상을 위한 진짜 대포는 아니고 유지관리보수 크레인을 대포처럼 디자인한 것이다. 이 대포는 ‘더 뱅크 오브 차이나(BOC)’를 정조준하고 있다. ‘더 뱅크 오브 차이나’는 ‘이오밍 페이’가 설계한 건축물인데 홍콩에서 예외적으로 풍수지리적인 조언을 무시하고 지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대나무 죽순의 우아함을 삼각형 프리즘 모양으로 표현했다. 풍수적으로 날카로운 칼 모양의 모서리 부분에서는 나쁜 기가 분출된다고 한다. 이것이 ‘HSDC’의 대포가 ‘BOC’의 칼끝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다. 물, 바람, 햇빛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을 막지 않고 좋은 기를 살리려 애쓰는 것. 홍콩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정말 따분한 묘사지만, 홍콩의 스카이라인은 정말이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예술의 심장, 서구룡 문화지구

홍콩을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크게 4개의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홍콩섬, 구룡반도, 란타우섬, 그리고 신계. 이중 여행자가 가장 보편적으로 찾는 곳이 홍콩섬과 구룡반도다. 홍콩섬에는 ‘센트럴, 스탠리’ 등의 지역이 속하고 구룡반도에는 ‘침사추이, 몽콕’ 등의 지역이 속한다. 구룡은 광둥어로 ‘9마리의 용(카오룽)’을 뜻한다. 여기서 용은 구룡반도에 솟아오른 9개의 산봉우리를 지칭한다.

구룡반도의 북쪽과 동쪽은 대부분 주거지역이다. 남쪽에는 구룡반도에서 가장 번화가인 침사추이가 자리한다. 구룡반도의 서쪽은 최근 문화와 예술이 가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서구룡 문화지구(WKCD)’가 위치한다. 참고로 서구룡 문화지구는 바다에 흙을 메워 만든 간척지다. 새로운 땅 위에다 꽃을 피움으로써 그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 홍콩만의 문화적인 장소를 염원했다고 한다.

2023년의 홍콩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단연 ‘예술’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매년 홍콩에서 열린다. 올해는 3월23일부터 3월25일까지 개최됐다. 이것은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미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홍콩으로 모이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홍콩은 명실상부 글로벌 예술 시장의 허브이자 가장 트렌디한 아트 씬을 경험할 수 있는 예술 도시로 거듭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서구룡 문화지구가 자리한다.

서구룡 문화지구에는 201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굵직한 대규모 전시장, 공연장, 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지속적으로 들어서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M+ 뮤지엄, 고궁박물관, 시취센터 등이 있다. 그렇다고 서구룡 문화지구를 단지 ‘무엇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이라 이해하면 오해다. ‘문화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건너편으로 홍콩섬이 보이는 산책로를 따라 ‘아트 파크(Art Park)’가 펼쳐져 있다. 1970년까지 영국군의 군사기지로 사용되던 구룡공원의 푸릇함은 회색빛 홍콩의 번잡함을 씻겨 준다. 조깅을 하고, 책을 읽고. 낚시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낮잠을 청하다 이따금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깨어나는 공간이다.


서구룡 문화지구가 추구하는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다. 거닐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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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주소: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Tsim Sha Tsui, Hong Kong

Victoria Harbour

홍콩의 발상지, 빅토리아 하버

빅토리아 하버는 홍콩의 발상지다. 구룡반도와 홍콩섬 사이에 위치한 항구다. 영국의 식민지 당시는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국의 무역항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빅토리아 하버를 드나드는 국제 선박이 수천 척에 달한다. ​

빅토리아 하버를 따라 거닐면 홍콩의 스카이라인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가장 전통적인 하버의 전망은 침사추이 워터프론트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A Symphony of Lights)’를 감상하며 산책 삼아 홍콩 문화 센터, 시계탑까지 함께 둘러보면 좋다. 빅토리아 하버를 오가는 ‘스타페리’를 타 보는 것도 추천한다. 스타페리는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교통수단이다. 무려 1888년 12월부터 운항해 왔다. 스타페리를 이용할 경우 침사추이에서 센트럴 구간은 8분 정도, 침사추이에서 완차이 구간은 15분 정도 소요된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빅토리아 하버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하고 싶다면 ‘스카이100 홍콩 전망대(Sky100 Hong Kong Observation Deck)’도 좋은 선택지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ICC(International Commerce Centre)의 100층에 자리하는 전망대다.

