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엄연한 조롱’ 인플루언서가 올린 메이크업 영상에 한국 네티즌 반응
유색 인종을 향한 서양인들의 편견 어린 시선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타국가와 타 인종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는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곳에서 편견과 차별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죠. 최근 해외에서는 ‘여우 눈’ 화장법이 유행하며 아시아인들을 조롱한다는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무슨 이유 때문일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양인 상징하는 찢어진 눈
서양인들이 동양인 외모에 대한 가장 흔한 인식은 쌍꺼풀 없는 눈과 찢어진 눈매, 두드러진 광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중요한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동양인들은 종종 천편일률적인 시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미디어 속에서 동양인들의 엇비슷한 외모적 특징들이 부각되면서 아시아인은 ‘여우 눈’이 많다는 인식이 굳혀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케이팝과 같은 한류의 영향으로 K-뷰티나 한국의 화장법에 대한 관심이 짙어지면서 일명 ‘여우 눈(fox eyes)’ 메이크업으로 불리는 화장법이 틱톡, 인스타 등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foxeyemakeup’이란 해시태그만 인스타그램에 검색해도 수천 개의 게시물이 펼쳐집니다. 각 미디어 플랫폼에는 동양인들의 째진 눈을 표현한 여우 눈 메이크업 튜토리얼이 업로드되며 인기를 얻고 있죠.
유명인들도 열풍에 동참
이렇듯 여우 눈 메이크업은 미국 등 서양을 중심으로 새로운 뷰티 트렌드로 떠올랐지만, 몇몇 인플루언서들이 인종차별의 제스처를 담는 바람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찢어진 눈을 표현한 것도 모자라 메이크업이 끝난 후 손으로 눈을 찢는 행위를 해 네티즌들의 반감을 샀는데요. 눈을 찢는 행동은 보통 서양에서 동양인을 비하할 때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여우 눈 메이크업이 SNS에서 화제가 되자 인플루언서나 유명 연예인들도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벨라 하디드나 멜로디 나파리 등 유명 모델, 인플루언서가 있죠. 이 중에는 카다시안가의 일원으로 어린 시절부터 모델로 활동하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셀럽인 켄달 제너와 카일리 제너도 포함됐는데요. 화장을 통해 날카로운 눈매를 만드는 방법을 영상을 통해 공유하기도 했죠.
‘틱톡 스타’로 불리는 멜로디 나파리는 여우 눈 화장법 영상을 올려 조회 수 100만 건, 댓글 2천여 개를 돌파하며 호응을 얻었습니다. 9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엠마 챔벌레인은 메이크업 영상에 눈을 찢는 행동까지 포함해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는데요. 본인은 유색인종을 차별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속 동양인 외모
예전부터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무쌍에 눈이 찢어지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인상을 전형적인 아시아인의 얼굴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등장하는 일본 남성은 찢어진 눈에 뻐드렁니로 묘사되어 뭇매를 맞았죠. 또 얼마 전 개봉한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의 주인공 유역비의 외모를 두고 외국인 네티즌들이 동양인 외모 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해외 네티즌들은 “유역비는 전형적인 미인상인데 뮬란은 그렇지 않다”라며 “눈이 더 찢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는데요. 이에 많은 사람들이 “동양인 캐릭터는 매번 광대 크고 찢어진 눈이니까 자꾸 그런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이라며 해외 미디어가 묘사하는 동양인 외모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해외 미디어가 묘사하는 동양인 외모 기준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공공연한 인종차별 사례
실제로 오늘날에도 서양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인종차별이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한국의 축구 스타 손흥민이나 이승우 같은 유명인조차 해외에서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아 사회적 이슈가 되었죠. 이들은 대부분 쌍꺼풀이 없고 찢어진 눈을 동양인의 외모로 규정지으며 비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요. 지난 2016년 미국의 스타벅스에서는 한국인이 커피를 주문하자 컵에 찢어진 눈을 그려 넣어 누리꾼들의 분노를 산 바 있습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여우 눈’ 메이크업과 같은 행위들이 혐오나 차별적 의도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게는 이미 눈을 좌우로 찢는 제스처를 취할 때부터 조롱의 의미로 변질됐다고 지적하고 나섰죠.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차별이나 혐오를 직접적 경험한 이에게는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같은데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할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받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