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까지 매혹시킨 박서준의 대표 드라마 6
글. 봄동
지난 6월, 말 그대로 ‘뜬금포’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계 관계자의 말을 빌린 다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배우 박서준이 [캡틴 마블]의 2편 [더 마블스]에 캐스팅됐으며, 해당 영화의 촬영을 위해 올 하반기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그가 네티즌의 추측대로 [더 마블스]에서 마블 코믹스의 한국계 히어로 아마데우스 조를 연기할지, 아니면 다른 히어로 또는 빌런을 맡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박서준에게는 일생일대의 경사임에 틀림없다. 더 많은 해외 팬들을 만나게 될 박서준이 마블의 눈도장을 받기까지 어떤 작품을 만났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자.
금 나와라, 뚝딱! (2013)
이미지: MBC |
박서준은 데뷔 1년 만에 MBC 주말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 출연하며 시청자에게 자신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그가 맡은 박현태는 재벌가 막내아들이자 주인공 박현수(연정훈)의 이복동생이다. 초반만 해도 신혼여행에 내연 관계인 미나를 데려가는 밉상 행동으로 ‘등짝 스매싱’을 유발하는 유발하는 망나니였다. 하지만 내면에 가족사로 인한 아픔과 여린 본심을 감춰둔 현태는 아내 정몽현(백진희)에게 점차 연민에 기반한 애정을 느끼고, 엔딩에서는 아예 가족 바보로 변하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신인이었던 박서준은 이처럼 복합적인 인물을 특유의 반항적이고 능글맞은 소년미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지금도 그와 백진희의 ‘현몽 커플’이 [금 나와라, 뚝딱!]의 최고 커플로 종종 회자될 정도로 박서준의 초기 이미지가 잘 정립된 작품이다.
킬미, 힐미 (2015)
이미지: MBC |
MBC [킬미, 힐미]에서 박서준은 자칫 병풍이 되기 쉬운 서브남주 캐릭터 오리온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잘 살려냈다. 특히 쌍둥이 동생(사실은 남남) 오리진(황정음)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동생 놀리기에 재미 들린 전형적인 오빠의 모습을 보여주며 “얼굴 빼면 둘이 현실 남매”라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사랑이라는 백신으로 상처를 치유한다’는 극의 모토답게 리온은 리진과 차도현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마음 속 응어리를 말끔하게 해소하고 남자로서, 작가로서 성장하는 결말을 보여준다. 비록 리온이 도현의 여성 인격인 안요나에게 마지막까지 원치 않는 애정공세를 당하며 굴욕 속에 퇴장하기 했지만. 어쨌거나 [킬미, 힐미]는 ‘속 깊은 깐죽이’ 역할을 통해 박서준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그녀는 예뻤다 (2015)
이미지: MBC |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박서준은 킬미, 힐미의 황정음과 커플로 재회했다. 그가 맡은 지성준은 ‘지랄준’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주변에 엄격하고 냉정한 잡지사 부편집장이지만, 사실 어린 시절의 첫사랑 김혜진을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츤데레 순정남이다. 박서준은 황정음과의 익숙한 듯 새로운 케미스트리를 통해 잘 나가는 배우의 필수 코스인 차도남 연기를 능숙하게 해냈다. [그녀는 예뻤다]는 중국에 이어 최근 일본에서도 리메이크될 정도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는 ‘예쁘지 않은 여자 주인공’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 황정음의 대체불가 아우라와 더불어, 극중 혜진을 위해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트라우마까지 극복한 박서준의 지고지순 매력이 만인에게 통한다는 증거.
쌈, 마이웨이 (2017)
이미지: KBS |
박서준에게 KBS [쌈, 마이웨이]는 전작에서 미처 선보이지 못한 코믹 본능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었던 기회의 장이었다. 주인공 고동만은 어릴 적 잘못된 판단으로 국가대표 선발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 격투기 선수로, 그의 성장기는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고군분투 중인 동년배 청춘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박서준은 동만 역을 통해 기존의 도련님 이미지를 말끔히 벗고 리얼한 생활 연기를 터득하며 배우로서 큰 한 걸음을 도약했다. 상대 배우 김지원과 투닥거리는 친구 사이에서 점차 듬직한 연인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로코물의 황태자 자리를 더욱 굳힐 수 있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2018)
이미지: tvN |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정경윤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웹소설을 각색한 오피스 로맨스다. 박서준이 ‘노빠꾸’ 직진남 이영준 역으로 캐스팅됐을 당시 “원작의 차가운 이미지와 안 맞는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전까지 박서준의 배역은 대부분 ‘댕댕이’처럼 귀엽고 따뜻한 남자들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박서준은 퇴사를 위해 극강의 철벽을 친 비서 김미소(박민영)를 한시도 내버려 두지 않는 이영준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웠다. 황정음에 이어 또 한 명의 로코퀸 박민영과 호흡을 맞춤으로써, 박서준은 어떤 상대와도 최상의 케미를 선보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태원 클라쓰 (2020)
이미지: JTBC |
JTBC [이태원 클라쓰]는 앞서 소개된 로맨스 위주의 작품들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박서준 최고의 인생작이다. 물론 얽히고설킨 러브라인은 있지만, [이태원 클라쓰]의 진정한 주제는 밑바닥을 딛고 날아올라 악에게 선으로 복수하는 박새로이의 역전 인생 그 자체였다. 극중 박새로이가 철천지원수인 장가의 연이은 방해공작에 시달리면서도 ‘소신’을 지키며 내뱉은 대사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가령 3회에서 단밤 포차가 영업정지를 당한 후 타협을 요구하는 조이서(김다미)에게 새로이가 외친 “지금 한 번! 지금만 한 번! 마지막으로 한 번! 또, 또 한 번! 순간엔 편하겠지. 근데 말이야, 그 ‘한 번’들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라는 말은 보는 이들에게 한순간이라도 나태해지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만들 정도. 이처럼 [이태원 클라쓰] 방영 내내 정의의 가치를 관철시킨 새로이가 있었기에 박서준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새로운 자리를 차지한 게 아닐까?
에디터 봄동: 책, 영화, TV, 음악 속 환상에 푹 빠져 사는 몽상가. 생각을 표현할 때 말보다는 글이 편한 내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