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진한 여름 섬, 비진도
통영시에는 570개의 섬이 있다. 이토록 많은 섬 중에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하나를 꼽으라면 두말없이 비진도다. 남해 특유의 맑고 파란 바다는 기본, 통영에서는 드물게 해수욕장을 품은, 비진(比珍)한 섬이다.
미인도전망대에서 바라본 비진도해변과 안섬 |
●비진도 여행의 시작점
내항마을
비진도는 견줄 비(比)에 보배 진(珍)을 쓴다. 보배에 견줄 만한 섬이란 뜻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붙여진 이름이란다. 섬은 풍경이 출중하고 해산물도 많이 난다. 워낙 가진 것이 많으니 당연히 보배로울 수밖에. 눈으로 본 비진도는 마냥 비진(比珍)한 섬이다.
통영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내항마을에 먼저 기항한다 |
비진도를 지도에서 보면 흡사 안경, 아령, 모래시계 등이 연상된다. ‘안섬’과 ‘바깥섬’이라 부르는 두 개의 섬 덩어리가 가늘고 긴 육계사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진도에는 내항과 외항, 두 개의 마을이 있고 총 200명이 안 되는 주민이 산다.
내항은 여전히 바닷일을 생업으로 하는 순순한 어촌마을이다 |
통영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내항에 먼저 기항한다. 내항은 어찌 보면 평범한 어촌 마을이다. 하지만 마을을 조금만 돌아보면 섬 삶의 애틋함에 감성이 촉촉해짐을 느끼게 된다. 산 아래 자락의 좁은 골목을 따라 가옥과 밭이 어깨를 기대고 앉았고, 그 끝에 2012년 폐교된 한산초등학교 비진분교장이 있다. 빈 운동장은 마을에서 가장 넓고 편평한 땅이다. 매물도가 그랬듯이 과거 비진도 사람들도 좋은 땅을 교육을 위해 썼다.
까꾸막고개 습지에서 만난 섬 달팽이 |
삶과 여행으로 나뉘는 내항마을과 외항마을의 경계 |
눈을 크게 떠야 찾을 수 있는 팔손이나무군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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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여덟 개
팔손이나무 자생지
내항마을과 외항마을은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대체로 섬 허리를 따라 놓인 완만한 길이지만, 대신 까꾸막이라 불리는 고개 하나는 넘어 줘야 한다. 이 길을 걸을 때 주의를 기울이면 팔손이나무 자생지를 발견할 수 있다. 팔손이나무는 두릅나뭇과에 속하는 상록수로, 큼지막한 잎이 7~9가닥으로 갈라져 마치 손바닥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비진도는 팔손이나무의 북방한계선이다. 그런 이유로 1962년 천연기념물 63호로 지정되었다.
비진도해변은 통영 섬에서 보기 드문 백사장을 가지고 있다 |
●남국의 바다가 넘실대는
외항마을 비진도해변
외항마을의 여름은 휴양지의 정취가 물씬하다. 화사한 지붕 색을 가진 가옥과 펜션들 너머로 남국의 바다가 펼쳐진다. 비진도해변은 해수욕장 자체만으로는 폭이 좁고 모래질도 고운 편이 아니다. 하지만 아쉬움을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운 바다가 이곳에 있다. 그리고 해변 양쪽으로 한쪽 면에는 몽돌, 또 다른 면에는 백사장이 펼쳐져 뛰어난 자연미를 자랑한다. 남북으로 길게 놓인 비진도해변은 한곳에서 일출과 일몰의 장관을 번갈아 감상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뷰 맛집이기도 하다. 한편, 외항 선착장에서 해변을 바라보면 가느다란 모래톱이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역시 꽤 괜찮은 사진 포인트다.
비진도 양면해변이 만들어 내는 특별한 한 줄 전망 |
비진도의 또 다른 정취, 외항마을 솔밭 |
●숲과 바다의 환상 케미
비진도 산호길
한려해상 국립공원 바다백리길 중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3코스 산호길이 비진도의 바깥 섬을 타고 흐른다. 산호길은 국립공원 탐방분소를 들머리로 312m의 선유봉을 돌아 내려오는 코스다. 탐방길은 걷는 내내 그늘 좋은 숲길과 산홋빛 바다가 번갈아 이어져서 때론 몸이, 때론 눈이 시원해진다. 스토리텔링과 전망을 고루 갖춘 스폿들을 만나는 것도 산호길의 재미다. 코스는 시계 반대 방향이 좋다. 치고 오르는 길이 시계 방향보다 비교적 완만하기 때문이다.
높은 파도가 치면 갈치가 널렸다는 설핑이치 갈치바위 |
산호길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비진암을 지나고 섬 모퉁이를 돌아설 무렵에 바다를 향해 솟은 절벽 하나가 등장한다. 태풍이 불 때 파도가 덮치면 바위 위 소나무에 갈치들이 걸렸다는 ‘갈치바위’다. 지형이 설피다(투박하고 거침)는 뜻으로 ‘설핑이치(이치는 해안 모퉁이의 순우리말)’라 부르기도 했다. 산호길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스폿은 노루강정전망대다. 강정은 해안의 바위 벼랑을 일컫는 말이다. 노루강정전망대는 거칠고 가파른 해안절벽이다. 오래전 섬사람들은 노루를 쫓아 이곳 벼랑 아래로 떨어뜨려 잡았단다. 비진도에는 이 밖에도 거시이(지렁이)강정, 깨강정, 비둘기강정, 수달피강정 등 정겨운 지명들이 많다.
까꾸막고개에서 바라본 비진도해변과 바깥섬의 잘룩한 풍광 |
비진도는 안섬과 바깥섬이 마치 여인의 가슴을 닮았다 해서 미인도라고도 불린다. 선유봉전망대에서 내려와 흔들바위를 지나고 산호길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 미인도전망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비진도해변과 안섬은 물론 그 너머 학림도, 미륵도, 한산도, 용초도, 추봉도 등 통영의 섬 무리가 수평선을 따라 겹으로 집결해 있는 모습을 조망 및 촬영할 수 있다.
울긋불긋 지붕 색이 조화로운 비진도 외항마을 |
▶여객선
통영항여객선터미널 비진도 내항, 외항
평일 3회, 주말 5회 운항 *여름 성수기 증편
▶FOOD & STAY
외항마을에 3~4곳의 식당이 있지만, 주로 여름철 성수기와 주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내항마을에는 과거 제주 출신의 출항 해녀들이 많이 살았다. 현재도 주변 해역에 해산물이 풍부해 만족스러운 민박 밥상을 경험할 수 있다. 슈퍼는 내항마을과 외항마을에 각각 1곳, 2곳이 있고, 펜션과 민박은 5곳, 23곳이 있다. 비수기 평일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으니 예약이 필수다.
좁은 골목 건너 넘실대는 바다가 펼쳐지는 비진도의 여름 |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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