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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잘못 타는 기차란 없다

스위스가 하나의 우주라면, 산은 그 광활한 세계에 빛나는 별이다. 여행자는 질문한다. 별들을 여행하는 가장 옳은 방법에 대하여. 우주가 답한다. 별과 별을 이어 성좌를 만드는 건 기차의 역할이라고. 그리고 이토록 반짝이는 우주에서, ‘잘못 타는 기차’란 없다고.

스위스정부관광청 마틴 니데거(Martin Nydegger) CEO /곽서희 기자

스위스정부관광청 마틴 니데거(Martin Nydegger) CEO /곽서희 기자

Q ‘스위스 그랜드 기차 투어(Grand Train Tour of Switzerland)’의 유튜브 영상 조회 수를 보고 놀랐다. 2주 만에 5,000만회를 돌파했다. 웬만한 아이돌 뮤비급 파워 아닌가. 

A 지난 4월8일, 한국-스위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스위스 봄 거리 축제’의 개막식이 경의선 책거리에서 열렸다. 현장에서도 영상을 공개했는데 반응이 좋더라.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가 3년째 열연해 주고 있다. 올해는 특별히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Trevor Noah)가 함께 출연해 재미를 더했다. 아직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유튜브에서 시청해 보길 바란다. 조회 수에 1을 더해 주시길(웃음). 

Q 재밌어서 3번 봤다. 한 편의 단편영화 같더라. ‘스위스에서 잘못 타는 기차는 없다’란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A 사실이다. 스위스에서 잘못 타는 기차란 없다. 스위스 그랜드 기차 투어는 스위스 최고의 파노라마 기차 라인들을 하나의 독특한 루트로 묶은 것이다. 11개의 커다란 호수, 4개의 공식 언어권, 5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 스위스의 모든 볼거리와 랜드마크를 기차를 타고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구간은 ▲취리히-루체른-인터라켄, ▲인터라켄-츠바이짐멘-몽트뢰, ▲몽트뢰-비스프-체르마트, ▲체르마트-생모리츠, ▲생모리츠-티라노-루가노, ▲루가노-벨린쪼나-플뤼에렌-루체른, ▲루체른-생갈렌, ▲생갈렌-샤프하우젠-취리히 등 총 8개로 나뉘는데, 1,280km 내내 창문 밖으로 절경이 펼쳐진다. 정해진 방향이나 소요일은 없다. 그저 원하는 곳에서 올라타고 내리면 된다. 단언컨대, 스위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이코닉(iconic)한 투어다. 스위스 기차 여행이 낯선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Q 그렇게 홉온 홉오프(Hop-on Hop-off) 기차 여행을 한다면 교통비가 만만찮을 것 같은데.

A 스위스에서 그런 걱정은 기우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Swiss Travel Pass)가 있기 때문이다. 단 한 장의 티켓으로 기차, 유람선, 버스 및 트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대중교통 자유이용권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스위스 전역의 500개 이상 박물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도 할인받을 수 있다. 스위스 전국 일주 여행을 위한 필수품이다. 

슈토스(Stoos) 

슈토스(Stoos) 

슈토스(Stoos) 

Q 한국도 스위스 못지않게 ‘산 부자’ 나라다. 전 세대에 걸쳐 등산 애호가들도 많다. 그들에게 추천할 만한 스위스 등산 코스가 있는지.

A 슈토스(Stoos) 지역은 내가 스위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하이킹 장소다. 프론알프슈톡(Fronalpstock) 산기슭, 해발 1,300m 평원의 양지바른 곳에 자리해 있다. 가장 가까운 산은 프론알프슈톡 산인데, 케이블카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갈 수 있다. 1시간 30분 또는 2시간 정도면 누구나 쉽게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난이도다. 산에 오르면 10개의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파노라마 전망이 펼쳐진다. 숨 막히게 아름다워서 꼭 추천하고 싶은 지역이다. 

 엥겔베르그(Engel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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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엥겔베르그(Engelberg)

엥겔베르그(Engelberg)

Q 호수, 산, 평원…. 듣기만 해도 힐링되는 기분이다.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활동적인 여행자들을 위한 지역도 있을까?

