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크리스탈 파워 메이크업!
세일러문 덕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세일러문 어트랙션이 생겼대.” ‘탈덕’을 선언한지 오래인 내게 친구가 속삭였다. “리미티드 굿즈도 판대!” 홀린 듯 오사카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덕업일치’를 이룬 만화가와 사회생활 10년차에 ‘덕밍아웃’한 기자의올 댓 세일러문 여행기.
코드네임은 세일러 V
두근두근,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입장 / 으아니! 덕후 눈 돌아가는 기념품숍 |
“우리 비행기는 곧 간사이공항에 도착합니다.” 새벽 비행기를 함께 타고 온 친구가 기지개를 켰다. 세일러문 동호회에서 ‘세일러주피터’였던 동갑내기 친구다. 만화를 그리는 주피터는 아직도 열렬히 세일러문을 덕질하는 오덕 중의 오덕. 보라, 오늘을 위해 장착하고 온 아이템을. 세일러문 티셔츠부터 GU×세일러문 컬래버레이션 숄더백, 문스틱 셀카봉, 초승달 네일아트! 휴덕은 옆에 서 있기도 황송할 정도로 대단한 전투력이다. 지하철 승객들이 자꾸 그녀를 쳐다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주피터와 오사카까지 오다니. 일주일 전의 나도, 달의 여신도 몰랐던 대사건이다.
유니버설시티역에 도착하니 호텔부터 쇼핑몰,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이하 ‘파크’)까지 모든 것이 도보 5분 거리였다. 과연 ‘시티’라 불릴 만하달까. 날이 조금 흐렸지만 놀이공원 특유의 웃음소리와 달콤한 냄새, 헬륨풍선 같은 음악에 벌써 마음이 들떠왔다. 입장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극장 앞 팝콘 부스. 바로 한정판 세일러문 팝콘통을 사기 위해서다. 이윽고 기념품숍에서 세일러문 머리띠와 에코백, 머리핀을 결제함과 동시에 장착했다. 고심 끝에 나는 비너스 머리띠를, 친구는 문 머리띠를 골랐다. 오늘의 우리는 금성과 달의 여신인 것이다!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달, 수성, 화성, 목성, 금성 등을 수호성으로 하는 마법소녀물. 다케우치 나오코가 그린 만화가 원작으로, 1992년 방영한 애니메이션이 더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는 <달의 요정 세일러문>으로 방영됐다. 등장 당시 '마법소녀=마법전사’라는 새로운 공식을 세우며 기존 마법소녀물의 클리셰를 깨부쉈고, 특유의 변신장면 등 후대 마법소녀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세일러문에 입덕하고 싶다면 아래의 순서대로 정주행해보자. 말랑말랑한 애니메이션과 달리 원작만화는 상당히 시리어스하니 동심파괴 주의.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1992)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R(1993)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 (1994)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uperS (1995)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세일러스타즈 (1996)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크리스탈 1~2기 (2014)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크리스탈 3기 (2016)
덕후 사용설명서
이름 : 한유진 / 출생 : 1985년생 / 직업 : 만화가 / 덕질 : 세일러문 굿즈 수집, 팬아트 그리기 등 / 덕력 : 세일러문 동호회 OB 멤버(2000~) / 레벨 : 만렙 / 최종목표 : 츠키노 프린세스
이름 : 이현화 / 출생 : 1985년생 / 직업 : 기자 / 덕질 : 최근엔 그다지 / 덕력 : 세일러문 동호회 OB 멤버(2003~) / 레벨 : 탈덕은 없다, 휴덕만 있을 뿐 / 최종목표 : 일코(일반인 코스프레)하며 사회생활 사수하기
여기가 천국인가
[10:15] 한정판 세일러문 팝콘통과 캐러멜팝콘 겟. 물론 팝콘은 따로 담았다 |
[11:00] 기념품숍에서 굿즈 쇼핑 시작! 세일러 머큐리 헤어밴드, 루나 크로스백, 큐티 유니버설 로드 |
[12:30] 시네마 4D 시어터에서 관람 시작! 티켓마다 시간이 정해져 있고, 약 20분간 상영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
[13:15] ‘크리스탈스타 브로치’ 케이크 등. 레스토랑에서 세일러문 메뉴 시식 |
[14:30] 이렇게 턱시도가면(...)을 실사로 만날 수도 있다 |
