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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 잡는 군인으로 돌아온 정해인의 대표 드라마

‘누나들의 원픽’ 정해인이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통해 남심까지 휘어잡고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D.P.]는 탈영병 체포 임무를 맡은 두 헌병대원의 눈을 통해 적나라한 군대 내 인권 유린 실태를 드러냄으로써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그간 순수하고 다정한 연하남의 대표 주자였던 정해인은 헌병대원 안준호로 열연하며 전혀 다른 장르에도 통하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을 하기까지, 정해인의 기존 출연작들이 그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삼총사 (2014)

2014년에 방영된 tvN [삼총사]는 프랑스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소설을 조선 시대로 각색한 이른바 ‘조선 낭만 활극’이다. 정해인은 같은 해 초에 방영된 데뷔작, TV조선 [백년의 신부]에서 주목받아 삼총사의 주역 중 한 명인 안민서 역을 꿰찰 수 있었다. [삼총사]는 정용화, 이진욱, 양동근, 서현진, 유인영, 박영규, 김명수, 김성민, 전노민 등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해 방송가와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당초 시즌제 액션 활극을 목표로 삼았던 기획에 비해 스토리가 소현세자·강빈 부부와 미령의 삼각관계에만 집중되면서 뻔한 K-드라마가 되어 버렸고, 시청률도 1~2%대에 머물면서 결국 후속 시즌 없이 종영하고 말았다. 작품은 아쉬움만을 남겼지만 정해인은 고운 외모에 극강의 성실함까지 갖춘 ‘꽃무사’ 안민서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이후의 발전을 예고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2017)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예지몽을 통해 만난 운명의 두 남녀가 공통적으로 얽힌 사건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현실과 판타지가 잘 조합된 드라마다. 정해인은 주연 커플 정재찬(이종석), 남홍주(배수지)와 마찬가지로 예지몽 능력을 가진 탓에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경찰 한우탁으로 출연했다. 우탁은 어린 시절부터 히어로가 되기를 꿈꿨을 정도로 순수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나, 한편으로는 히어로 같은 경찰이 되기 위해 자신의 적록색약을 숨긴 점 때문에 현실성 측면에서 꽤 많은 비판을 받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가 잦은 경찰 업무의 특성상 색약과 같은 이상 증상은 경찰 본인은 물론 다른 시민의 안전에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 어쨌거나 우탁은 주인공들의 조력자로서 악인을 처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정해인은 이러한 핵심 인물을 무난하게 연기하며 알찬 성장세를 보여 주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2017-2018)

신원호 PD-이우정 작가 콤비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중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기존 드라마들이 주목하지 않은 교도소 죄수들의 생활상을 다뤘다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의 독특한 분기점이 되었다. 이전까지 주로 선하고 밝은 배역을 맡았던 정해인이 드물게 깊은 그늘을 간직한 캐릭터를 경험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배역인 유정우는 부하를 때려죽이고 수감되어 세간에서 ‘악마 유대위’로 불리는 군인으로, 첫인상부터 차갑고 난폭한 범죄자로 보였다. 하지만 같은 방 수감자들과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거나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챙겨 주는 등 의외의 면모를 보이더니, 급기야 다른 부대원의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썼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자들의 엄청난 호감과 연민을 얻었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말이다. [D.P.]에서 정해인의 군인 연기가 빛을 발한 건 [슬기로운 감빵생활] 당시 유정우의 안타까운 상황에 제대로 몰입한 덕분이겠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2018)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정해인의 최고 인생작이라 할 수 있다. 4살 연상의 친구 누나 윤진아(손예진)를 불현듯 사로잡는 마성의 매력을 선보이며, 또 한 명의 국민 연하남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서준희는 불과 2개월 전에 종영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유정우와는 하늘과 땅처럼 다른 인물이나, 정해인은 맞춤정장처럼 어색함 없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속 정해인이 워낙 빼어난 존재였던 걸 생각해 보면, [D.P.]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연하남 타이틀은 배우로서 이미지를 하나로 고정시켜 버리는 일종의 족쇄 같았을지 모르겠다.

봄밤 (2019)

MBC [봄밤]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후 정해인을 다시 한번 국민 남친 반열에 올린 드라마다. 전작에서 손예진과 환상의 호흡을 맞췄던 정해인은 [봄밤]에서 한지민을 만나 우연인 듯 운명적인 첫 만남부터 흠잡을 데 없는 케미를 형성했다. 다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감독과 김은 작가의 작품이다 보니, 스토리와 연출 방식이 비슷해 식상하다는 혹평도 있었다. 그래도 종영 당시 타 방송사 드라마들을 제치고 수목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한 걸 보면 정해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계속 뜨거웠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봄밤]의 유지호는 과거의 사랑으로 인한 상처를 간직한 채 어린 아들을 키우는 미혼부라는 점에서 정해인의 이전 배역들과 차별화된다. 팬들 눈에는 그가 미혼부이든 아니든 아무 문제도 없을 정도로 완벽한 남주로 보이겠지만 말이다.

에디터 봄동: 책, 영화, TV, 음악 속 환상에 푹 빠져 사는 몽상가. 생각을 표현할 때 말보다는 글이 편한 내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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