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나왔어요
배달 어플 리뷰에 올라온 이물질 컨플레인. 식당을 운영중인 사장님이라면 등골이 서늘해질만한 상황인데요.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머리카락부터 시작해서 수세미, 벌레 등 그 종류도 다양하죠. 사장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 중 하나라는 음식 이물질 컴플레인. 음식 속 이물질의 기준이 무엇이고, 현명한 대처로 손님을 잃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요?
음식을 거의 다 먹고 이물질이 나온 경우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이물질이 나온 찝찝한 음식이고, 음식을 다 먹었기 때문에 항의하기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죠. 간혹 몇몇 사장님들은 "음식을 거의 다 먹었으니 음식값을 지불하라"라는 경우도 있는데요. "안 된다"라고 말하기 전에 음식에서 나온 이물질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60조 제1항에는 이물질에 대해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우선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해야 합니다. 인체에 유해, 손상, 혐오감을 주거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고, 섭취하기 부적합한 것은 모두 이물질에 해당합니다. 구체적으로 동물성, 식물성, 광물성 이물질로 구분되며 음식에 자주 나오는 머리카락, 철 수세미 등은 모두 이물질에 속합니다. 이물질이 나온 경우 음식을 얼마나 먹었느냐와 상관없이 환불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일종의 계약 관계입니다. 손님은 음식값을 지불하고, 식당은 그에 합당한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죠. 하지만,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면 식당은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 따라서 손님도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없죠. 즉, 음식값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물질이 확인된 상황에서 주인이 환불 요청을 거절한다면 손님은 한국소비자원에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주관하에 합의 권고나 분쟁 조정 등 절차를 거쳐야 하죠. 식당에서 이를 거절한다면 채무 불이행 또는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된 사례를 살펴볼까요?
식당에서 샐러드를 먹던 A 씨는 돌을 씹는 봉변을 당합니다. 이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약 2~3mm의 돌을 접시에 뱉는데요. 식당에서는 "죄송하다"라는 사과만 한 채 돌을 수거해갔습니다. 그런데 식당에서 "두 개의 어금니가 부러질만한 돌이 들어갈 리 없다"라며 "샐러드를 먹을 때 돌이나 이물질이 들어있는지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사고가 났다"라며 A 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에 A 씨는 약 1,4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맞소송을 제기하죠. 결과가 어떻게 났을까요?
재판부는 "식당에서 샐러드 안에 돌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지만, 사건 당시 어금니가 부러지는 것을 목격한 증인과 증언이 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식당이 주장했던 손님이 음식을 먹기 전 이물질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시했습니다. 오히려 식당에서 음식을 제공할 때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주의할 의무가 있는데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죠. 결과적으로 식당은 A 씨에게 치료비 약 500만 원과 위자료 등을 합해 총 97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정상적인 음식을 제공했는데 손님이 고의로 이물질을 넣는 건데요. 식당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겁니다. 이물질을 신고하는 것은 손님의 당연한 권리지만, 악의적으로 민원을 주장할 경우 형사처분으로 이어집니다. 자세히 알아볼까요?
고의로 음식에 이물질을 넣고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면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47조에 의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죠. "이물질이 나온 것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라고 협박해 돈을 받아냈다면 공갈죄가 성립됩니다.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죠. 금전적인 보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업장에 찾아오거나, 전화를 하는 등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면 업무 방해 죄입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진정한 사과와 공감이 필요
한 네티즌은 "음식을 먹다 이물질이 나왔는데 식당 주인이 어쩔 줄 몰라 하더라. 너무 미안해해서 오히려 내가 더 미안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들었으니 다음에도 방문할 생각이다"라는 글을 올렸고 많은 공감을 샀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죠. 음식에 이물질이 나왔더라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변명보다는 "죄송합니다"라는 진심 어린 사과와 실질적인 보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떡하죠"라고 손님에게 되묻는 것은 금물입니다. 손님이 사과를 받아들였다면 "이해해 줘서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건네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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