[15:00] 지구를 배경으로 찰칵, 메이크업! |
‘일코’를 해제해볼까
물론 목적은 잊지 않았다. 세일러문 어트랙션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더 미라클 4-D>. ‘유니버설 쿨 재팬2018’의 하나로 명탐정 코난, 파이널판타지 XR, 몬스터 헌터 등과 더불어 시즌 한정으로 운영하는 어트랙션이다. 한국에서 미리 익스프레스 패스를 끊어왔으므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극장에 입장했다. 파크에 침입한 요마를 세일러 전사들이 퇴치한다는 내용으로 짧은 옴니버스 영상이 시작됐다. 역시나 장미와 함께 등장하자마자 허무하게 쓰러지는 턱시도가면…. 한때 첫사랑을 위해 나의 에너지를 보태줄 시간이다. “문 크리스탈 파워, 메이크업!” 기념품숍에서 미리 사둔 ‘큐티 유니버설 로드’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로드가 없으면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덕후 체면이 있지. 그렇게 세일러 전사들과 요마를 물리치고 나니 급 허기가 졌다. 극장 맞은편 ‘비버리힐스 브랑제리 카페’로 이동해 세일러문 메뉴를 주문했다. 샐러드와 초승달 크루아 상, 콘수프로 구성된 카페 플레이트와 음료, 케이크 2종을 팔고 있었다. 변신 브로치 모양 케이크라니, 정말 어쩜 이렇게 변태같이 덕후 맘을 잘 건드릴까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어트랙션 BEST3
할리우드 영화·애니메이션 테마파크로 해리포터, 스파이더맨, 쥬라기공원, 미니언즈, 스누피 등 다양한 어트랙션과 이벤트가 펼쳐진다.
[1. 더 플라잉 다이노소어]
엎드린 채타는 롤러코스터. 마치 한 마리 익룡이 되어 하늘을 나는 느낌이다. “끼요오옷!” 해괴한 비명 주의.
[2. 미니언 파크&미니언 메이햄]
미니언즈 마니아라면 꼭 들러야 할 곳! 직접 미니언으로 변신하는 스릴(?)이 있다. 멀미 주의.
[3.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포비든 저니]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마을과 호그와트성. 버터비어부터 완드스터디까지, 원작에 충실한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덕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제 익스프레스 티켓 특전 3가지를 회수하는 과제만이 남았다. 특전 3가지와 4D 극장 위치가 다 다르므로 지도를 보고 돌아다녀야 한다. 우선 특별 제작한 변신 로드를 들고 사진을 남기는 ‘세일러문 포토 어포튜니티’를 찾았는데, 담당 직원이 세일러 전사별 포즈를 코치해주고 셔터를 누를 때 ‘메이크업’이라 외치는 걸 보아 동지가 분명했다. 각각 세일러문과 세일러비너스 포즈를 취한 모습이 거대한 지구를 배경으로 인화됐다.
턱시도가면과 함께 사진을 찍는 ‘턱시도가면 미라클 그리팅’은 다소 충격이었다.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커튼을 젖히고 등장하다니…. 손톱 밑에서 땀이 다 났다. 물론 친구는 ‘가코이데쓰(멋있습니다)’를 연발하며 즐겼지만. 무릇 덕력의 차이란 이런 데서 드러나는 법이다. 턱시도가면은 특별 선물이라며, 장미가 새겨진 까만 카드를 건네고 커튼 뒤로 사라졌다. 사라바다(그럼 안녕히). 마지막으로 깜찍한 ‘루나 P볼’까지 받으면서 꿈같은 하루가 저물어갔다. 파크를 벗어나면 이제 또 일상이 시작되겠지. 빙글빙글. 파크 지구본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며, 나는 전보다 약간 더 봉인을 해제하고 살기로 했다.
1DAY·2DAY 스튜디오 패스
파크 입장과 모든 어트랙션 이용을 포함한다. 성인(만 12세 이상) 7900~1만3400엔, 어린이(만 4~11세) 5000~9000엔, 노인(만 65세 이상) 7100엔
유니버설 익스프레스 패스
일반 대기 라인과 별도의 라인에서 입장하는 일일 수량 한정 판매 패스. 5200엔부터
세일러문 익스프레스 패스
9월 30일까지 운영하는 세일러문 한정 어트랙션을 이용할 수 있는 패스. 스탠더드와 스페셜 두 종류가 있으며, 특전 옵션이다르다. 스페셜 기준 특전은 공연 미포함 3개.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더 미라클 4-D ● 턱시도가면 미라클 인사말(팰리스 극장) ● 루나 P볼 라무네 케이스(스테이지22옆) ● 세일러문 포토 어포튜니티(원더 픽스)>
글·사진 이현화 협조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www.us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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