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만 팔로워 모두 포기하겠습니다" 돌연 SNS 계정 모두 없앤 회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마케팅과 광고를 위해 SNS 계정 운영에 힘을 쏟는 대부분의 기업들과 다르게 파격적인 선택을 해 고객들을 놀라게 한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수제 화장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러쉬인데요. 한국에서도 입욕제, 마스크 팩 등 제품들이 알려지면서 충성 고객들이 많은 편이죠. 얼마 전 러쉬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SNS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57만 명의 높은 팔로워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것인데요.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요?
지난 8일 인스타그램 러쉬 영국 계정에는 "We're swithing up social"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긴 공지가 올라왔는데요. 러쉬는 "SNS 알고리즘에 매진하는데 지쳤다"라며 특정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SNS가 오히려 소통을 방해하며 높은 비용만을 요구한다고 판단해 일부 SNS 계정 활동을 돌연 중단한 것이죠.
출처 : instagram, executive bulletin |
SNS를 대체하기 위해 자체 커뮤니티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 했어요. SNS의 영향이 점점 커지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계속해 이것들에 의존하는 것이 러쉬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 생각한 것인데요. 16일 트위터에 #Lushcommunity, #Lushlabs 등 해시태그를 통한 소통을 예고해 인플루언서들과 더 활발한 콜라보를 기대하게 했죠. 자체 개발 앱 '러쉬 랩' 등 기존 채널 활성화에 집중하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개발할 예정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SNS를 멈추는 것은 영국 법인만 해당되는데요. 첫 번째 시도인 만큼 다른 지역의 참여를 강요하지 않았고 자체 플랫폼과 지역사회 플랫폼을 위한 콘텐츠를 구상 중이라고 했어요. 그 결과 444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러쉬 미국 지사는 채널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죠. 아직 러쉬 한국 지사에선 SNS 운영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영국 법인이 지향하는 소통의 방향성에는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koreabridge, pngimg.com |
많은 업체와 전문가들은 SNS 마케팅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 57만 명의 팔로워를 포기하는 것은 위험한 도전이라고 말하는데요. 실제로 일부 고객들 역시 러쉬 UK 계정의 중단이 슬프다며 댓글을 남기기도 했죠. 한 패션 블로거는 "미친 선택"이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했는데요. 러쉬는 오히려 "여전히 우리는 소통할 수 있다"라며 슬퍼하는 고객들을 달랬습니다. 러쉬가 이런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한 것과 비판적인 일부 반응에도 의연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듯한데요.
출처 : 중앙 시사 매거진 |
러쉬는 과거에도 타 회사와 달리 이색적인 도전을 많이 해온 곳입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 이만큼 성장한 곳이죠. 화장품 회사들이 열을 올리는 그 흔한 TV 광고 한 번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인권 보호 캠페인, 동물 보호 캠페인을 실시하죠.
원재료 역시 직접 그 지역에 방문해 구매합니다. 현지 상황에 맞춰 일자리 제공이나 경제적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죠. 과대 포장, 플라스틱 용기 사용 역시 최소화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매장에 진열되어있는 입욕제들은 포장 없이 날 것 그대로 놓여있죠.
출처 : treehugger |
광고나 포장에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다 보니 자연스레 수익이 생겼고 고객들에겐 '착한 기업'의 이미지가 자연스레 포지셔닝 된 것이죠. 러쉬는 그들의 핵심 경쟁력이 '윤리'라고 말합니다. 얼마 전에는 과거부터 관심 가져온 동물 복지의 문제를 인지해 전 제품 '에그 프리'를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계란 생산을 하는 닭의 사육 환경을 비롯해 여러 가지 조사를 거친 끝에 만들어지는 제품에서 계란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아마 과거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SNS 중단이라는 선택에 자신이 있는 듯하네요.
출처 : 중앙일보, 조선일보 |
윤리를 중심으로 승승장구할 것 같은 러쉬에게도 몇 번의 논란은 있었는데요. 러쉬 코리아 SNS에 올라온 한 영상이 여성 혐오적인 단어를 연상시키고 동물의 죽음을 희화화한다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일부 제품의 원료를 일본 후쿠시마에서 들여와 방사능 오염이 걱정된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죠. 러쉬 측에선 일본 원전 사고의 피해 이슈를 상기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판매되었다며 안전성 검사는 이미 마친 제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 cosmetics business |
고객들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57만 팔로워를 포기하고 SNS의 굴레에서 벗어난 러쉬. 업계에서도 우려하는 파격적인 선택인 만큼 그들의 결단이 빛을 발하면 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듯합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지네요. 앞으로도 생각지 못한 캠페인과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로 더 성장하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결정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