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낮에도통영다움, 아름다움
한 도시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꼬박 하루가 필요하다. 통영이 그러하다.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선정된 통영의 밤부터 문학·음악·그림이 춤추는 낮까지, 고성반도 끝자락 바다 마을의 하루를 담았다.
통영대로 야경 |
일몰에서 자정까지, 통영의 밤
‘동양의 나폴리’. 통영을 설명하기에 부족함 없는 문구지만 이제는 하나를 추가해야 할 듯싶다. 밤‘도’ 아름다운 도시, 통영. 지난해 통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제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지정됐다. 홍콩의 ‘심포니 오브 라이트’라든지 호주의 ‘비비드 시드니’에 버금가는 통영만의 야간관광 콘텐츠를 발굴해 국내 대표 야경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통영시의 의지가 높게 평가받았다.
통영 야경 투어를 시작하는 장소로 달아공원만 한 곳이 없다. 미륵도 해안을 일주하는 23km의 산양관광도로(산양일주도로) 중간 지점으로, 국내 최고의 일몰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달아’는 이곳의 지형이 마치 코끼리의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데, 지금은 ‘달 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도 쓰여 뜻마저 낭만적이다.
국내 일몰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달아공원 일원 |
바다를 보는 정자, 관해정(觀海亭)에 오르니 때마침 낙조가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다도해를 수놓은 크고 작은 섬이 꽃이 돼 떠오른다. 미륵도에 왔다면 동백나무 가로수가 가득한 산양관광도로를 달려야 한다. ‘동백로’라고도 불리는 이 일주도로는 동백꽃이 만개하는 2~3월 놓치지 말아야 할 드라이브 코스다.
통영 야경의 중심부인 통영대교(통영운하) 일대. 밤이 되면 통영해저터널부터 충무교~통영대교에 이르기까지 약 1km에 달하는 거리가 무지갯빛으로 반짝이고, 데칼코마니처럼 투영되는 불빛이 밤바다에 넘실거린다.
통영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충무교 일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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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대교 야경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충무교에 오르면 된다. 은은하게 빛나는 충무교 자체도 아름답지만,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는 통영대교와 양옆으로 뻗은 통영해안로·미수해안로를 감상하기 제격이다.
통영대교를 뒤로하고 도보로 약 5분 거리, 통영해저터널 입구가 은은한 빛을 뽐낸다. 1932년에 만들어진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로, 당시 통영 내륙과 미륵도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이를 증명하듯 양쪽 입구 현판에는 ‘용문달양(龍門達陽)’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용문(해저터널)을 거쳐 산양(미륵도)에 통하다’라는 뜻이다. 483m 길이의 터널을 걷는 동안 해저를 가로지른다는 사실이 새삼 묘하게 느껴지고, 90년 넘게 통영을 지켜온 터널의 존재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디피랑의 반짝이는 숲 |
강구안을 내려다보는 남망산에서는 야외 테마파크 디피랑(DPIRANG)을 만날 수 있다. 일반 미디어아트와 달리 남망산의 야외 지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 입구에서 디피랑의 수호신 피랑이를 따라가면 살아 숨 쉬는 벽화, 춤추는 나무, 별이 쏟아지는 하늘이 펼쳐진다.
포토존이 따로 필요 없을 만큼 정교하게 조성된 스폿들과 라이트 볼을 활용한 깜짝 체험도 감상 포인트. 해가 진 이후인 오후 7시 30분(봄철 기준)부터 운영해 낮 관광을 마친 후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동피랑 마을 벽화 |
예술을 타고 흐르는, 통영의 낮
눈이 호사를 누린 밤을 지나 예술에 취할 시간이다. 케이블카·벽화마을·자연경관 등 즐길 거리도 많고 많은 통영이지만, 그 뿌리 깊은 곳에는 글과 음악과 그림이 흐른다.
통영에는 뾰족한 연필 모양의 연필등대(도남항등대)가 있다. 통영이 배출한 수많은 예술인을 기념하고, 이들의 에너지가 모여 후세가 나아갈 길을 비춘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예향의 도시라는 애칭에 걸맞게, 대하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를 비롯해 시인 유치환·백석·김춘수, 음악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이중섭 등 수많은 예술가가 통영에서 활동했다. 반나절을 투자해 예술 기행을 떠날 가치가 차고 넘친다.
마음먹고 찾지 않아도 통영 곳곳에서 예향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교과서에서 한 번쯤 들여다봤을 법한 익숙한 시를 노래한 유치환의 청마거리라든지, 그가 편지를 5000여 통이나 부친 통영중앙동우체국, 생가를 구현한 청마문학관이 지척이다.
음악가 윤이상의 독일 생가를 재현한 공간 |
강구안을 지나 내려가면 비운의 음악 거장 윤이상이 기다린다. 독일 공영방송 자이브뤼겐 선정 ‘20세기 100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선정 ‘사상 최고의 음악가 44인’에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 명성을 떨쳤지만, 끝내 살아 고향 땅을 밟지 못한 그다. 생전 기록물이 가득한 기념관, 독일의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베를린하우스, 타고 다니던 벤츠 자동차 전시관 등이 한데 모인 윤이상거리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고(故) 박경리 선생의 묘소에서 바라본 풍경 |
통영대교를 건너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 박경리기념관으로 향한다. 박경리 선생을 기억하고 기리기에 이만 한 공간이 없다. 작품과 생애를 기록한 공간은 물론, 통영 바다를 내려다보며 잠시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공원과 그의 묘소까지 인접해 있다. 선생의 묘소로 올라가는 길, 우거진 나무 사이로 쪽빛 통영 바다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소설 <김약국의 딸들>을 쓰며 그는 통영의 이러한 풍경을 떠올렸겠지, 어림짐작해본다.
전혁림미술관 |
전혁림은 통영 특유의 코발트블루 바다를 가장 잘 표현한 바다의 화가다. 화백의 작품을 타일에 옮겨 장식한 미술관 외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 된다. 정해진 입장료 없이 자율 관람료를 받는 운영 방식조차 화백의 자유로운 예술혼을 똑 닮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혁림 화백의 <90, 아직은 젊다> 전시에서 전 화백의 ‘통영항’을 보고 감명받아 청와대에 걸 새로운 작품을 직접 의뢰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봄날의책방 |
전혁림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 ‘봄날의 책방’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통영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 책방은 통영의 문인을 모은 공간, 통영 바다의 이야기를 담은 방, 리빙·교육 서적이 가득한 부엌 등 다채로운 형태로 꾸려져 있다. 프린터로 찍어낸 정형화된 활자 안내판 대신 정겨운 손 글씨 메모가 인사하는 곳, 통영을 향한 순애가 가득한 이곳에서 예향 여행의 마침표를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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