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빼서 주고픈 마성의 남자 이동욱의 매력은 ‘도깨비’에서 이미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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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캐릭터인 꼬리 아홉 달린 신수(혹은 요괴) 구미호는 유독 대중 매체에서 큰 사랑을 받는 존재다. 주로 인간이 되고 싶어 한이 맺힌 ‘팜므파탈’로 묘사된 구미호는 최근 tvN [구미호뎐]을 통해 ‘옴므파탈’로 재탄생, 미묘하게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홀리고 있다. 남성 구미호의 경우 이승기·배수지 주연의 2013년도 MBC [구가의 서]에서 먼저 다뤄진 바 있으나, [구미호뎐]에서 이동욱이 맡은 주인공 이연은 말 그대로 ‘간을 빼서 주고 싶어지는’, 더욱 위험한 마성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이동욱의 이러한 대체불가 마성은 사실 tvN의 히트작 [도깨비]에서 한국 드라마 사상 전무후무한 저승사자를 연기하면서 이미 완성되었다.
전통적 소재에도 이질감 없는 서구적 외모의 저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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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처럼 사극의 단골 주조연으로 굳어진 저승사자는 소름 끼치게 창백한 얼굴, 시커먼 갓과 두루마기, 죽을 때가 된 인간을 절대 놓치지 않는 엄격한 성격이 트레이드 마크다. 반면 [도깨비]의 ‘저승이’는 검은색 페도라와 더블 브레스트 슈트로 세련된 멋을 뽐내고, 인간과 접촉 시 상대의 전생을 보며 고통을 느끼는 게 싫어 타인의 손에 닿는 걸 필사적으로 피하는 등 성격이 꽤나 여리기도 하다. 거기다 이동욱의 조각 같은 입체적인 이목구비는 ‘저런 저승사자라면 내 목숨을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신(死神)의 이미지를 180도 바꿔 놓았다. 이처럼 전통 설화의 현대적 재해석에 성공한 [도깨비] 덕에 이동욱은 남성 구미호라는 다소 낯선 캐릭터까지도 200% 소화할 수 있는 만능 배우로 성장한 셈이다.
전생에 사로잡힌 슬픈 순정남 연기, 이동욱의 ‘로맨스 왕’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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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외모로 데뷔 때부터 남다른 주목을 받았던 이동욱의 필모는 처음으로 그를 한류 주자로 만들어준 [마이걸]을 비롯해 [달콤한 인생], [여인의 향기], [풍선껌] 등 다채로운 로맨스 드라마로 가득하다. 이동욱 본인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으나, [도깨비]가 그의 배우 인생에 또 하나의 큰 분기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도깨비]의 저승이는 전생에 오해로 죽인 아내의 환생인 써니와 다시 사랑에 빠지고, 충격적인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후에는 써니의 행복을 빌며 그의 기억에서 자신을 포함한 슬픈 과거를 전부 지우는 등, 극을 깊은 파국으로 끌고 가는 진짜 중심축이었다. 이전의 이동욱표 남주들보다도 훨씬 고차원으로 느껴지는 저승이, 아니 왕여의 처절한 순정은 국내와 해외를 통틀어 수많은 팬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사랑의 다양한 빛깔을 보여주며 최고의 로맨스 장인으로 자리매김한 이동욱이 [구미호뎐]에서는 조보아와의 운명적인 관계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도깨비와 저승이, 남남 브로맨스의 알짜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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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아련하고 애틋한 남녀 간 로맨스와 아울러 [도깨비]의 재미를 높였던 요소는 바로 극중 도깨비 공유와 저승이 이동욱의 호흡이었다. ‘빤스송’과 말 피 공격으로 도깨비의 멘탈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저승이, 그리고 저승이와의 텔레파시도 잊어버린 채 은탁에 대한 설렘을 속으로 되뇌는 도깨비 때문에 괴로워하는 저승이. 두 남자의 티격태격 케미는 작품의 초반 분위기를 살리고 시청자에게 행복한 미소를 선사한 일등 공신이었다. 물론 둘의 훤칠한 키와 준수한 미모가 맞물려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도깨비]에서 맛깔나게 펼쳐진 이동욱의 브로맨스(?)는 [구미호뎐]에서는 김범이 맡은 이복동생 이랑과의 애증이라는, 전혀 다른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한층 더 물이 올랐다. 이연-이랑 형제의 질긴 악연이 도깨비-저승이 콤비처럼 슬프면서도 행복하게 해소될지, 아니면 둘이 동귀어진하는 철저한 새드엔딩으로 풀릴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다.
글. 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