빅토리아 하버

Admiralty, 홍콩

Avenue of the Stars

낭만의 산책, 스타의 거리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홍콩은 그야말로 동방의 할리우드였다. 홍금보, 성룡, 원표를 시작으로 장국영, 주윤발, 적룡까지. <중경삼림>, <무간도>, <영웅본색>, <홍콩의 연인>. 제목을 읊기만 해도 눈빛부터 그윽해진다. 그 시절 홍콩 영화에는 낭만이 있었다. ​

홍콩 침사추이 남쪽 산책로를 따라 할리우드의 ‘명예의 길(Walk of Fame)’을 본떠 만든 ‘스타의 거리’가 펼쳐진다. 홍콩 슈퍼스타의 핸드프린팅과 조각상을 통해 그 시절 홍콩 영화의 낭만을 되새길 수 있다. 스타의 거리는 총 457m 길이로 1982년에 조성되었다. 2019년 1월31일, 3년간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개장했는데 뉴욕 하이라인파크를 설계한 ‘제임스 코너(James Corner)’가 참여해 재설계했다. 빅토리아 하버를 따라 광범위하게 조경을 재정비했고 그늘과 앉을 자리를 대폭 늘렸다. 특수 조명 시스템을 설치해 일몰 이후에도 보행자 데크 아래쪽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소룡 동상과 매염방 동상, 그리고 ‘맥덜(McDull)’ 동상은 꼭 함께 둘러봐야 한다. 참고로 ‘맥덜’은 홍콩에서 가장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한쪽 눈에 갈색 점박이 무늬가 있는 아기 돼지인데, 주로 홍콩 서민층과 빈민층의 고된 삶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귀여우면서도 은근 먹먹한 감정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Ave of Stars​

주소: Tsim Sha Tsui Promenade, Tsim Sha Tsui, Kowloon, Hong Kong

Victoria Peak

홍콩 제일 전망대, 빅토리아 피크

높이 올라야 멀리 볼 수 있는 법.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 산(552m)이다. 홍콩섬과 빅토리아 하버, 그 너머 구룡반도까지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 오르는 것도 쉽다. 피크 트램(The Peak Tram)을 타고 산 정상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6분. 1,278m 길이의 선로를 따라 단숨에 396m까지 오른다. 피크트램은 1888년 영국 총독과 피크의 주민들을 위해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는 큰 파노라마 창을 장착한 6세대 피크트램이 운행 중이다. 오를 때는 오른편, 내려갈 때는 왼편에 앉아야 제대로 된 풍경을 촬영할 수 있다.

빅토리아 피크는 해 질 무렵 한 시간 전쯤 찾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 ‘스카이 테라스 428’에 올라 밝은 홍콩 전경을 한 번 감상 후 ‘루가드 로드(Lugard Road)’로 이동해 피크 트레일을 따라 15분에서 20분 정도 천천히 거닐자.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평탄한 길이다. 실시간으로 어둑어둑 해져 가는 홍콩을 오른편에 두고 간단한 트레킹을 거치면 전망대 2곳이 나온다. 한 곳에서는 중국은행타워(Bank of China Tower)를 정면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나무가 양옆으로 우거져 시야가 조금 가린다. 그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구룡반도와 홍콩섬, 바다를 두루 조망할 수 있다. 굳이 어딘지 찾지 않아도 된다. 정답에는 항상 사람이 몰리는 법이다.

빅토리아 피크​

주소: The Peak, Hong Kong

글·사진 강화송 기자,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홍콩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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