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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we go #붉디붉은 겨울 신안

Here we go #신안

내 계절을 물으러

붉디붉은 겨울 신안

잠시 숨을 고르고 너를 가만히 바라본다.

신안의 하얀 겨울을 밝히는 이 꽃의 이름은 애기동백.

때도 모르고 기다린 마음 화답하듯 한겨울 피어난 애기동백이 붉디붉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애타게 기다린 애기동백이야

옷깃을 잔뜩 세운다. 주머니 깊숙이 손을 찔러넣는다. 내어줄 것 하나 없다는 듯 잔뜩 웅크린 채 사람들은 제각각 걸음을 재촉한다. 꽃을 찾아 날갯짓 쉼 없던 벌과 나비도 한겨울 추위에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애기동백은 이런 겨울에 피어난다. 웅크린 마음 다독여주려고. 추위 속에서도 꽃이 필 수 있다고 온몸으로 말한다. 겨울 어느 날, 전남 신안 압해도의 ‘천사섬 분재공원’을 찾았다. 송공산 자락에 깃든 공원에는 3km에 걸쳐 애기동백이 군락을 이룬다.

이 밖에도 분재원, 미니수목원, 생태연못, 저녁노을미술관, 유리온실 등을 갖추었는데 규모가 12만2340㎡(약 3만7000평)에 이른다. 햇살연못과 꽃정원을 지나 애기동백숲길을 걷는다. 가죽처럼 단단하고 윤기가 흐르는 초록 잎들 속에 크고 맑은 붉은 꽃이 만개했다. 주머니 깊숙이 찔러넣은 손은 밖으로 나온 지 오래. 이 겨울 피어난 애기동백이 어여쁘고 신비해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이 각도에서 찍어도, 저 각도에서 찍어도 사진에 재능이 없는 기자 눈에는 실제로 보는 것이 최고로 예쁘다.

‘동백보다 가히 작아보이진 않은데 왜 애기동백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애기동백은 동백하고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애기동백은 겨울바람 속에서도 꽃잎을 활짝 열어 세상 구경을 한다. 이름은 애기지만 당차다.” 애기동백은 동백보다 개화 시기가 빠르다. 11월부터 1월 말까지 꽃을 피운다니, 겨울 내내 동백을 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동백은 보통 2월부터 꽃을 피운다. 애기동백은 겨울바람 속에서도 꽃잎을 활짝 열어 세상 구경을 한다. 이름은 애기지만 당차다. 멀리서 보면 색이 진한 무궁화 같기도 하고, 해당화처럼도 보인다. 단 무궁화나 동백과 달리 꽃잎이 하나씩 진다. 동백이 통꽃으로, 그 모습 그대로 고개를 떨어뜨리는 것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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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동백 앞에 ‘애기’라는 접두어가 붙게 된 자연적 이치를 발견한다. 애기동백은 꽃잎이 얇고 활짝 열리며 피어나는 탓에 늦겨울이 아닌 초겨울부터 피어나는 것이다. 또한 ‘애기’는 있어도 ‘엄마’ 동백은 없다. 애기동백 자체가 독립된 동백으로서 겨울을 나는 이유일 것이다.

오는 1월 31일까지 분재공원 내에 자리한 저녁노을미술관에서는 애기동백을 주제로 한 회화전이 개최된다. 13명의 작가가 그린 애기동백은 똑같은 모습이 하나도 없다. 실재하는 애기동백과 마음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온 애기동백이 새 생명을 얻은 듯 다채롭고 환하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이 아름다운 회화전을 온라인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니 고맙고 반가운 마음 대신 전한다. 저녁노을미술관의 북카페 너머로 일몰의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분재공원의 정상 부근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분재공원 전망대에서는 다도해, 이른바 바다정원이 큰 집의 마당처럼 가깝고도 넓게 펼쳐진다. 저기 신안의 푸른 바다에 크고 작은 섬이 떠 있다. 오늘은 어디까지 다녀오셨을까? 오고 가는 배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던 해님이 수평선으로 점점이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본다. 붉은 애기동백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찬란한 시각을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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