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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기각' 승리…'버닝썬 게이트' 나무 아닌 숲을 볼 시점

스포츠서울

승리(본명 이승현)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제 ‘버닝썬 게이트’의 나무가 아닌 숲을 보아야 할 시점이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승리의 구속영장이 지난 14일 오후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횡령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고 나머지 혐의 부분도 증거인멸 등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예견된 기각…국민 법 감정과 괴리 커

대중의 기대와 다른 사법부의 판단에 많은 이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지만 사실상 구속영장 기각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앞서 정준영, 최종훈 혹은 박유천과 달리 승리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고 이런 이유로 계속 혐의를 부인했다. 혐의 입증을 위해 경찰이 승리를 참고인·피의자 신분으로 12차례 불러 조사하고 18건의 조서를 작성한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의견도 있고 혐의를 계속 추가한 것 자체가 애초 무리한 영장청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승리가 소위 권력유착형 범죄라고 해서 공분을 사고 비난을 받는데, 죄는 법으로 정해진 것만 처벌받는 죄형법정주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범죄 혐의를 소명하지 못한 것이고, 국민 법감정과 승리가 처벌될만한 죄를 저질렀는가에 관한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수사 차질 불가피…용두사미 아닌 본말전도 우려해야

승리를 비롯해 동업자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의 버닝썬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속 영장 기각이 범죄혐의 사실에 대해 무죄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 수사에는 제동이 걸릴 수 밖에는 없다. 구속수사가 진행되면 경찰과 이후 검찰까지 거의 매일 조사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심적 압박을 받으면 새로운 범죄사실이나 증거 혹은 연관된 진술이 나올 수 있는데 승리는 이런 과정이 불가능해졌다. 물론 앞으로 경찰과 검찰 수사의 결과에 따라 범죄혐의 입증이나 이에 따른 처벌은 가능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은 승리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버닝썬 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난다고 걱정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칫 하면 ‘버닝썬 게이트’의 본말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승리는 버닝썬 논란의 초기부터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큰 관심이 쏠렸다.

검·경 모두 권력형 비리 파헤쳐주길

클럽직원의 손님 폭행사건에서 시작된 버닝썬 논란은 마약 판매 및 투약,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경찰 유착, 성접대 의혹, 횡령 등으로 번지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 잡았고 승리의 카톡방을 거치며 정준영, 최종훈 등 다른 연예인의 범죄 혐의도 드러났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버닝썬 게이트’라고 불리는 마약부터 탈세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경찰 유착에 대한 관심은 낮아지며 관련 연예인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영장 기각이 서울청 광역수사대와 지능범죄수사대를 투입한 경찰의 실패로 비쳐질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현재 수사권 조정을 두고 갈등 중인 검찰과 경찰의 상황이 버닝썬 관련 사건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말까지 나오고 있다.


승리는 버닝썬 논란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어쩌면 권력유착형 범죄의 본질을 향해 가는 게이트이자 마중물일 수 있다. 대중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승리의 범죄 행위 뿐만 아니라 ‘버닝썬 게이트’가 숨기고 있는 우리 사회의 치부일 것이다. 경찰이던 향후 검찰이던 승리나 정준영 그리고 최종훈이라는 연예인 이름이 아닌 사건의 실체 즉 권력형 비리에 더 집중해 주길 기대해 본다.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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