A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다면 역시 엥겔베르그(Engelberg)가 적격이다. 루체른 호수 남쪽으로 25km, 고도 1,000m의 산악 계곡 지대에 위치한 지역으로, 암벽등반, 자전거, 골프, 하이킹 등 경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무수하다. 강을 따라서 작은 보트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노를 저으며 약 3,000m까지 나아갈 수 있는데, 매우 낭만적이다. 엥겔베르그는 가족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터보건 썰매, 보물찾기, 맨발 산책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들이 잘 갖춰져 있다. 

Q 스위스에선 ‘와일드한 액티비티=남성들의 전유물’이란 고정관념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100% 우먼 캠페인 등을 선보이는 것만 해도 그렇다. 스위스정부관광청이 ‘우먼 파워’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특별한 대답은 없다. 우린 기본적으로 스위스에서의 보내는 휴가에선 남녀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다. 여성에게 전형적으로 씌워지는 ‘블링블링’한 이미지(쇼핑과 스파를 좋아하는 등)를 파괴하고 싶었단 얘기다. 산악 등반과 같은 고강도 액티비티는 힘센 남성들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2023년엔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편견이다. 여성들만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1년에 오직 여성 산악인들만 모집해 알파인 팀을 꾸려 해발 4,000m 이상의 48개 산들을 등반한 적이 있다. 작년에도 스위스정부관광청 홍보대사인 배우 이시영씨를 포함해 80명의 여성 산악인이 해발고도 4,164m의 브라이트호른(Breithorn) 정상에 올라 세계에서 가장 긴 인간 띠를 만들었다. 올해 6월엔 전 세계 여성 미디어 관계자들을 초청해 ‘100% 우먼 사이클링 미디어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여성들이 누리는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 이러한 콘셉트를 유지해 가려 한다. 

Q 여행업계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또 하나의 트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스위스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A 이 말부터 하고 싶다. We don’t talk it anymore, we are doing it. 우린 더 이상 지속가능성을 ‘말하지’ 않는다. 실행에 옮길 뿐이다. 몇 년 전부터 단순히 보여주기식 마케팅 캠페인이 아닌,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예를 들어, 스위스 관광 업체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관광에 대한 기여도 및 헌신도에 따라 세 가지 레벨의 배지를 수여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누구나 스위스테이너블(Swisstainable) 인장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지난 125년간 우리는 산림법을 통해 스위스 전체 국토의 30%를 산림으로 보호해 왔고, 이 수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1인당 소비하는 유기농 제품의 양도 전 세계적으로 스위스가 가장 월등하다. 게다가 90%의 페트병이 재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보존하려 애쓰는 중이다. 그러니 자연을 가까이서 즐기며 정통적인 방식으로 현지 문화를 체험해 볼 것. 지역 생산물을 소비하며 한곳에 오래 머물러 볼 것. 이것이 여행자들의 몫이자 스위스만의 고유한 지속가능성 전략, ‘스위스테이너블’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가을 시즌 홍보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스위스의 가을은 환상적이다. 여름만큼 덥지도 않을뿐더러, 추수철이 되면 단풍잎이 온 산을 뒤덮어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어 낸다. 특히 산 정상에 올라가면 두 눈으로 멀리까지 청명하게 조망할 수 있다(여름에는 실안개가 자주 껴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스위스 그랜드 기차 투어에 대한 홍보도 지속할 예정이다.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기차를 통해 편안하게 스위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CEO의 Pick!

마틴 니데거 CEO의 단골 맛집 & 카페 3

1) 레스토랑 쉬니게 플라테(SCHYNIGE PLATTE)

쉬니게 플라테에 위치한 산장 레스토랑.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인데, 멋진 산 전망을 보며 스위스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2) 카페 앤 콘디토레이 1842(Café & Conditorei 1842)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취리히 카페. 홈메이드 초콜릿과 케이크 등을 판매한다. 빨간색 의자, 빨간색 페인트 벽 등 바로크 양식의 인테리어 덕에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긴다. 모든 층이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어 층별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3) 피셔즈 프리츠(Fischers Fritz)

취리히 호수 근처 카페. 낮에 한가롭게 점심을 먹어도 좋고, 가족들과 따뜻한 저녁 한 끼를 즐기기에도 완벽한 장소다. 신선한 생선 요리와 비텔로 톤나토(참치 소스를 곁들인 송아지 요리), 초밥 등 메뉴도 다양하고,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전망도 무척 아름답다. 

글 곽서희 기자

사진제공 스위스정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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