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부동의 1위' 지키던 신라면을 진라면이 이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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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 기억하시나요? 최근 진라면이 신라면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면서, 차승원이 찍은 광고도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당하게 '우리는 1위가 아니다'라던 이 라면 광고는 '언젠가는 1위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맛있는데'라는 대사로 끝납니다. 이때만 해도 신라면 점유율이 탄탄했던 터라 웃고 넘어간 사람이 많았는데요.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대체 진라면은 신라면을 어떻게 이긴 걸까요?
신라면 넘은 진라면
진라면이 신라면을 이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20년 5월 국내 봉지 라면 소비자 행태 조사 결과인데요. 해당 조사에서 우리나라 라면 대표 브랜드는 여전히 신라면이었지만, 구매 빈도 및 의향 1위는 진라면으로 나타났습니다.
진라면을 가장 자주 구매했다고 밝힌 소비자가 무려 26.4%로 신라면 23.5%를 상회한 것인데요. 향후 구매 의향 조사에도 신라면은 20%에 그친 반면 진라면은 24%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대표 라면 브랜드는 신라면이 46%로 오뚜기 22%의 2배를 상회했죠.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한데, 정작 사는 건 진라면인 셈입니다.
무너진 신라면의 맛
소비자들은 진라면을 찾게 된 이유로 맛을 꼽습니다. 신라면의 맛이 달라졌다는 것이죠. 한때 마법의 스프라 불렸던 신라면의 가루 스프 맛이 이제는 그저 매운맛 스프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신라면은 2014년 맛과 포장지를 바꾸었는데요. 당시 비교 기사는 포장지의 매울 신자가 커진 만큼 스프의 톡 쏘는 매운맛과 후추 향이 강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면발도 기존보다 쫄깃하고 덜 퍼지게 바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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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MSG의 여부였습니다. 당시는 MSG에 대한 잘못된 언론 보도가 대서특필된 때였습니다. MSG에 대한 불신 여론이 강하지 농심 측에선 MSG 대신 천연소재로 MSG의 맛을 대체하고자 했습니다. 보다 건강하다 느낄 재료로 바꾼 것이었으나, 감칠맛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신라면 블랙'을 위해 다운그레이드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맛을 위한 세 번의 리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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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0년 전만 해도 진라면이 맛있다는 사람은 극히 적었습니다. 신라면은 매콤하고 안성탕면은 시원했지만 진라면은 평범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라면은 함영준 회장의 특별 지원 아래 3년간 3차례 리뉴얼을 단행합니다. 재료부터 달라졌죠. 매운맛을 강화하고자 고추를 '하늘초 고추'로 바꾸고 쇠고기 플레이크 등 각종 재료를 추가해 맛을 보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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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진라면의 맛은 매주 회장 및 임원이 직접 평가했습니다. 연구원들의 피 말리는 시간이 이어졌죠.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리뉴얼에서 신라면보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이때가 마침 2013년, 신라면의 리뉴얼 직전이었습니다. 신라면의 맛은 감소한 반면, 진라면의 맛은 상승한 것이죠.
적극적인 홍보
당시 오뚜기 진라면은 3차례 리뉴얼을 거쳐 맛을 확보했지만 정작 소비자가 너무 적었습니다. 제품을 잘 만들었어도 소비자가 사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뚜기는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로 화제가 된 류현진을 모델로 채용합니다. 광고 슬로건도 '진라면으로 체인지업'이었죠.
진라면을 홍보하는 한편, 오뚜기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나섰습니다. 발단은 사회적 문제가 된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였습니다. 재벌들의 편법 승계가 판을 치는 가운데 오뚜기가 1500억 원의 상속세를 전액 납부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타며 '착한 기업'이미지가 생겨난 것이죠. 이후 오뚜기가 2008년 이후 라면 등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사실이 인터넷 커뮤니티상에 퍼졌습니다.
고 함영진 회장 |
이후 오뚜기가 25년간 심장병 어린이 수술 비용을 지원한 내용, 취업난 속 오뚜기의 정규직 비율이 98.84%에 달하는 점, 갑질 논란 속 오뚜기의 협력업체와의 상생, 21년간의 장학금 지원, 석봉토스트 미담이 줄줄이 언론에 보도되며 오뚜기는 착한 기업을 넘어 '갓뚜기'라는 브랜드 이미지 확립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제품만이 아니라 브랜드를 보고 소비하기 시작한 한국 소비자의 소비패턴 변화와 시너지효과를 냈습니다.
과거 '라면은 농심'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압도적이었죠. 하지만 앞으로 시장을 이끌 젊은 층에선 오뚜기와 농심 간의 브랜드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오뚜기가 앞서고 있죠. 반면 농심은 롯데의 형제기업인 사실과 최순실 사태의 주역 김기춘을 고문으로 있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다만 실적은 아직까지 농심이 크게 앞서고 있는데요. 앞으로 오뚜기가 역전극을 벌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