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였던 기업이 ‘대한민국 대표 밥맛’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한국인의 힘은 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밥이 중요하다는 의미인데요. 이 때문에 밥을 짓는 전기밥솥은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중에서도 국내 전기밥솥 시장 점유율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쿠쿠’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 쿠쿠가 원래는 협력업체였다는 것을 아시나요? 쿠쿠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LG전자의 협력업체,
‘쿠쿠전자’
지금은 상당수 소비자가 ‘쿠쿠전자’로 알고 있는 기업의 원래 이름은 ‘성광전자’였습니다. 성광전자 시절에는 전기밥솥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LG전자에 납품했었습니다. 성광전자는 1978년 설립 당시부터 소형 가전제품을 생산해오며 OEM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잔뼈가 굵은 회사였죠.
성광전자가 쿠쿠를 만들게 된 비하인드스토리를 찾아보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내에서도 밥솥을 판매하기는 했지만 사실 당시에는 일본산 ‘코끼리 밥솥’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일본 여행을 가면 양손에 들고 오던 것이 코끼리 밥솥이었죠. 정부에서는 코끼리 밥솥을 뛰어넘을 국산 밥솥을 생산하길 원했고 성광전자 등 국내 기업들을 지원해 주면서 기술 개발에 투자하게 됩니다.
OEM 벗어나
직접 판매
성광전자는 가장 먼저 한국인이 선호하는 밥맛이 무엇인지를 찾았습니다. 오랜 조사 끝에 가마솥으로 지은 밥을 선호한다는 결과를 도출했죠. 그리고 전기밥솥에 가마솥 밥맛을 느낄 수 있는 압력솥 기능을 더하게 됩니다. 오랜 연구와 개발 끝에 압력솥과 전기밥솥을 합친 제품을 생산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생산 이후 판매를 하려는 시점과 IMF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성광전자는 큰 어려움에 빠집니다. 생산된 제품을 납품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제품을 납품받던 LG전자 역시 IMF에 의한 타격으로 더 이상 전기밥솥을 납품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성광전자는 결국 ‘쿠쿠(cook+cuckoo)’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전기밥솥을 직접 판매하기로 결정합니다.
성광전자에서
쿠쿠전자로
줄곧 OE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던 성광전자는 쿠쿠 전기밥솥을 팔기 위해 애쓰지만 큰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그동안 유통이나 마케팅, 영업 등의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기껏 열심히 만들어 놓은 제품을 팔 방법이 없는데 IMF라는 상황은 회사의 목을 조여왔습니다. 당시 구자신 성광전자 사장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직원들이 먼저 월급을 반납하면서까지 쿠쿠에 사활을 걸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성광전자는 20억 원을 들여 쿠쿠 마케팅을 시작합니다. 당시 인기 방송인이었던 이상벽을 모델로 TV 광고를 내보냈는데요. 당시 밥솥 광고는 여성 주부가 모델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쿠쿠는 이런 상식을 깨버렸죠. 게다가 투박한 디자인의 대표적 백색가전이었던 전기밥솥에 곡선의 디자인과 강렬한 빨간색을 넣었던 쿠쿠는 광고 방영 이후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2002년에는 “쿠쿠 하세요. 쿠쿠”라는 카피에 멜로디를 입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후 쿠쿠의 판매량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성광전자의 인지도를 넘어섰습니다. 성광전자는 결국 회사 이름을 쿠쿠전자로 변경하게 됐죠.
1년 4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1위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이후 1년 4개월 만에 국내 전기밥솥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쿠쿠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줬습니다. 2004년에는 여러 대기업 전기밥솥에서 결함이 발견되면서 반사이익을 얻어 50% 후반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도 했죠. 당시 2위의 점유율을 기록하던 LG전자는 전기밥솥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기준 75%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7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합니다. 쿠쿠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수년 동안 한국에서 쿠쿠를 사 가는 중국인 관광객 모습은 공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북한에서는 음성 지원되는 쿠쿠는 고위층의 필수품이기도 합니다.
본사→대리점
갑질 논란 일어나
OEM 회사에서 시작해 전기밥솥 업계의 압도적인 1위까지 오른 쿠쿠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갑질 논란으로도 유명해지고 있는데요. 본사와 대리점과의 관계에서 본사가 대리점에 ‘갑질’을 했다는 것입니다. 쿠쿠의 제품을 판매하는 쿠쿠 대리점 점주 50여 명이 본사에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협의회에 대해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리점 점주들이 협의회를 만든 것은 쿠쿠 본사가 시행하기로 한 홈케어서비스(다른 회사의 제품까지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반대하기 위해서인데요. 이 서비스를 위해선 점주가 한 명의 직원을 더 고용해야 하는데, 큰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쿠쿠전자 본사의 한 팀장은 이런 단체행동에 엄포를 놓는가 하면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점주의 말에 A/S에서 부당 수익을 더 만들라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쿠쿠 대리점 점주들은 이외에도 객관적이지 않은 잣대로 대리점을 평가하며, 낮은 점수를 받은 점주는 대리점 재계약이 어렵다는 점과 1년 단위의 재계약으로 대리점 점주들이 항상 불안하다는 점 등의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쿠쿠전자에서는 대리점 평가의 경우 고객 설문과 데이터를 근거로 하고 있어 주관적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말과 1년 계약은 관행이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