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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기억될 순댓국, 을지로 전통아바이 순대

음식산문 #5

만화 <고독한 미식가>에는 먹는 행위를 컬트적이면서 숭고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보인다. 특히 1권 처음에 등장하는 도쿄의 다이토구 산야(산야:도쿄 도의 노동자 밀집지역)의 돼지고기 볶음 에피소드는 이 만화의 백미다. 이 에피소드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묵묵히 자신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만화 속의 거리는 묘하게 을지로 골목과 닮아있다.


을지로의 여름은 유난히 덥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스팔트의 복사열 사이로 공구상가의 노동자들은 신성한 노동을 한다. 쇳가루의 날카로운 냄새가 나고, 각종 기계의 파열음이 뒤섞인다. 이들이 등지고 일하는 골목에는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식당이 많다. 미식가에게는 노포 천국이라 불린다.


그 중 을지로 노포의 색을 가장 잘 나타내는 식당으로 손꼽히는 곳이 <전통아바이순대>다.


“삼촌, 나도 이제 쉬어야지.”


50년 넘게 장사를 한 <전통아바이순대>의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7월 23일부로 기약 없는 폐업소식을 전했다. SNS를 통해 폐업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이곳의 순댓국을 먹기 위해 삼복 더위에도 줄을 섰다. 메뉴는 단출하다. 점심에는 순댓국을 팔고 저녁에는 모둠 안주를 판다. 점심으로 순댓국을 먹는 사람들은 회사원이나 노동자가 대부분이고, 오후가 지나면 술꾼들이 모여 술국과 모둠 안주에 소주잔을 기울인다.


4인 테이블에 앉아 순댓국을 시키니 앞, 옆으로 모르는 중년남성과 대학생이 합석한다. 각자 깍두기와 새우젓을 받아들고 순댓국을 기다리는 동안 정적이 흐른다.


순댓국은 모든 재료가 조화롭다. 정교한 토렴으로 재료를 어우른 탓이다. 한 뚝배기 안에서 재료들이 따로 놀지 않는다. 특별히 간을 하지 않아도 국물은 밥알에 적당히 희석돼서 날카로운 맛 없이 간간하다. 진득한 국물 안에는 풀어진 밥알들이 편안하게 부유한다. 그 위로 야채순대가 푸근한 맛을 내면서 밑그림을 그리고, 잡내 없는 말끔한 내장들이 이 뚝배기의 표정을 만들면서 짙은 채색을 한다. 모든 재료가 구획되어 있지 않고 뚝배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회동하면서 한 그릇의 국밥이 낼 수 있는 최대의 맛을 낸다.

 

국밥 앞에서 모든 손님들은 집중해서 그릇을 말끔히 비워낸 후, 포만감 이상의 위안을 얻는다. 나도 매번 이 순댓국을 먹고 지친 도시의 삶을 위로받았다.


마지막 그릇을 비우며 그동안 먹은 것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니 사장님은 미안하다며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받아주신다. 다 먹고 가게를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그곳에 있을 것만 같은 묘한 감정이 들었다.

영원히 기억될 순댓국, 을지로 전통아

전통아바이순대의 순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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