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조폭 아닌 '마성의 무당'! 스펙트럼 장난 아니게 넓은 배우 박성웅의 영화들.zip
글. 곰솔이
이미지: 판씨네마(주) |
드라마 [태왕사신기] ‘주무치’를 시작으로 [에덴의 동쪽], [제빵왕 김탁구], [각시탈] 등 그 당시를 대표하는 드라마들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얼굴을 알린 박성웅. 그는 영화 [신세계] ‘이중구’로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으며 더욱 넓은 스펙트럼 연기를 선보였다. 2015년에는 [무뢰한]과 [오피스], 주연을 맡은 두 편의 영화가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배우로서 탄탄한 커리어도 쌓아가고 있다. 최근 [인질]에서 ‘박성웅’이라는 본인 자신을 연기했고, 특별 출연한 [헌트]에서도 짧은 분량이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새로운 연기에 도전했다. 영험한 능력 덕분에 과거 잘 나갔던 무당이었으나, 이제는 신보다 술과 더 친한 사이가 된 인물을 연기한 영화 [대무가]로 관객들을 찾아온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오며 연기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는 박성웅. 오늘은 그의 영화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궁금하다면 주목하길 바란다.
신세계(2013) – 이중구 역
이미지: (주)NEW |
이전까지 조연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던 박성웅 배우를 관객들의 뇌리에 확실히 꼽은 영화를 말하자면,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이 영화가 아닐까? “살려는 드릴게”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등의 명대사를 남긴 영화 [신세계]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신세계]는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얽힌 세 남자 사이의 음모와 의리, 배신을 그린 범죄 드라마이다. 국내 46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임에도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신세계]에서 박성웅은 범죄조직 골드문의 상무이사이자, 조직 내 서열 4위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중구’ 역을 맡았다. ‘이중구’는 20년 이상 조직에 소속된 인물인 만큼, 박성웅 배우는 해당 캐릭터를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으로 깊이 해석하여 강렬한 연기를 선사했다. 실제로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박성웅은 [신세계]에서 가장 의리있고 좋은 사람이 ‘이중구’라고 주장할 정도로 조직을 향한 의리와 자신만의 신조가 있는 캐릭터를 흡입력 있게 만들었다. 덕분에 박성웅은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국내 유명 영화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오랜 무명 세월을 딛고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오피스(2014) – 최종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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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신세계]에서의 모습이 강해서인지, 박성웅은 악역 캐릭터만 맡아온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에 있는 캐릭터를 종종 연기하기도 했었다.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영화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영화는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평범한 회사원이 다시 회사로 출근한 모습이 CCTV 화면에서 발견되고, 그 후 회사 동료들에게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이다. 칸은 물론, 당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오피스]에서 박성웅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형사이자, 김병국 과장 일가 참살 사건을 맡아 수사하게 된 ‘최종훈’ 역을 맡았다. 형사라는 직업 답게, ‘최종훈’은 사건을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파헤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때문에 박성웅은 작품의 미스터리를 관객들과 가장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한다. 그의 열연 덕분에 보는 이는 더욱더 사건의 진상에 집중하게 되고, 이를 박성웅이 치열하게 내보이면서 극적 재미를 높인다. [신세계]의 잔상(?) 때문에 마지막까지 그를 의심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꾼(2017) – 곽승건 역
이미지: (주)쇼박스 |
다양한 인물들이 한 곳에 모여 승부를 벌인다는 설정은 그만큼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기꾼을 잡기 위해서 오히려 사기를 벌이겠다는 인물들이 한데 모인 [꾼]도 그러한 영화 중 하나이다. 선수(?)들의 유쾌한 한탕을 그린 [꾼]은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최정예 멤버들,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 오락 영화이다. 개봉 당시 401만 명의 관객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꾼]에서 박성웅 배우는 잘 나가는 사업가이자, 사기꾼 잡는 이들의 미끼가 될 투자꾼 ‘곽승건’ 역을 맡았다. ‘곽승건’은 사업에 있어서 철두철미하여 절대 호락호락하게 봐서는 안 될 내공을 소유한, 그렇지만 유혹에는 약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 때문에 박성웅은 자신을 노리는 이들의 거짓 술수도 간파하는 캐릭터의 특징을 아주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여기에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허당 같은 모습도 드러내며 소소한 웃음을 건넸다. 영화에 등장한 캐릭터 사이에서도 유독 예측이 불가능한 인물을 연기하여 극의 흥미를 자아냈다.
내안의 그놈(2018) – 장판수 & 동현 역
이미지: TCO(주)더콘텐츠온 , (주)메리크리스마스 |
이전까지 박성웅은 작품 속에서 악역 혹은 무거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지금까지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내안의 그놈]에서 사랑에 목마른 중년 남성의 캐릭터는 물론, 한 순간에 몸이 바뀌어 고등학생이 된 역할도 유쾌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연한 사고로 영혼이 뒤바뀐 아저씨 ‘판수’와 고등학생 ‘동현’의 이야기로, 동현의 몸으로 자신의 첫사랑이던 ‘미선’과 존재조차 몰랐던 자신의 딸 ‘현정’을 만나게 된 판수의 황당한 상황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내안의 그놈]에서 박성웅 배우는 엘리트 출신의 조폭두목 ‘장판수’와, 영혼이 뒤바뀌는 사고로 고등학생이 된 ‘동현’도 연기했다. 그야말로 같은 외모로 완전히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한 셈이다. 이 때문에 박성웅은 두 인물의 특징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조폭 두목 판수일 때는 [신세계]의 이중구를 보는 듯한 카리스마로, 고등학생 동현일 때는 이전과는 다른 귀엽고 약한 모습으로 언밸런스한 재미를 자아냈다. 영화는 다소 흔한 영혼체인지물이라는 반응도 있었으나, 각각 다른 인물을 연기한 진영과 박성웅의 열연이 웃음을 유발하며 191만명이라는, 알짜배기 흥행 성적을 거뒀다.
오케이 마담(2020) – 오석환 역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신세계]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시작으로 [내안의 그놈]으로 반전 매력을 보여준 배우 박성웅은 사랑꾼이라는 캐릭터를 유쾌하게 선보이며 많은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지기도 했다. 엄정화와 함께 주연을 맡은 [오케이 마담]에서 말이다. 코미디 영화 [오케이 마담]은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난데없이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으로 구출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오케이 마담]에서 박성웅 배우는 사랑하는 아내 미영이 세상의 전부인 철부지 남편 ‘오석환’ 역을 맡았다. ‘석환’은 현재 전자 수리점을 운영하며 꽈배기 상점을 운영하는 미영과 함께 사는 애처가 캐릭터. 아내 역을 맡은 엄정화와 함께 빚어내는 부부 케미가 이야기의 재미를 책임졌다. 극중 등장인물이 보이는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설정상, 박성웅 또한 애처가로서의 모습 외에도 뜻밖의 경력이 있었고, 거기서 뿜어 나오는 카리스마가 반전 매력으로 다가왔다. 다만 아내와 딸을 구하고 상황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꽤나 어설퍼서(?) 웃음을 유발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