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불참' 차유람 심경고백 "부족한 기량, 경쟁 선수-팬에게 실례라고 여겼다"
4년 만에 당구 현역 선수로 돌아온 차유람이 지난달 22일 롯데호텔월드(잠실)에서 열린 프로당구 2차 대회 64강 서바이벌 경기에서 샷에 집중하고 있다. 제공 | 프로당구협회(PBA) |
“누가 봐도 부족한데…내 생각이 짧았다.”
인터뷰 중 애써 미소도 보였지만 그간의 속앓이한 흔적이 느껴졌다. 차유람(32)은 자신이 3쿠션 프로 선수로 전업한 최초 목적과 비전을 또박또박 밝히면서 최근 3차 대회 출전 포기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차유람은 19일 경기도 고양에 있는 훈련장에서 스포츠서울과 단독으로 만나 오는 26~30일 열리는 프로당구 PBA 3차대회 불참을 선언한 것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전날 PBA 3차 대회 미디어데이가 열렸는데 차유람의 불참 소식이 본지 보도로 먼저 알려진 뒤 예기치 않은 논란과 마주했다. 그는 “대회 불참과 관련해서 이 정도로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 당혹스러워했다.
포켓볼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한 그는 지난 2015년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면서 사실상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다가 올해 PBA가 출범하면서 홍보대사로 활동했는데 주위로부터 3쿠션 프로 진출 권유를 지속해서 받았다. 사실 차유람은 PBA 출범 전부터 3쿠션에 관심을 두고 아마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당구연맹에 3쿠션 정식 선수로 등록해 동호인 대회부터 참가할 생각도 했다. 때마침 PBA가 운명처럼 다가왔다. 자의 반, 타의 반 프로 선수로 변신해 지난달 2차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렀는데 스스로 만족할 만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더구나 3쿠션은 테이블 크기부터 큐까지 포켓과 완전히 다르다. 아무리 포켓 정상급 선수였다고 해도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뱅크샷(2점제)이나 서바이벌 방식, 40초 시간 룰 등 PBA만의 독특한 경기 규정까지 더해져 차유람은 샷 루틴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서바이벌로 열린 64강 예선에서 최하위에 그쳤다. 일부 팬은 용기를 내 3쿠션에 도전한 그의 자세에 손뼉을 쳤지만 또다른 팬은 “준비 안 된 프로”라고 비난을 가했다. 차유람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인 것에 스스로 실망했고 상처를 받았다. 결국 3쿠션의 기본을 더 익히고 준비하는 기간을 갖기로 했고 3차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 3차 대회 출전을 포기한 것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 (PBA 리그에 도전하기까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훈련을 더 하고 연말쯤 첫 대회에 출전하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기대하시는 분이 많았고 나 역시 ‘한 번 기량을 테스트해보자’는 마음이 생겨 이르게 도전했다. 포켓과 3쿠션 차이를 느끼긴 했지만 생각만큼 빨리 좁힐 간격은 아니더라. 특히 서바이벌 방식은 평생 해본 적이 없는 방식이다. 애초 내 공만 잘 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앞, 뒤 선수 상황 등 변수가 많았다. 흔히 서바이벌 방식은 일반 당구장에서는 ‘죽빵’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난 아카데미에서 수학하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일반 당구장을 간 게 손에 꼽을 정도라 그런 문화를 전혀 몰랐다. 시간이 필요했고 지금은 일반 당구장에도 가서 부딪혀 보려고 한다. 또 최근 김갑선, 강지은, 김세연을 초대해 서바이벌 경기로 훈련했다.
- 프로 데뷔전 이후 악플이나 비난 여론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
평가나 비난이 두려웠다면 프로 선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건 두렵지 않다. 다만 결혼 전과 후를 비교할 때 당구에 쏟을 에너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 개인 일도 있고 아이도 돌봐야 한다. 이전보다 준비 시간이 부족한데 이르게 성적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나도 상처를 덜 받을 것 같다.
- 아마 포켓 선수와 비교했을 때 지향점이 달라졌나.
나도 승부 근성이 있는 사람인지라 욕심을 낸다. 그런데 예전처럼 스트레스받으면서 하고 싶진 않다. 포켓 시절엔 스스로 옥죄면서 했는데 3쿠션 프로 선수로는 정말 오래 즐겁게 하고 싶다.
- 대회 불참을 이해하면서도 시드가 없는 와일드카드 자격, 즉 특별 대우를 받으면서 출전하는 선수가 쉽게 대회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 충고도 받아들인다. 다만 내가 와일드카드 1순위 자격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과 관련해 ‘누가 봐도 준비가 안 됐는데 나가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열심히 선발전을 통해 올라온 경쟁 선수에게 미안했고 기대해주신 팬들께도 실례라고 여겼다. 예선에서 탈락하더라도 ‘그래도 준비를 잘했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고 싶다.
- PBA리그 복귀가 길어질 수도 있나.
일단 4차 대회에 출전할지는 3차 대회 이후 결심할 생각이다. 3차 대회도 현장에 가서 관전하고 공부하려고 한다.
- 3쿠션 도전 자체가 큰 결심인데, 앞으로 목표는.
단순히 우승은 아닌 것 같다. PBA 출범 전부터 3쿠션은 꼭 해보고 싶었다. 전국대회, 동호인 대회도 나가려고 했다. 그런 초심으로 과거 차유람을 버리고 도전하고 싶다.
고양=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