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우세요?"→"인사 안 받아" 방시혁 리더십 흔드는 민희진의 전략
방시혁 의장-민희진 대표/사진 = 하이브-어도어 |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간의 갈등이 초반전을 넘기면서 하이브는 '법적 대응'에 집중하는 반면, 민 대표는 '방시혁 흔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하이브가 법적 절차에 들어간 만큼 '방어'를 해야 하는 민 대표는 방시혁의 리더십을 흔들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희진 대표는 13일 한 매체를 통해 하이브에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취지로 보낸 메일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매체는 더불어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님들이 메일을 통해 '방시혁 의장이 멤버들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뉴진스를 홀대했다' 주장, 규탄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공개된 것이지만, 내부 이메일 공개는 민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내용 중 대부분이 하이브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게 방증이다.
민 대표는 그동안 방시혁 리더십 흔들기에 집중해왔다.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한 민 대표와 방 의장간 카톡 대화 내용도 그렇다. 뉴진스의 성공을 놓고 방 의장이 '즐거우세요?'라고 말한 내용을 공개함으로서 '방 의장이 뉴진스를 아끼지 않는다'는 프레임을 강화했다. '개저씨', 'XX새끼'등의 인신비하성 발언도 모두 프레임 강화의 연장선이라는 게 이 사태를 지켜보는 업계 중론이다.
법적 분쟁이 본격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서 또 나온 문제제기는 방 의장이 뉴진스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개저씨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프레임이다. 이 같은 지적들은 법적인 문제와 거리가 멀다. 방시혁은 뉴진스를 데리고 있을 리더가 아니라는 민 대표의 입장을 강화하는 도구인 셈이다. 대중의 마음을 잘 읽는 민 대표는 이 같은 부분을 반복적으로 강화하면서 방 의장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
민 대표는 자신을 향한 법적인 책임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영권 탈취 및 불법 경영 등 근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는 하이브의 주장에는 "그런 적 없다", "우리끼리 상상을 적었을 뿐", "직장인이 마음이 안 좋을 때는 무슨 생각을 못 하냐" 등의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무속인에게 어도어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넘기고 이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는 하이브의 문제제기에도 "아는 지인인데 무속인이다, 무속인은 불가촉 천민인가"라는 등의 감정적 대응을 내세웠다.
경영권 탈취 문제는 법적 분쟁 대상이다. 무속인 문제는 회사 채용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했기 때문에 추후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법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절묘하게 상황을 돌려 '개저씨' 프레임을 방 의장에게 씌워버렸다.
하이브 전략은 반대다. 법적 분쟁을 앞두고 감정적인 부분보다는 법적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 해임 절차를 포함해 다양한 법적 대응 도구를 들고 있는 건 하이브다. 자신의 무기를 쓸 수 있는 법적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하이브도 팬심을 잃고 있단 점이다. 엔터업계는 법적 결과 못지 않게 감정의 영역이 중요하다. 민심을 잃어버리면, 허울 뿐인 승리가 될 수도 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