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은 제가 먹겠습니다” 고발 각오하고 올린 교수 영상에 난리 난 이유
배달의 민족, 당근 마켓처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이루어지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제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디자인 업계에도 마찬가지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행하고 있는데요. 작년, 한 교수가 디자인 중개 플랫폼의 문제점에 대해서 꼬집으면서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노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디자인 중개 플랫폼의 노동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상품처럼 디자인 살 수 있는
재능 중개 플랫폼
디자인 중개 플랫폼은 재능 중개 플랫폼의 일종입니다. 재능 중개 플랫폼은 말 그대로 소비자와 공급자가 재능을 사고팔 수 있도록 중개하는 플랫폼입니다. 소비자는 재능 중개 플랫폼을 이용해 코딩, 영상 편집,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 전문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재능 중개 플랫폼으로 ‘크몽’, ‘숨고’ 등이 있으며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라우드 소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크몽의 경우 디자이너들이 가격과 함께 로고, 홍보물, 제품 패키지 디자인 등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게시합니다. 고객들은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원하는 디자이너에게 제작을 의뢰하면 됩니다. 라우드 소싱은 반대로 고객이 상금을 걸고 제작 의뢰를 올리는 구조입니다. 마치 콘테스트처럼 여러 디자이너들이 제작 의뢰에 참여하고 그중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객이 선택하여 우승 디자이너를 뽑고 상금과 디자인이 거래됩니다.
이러한 디자인 중개 플랫폼은 일감을 구하기 어려운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에게 더 많은 일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디자인 제작 의뢰가 힘들었던 기업이나 소상공인들도 쉽게 디자인을 의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라우드 소싱의 경우 국내에서 활동하는 33만 명 수준의 디자인 인력 중 3분의 1인 11만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디자인 중개 플랫폼은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 단가 낮추는 시스템
Youtube@디고디원찬 |
Youtube@디고디원찬 |
하지만 유튜버이자 계원예술대학교의 겸임교수인 이원찬 교수가 디자인 중개 플랫폼의 단점들에 대해 지적했는데요. 그중 하나는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디자인 시장은 창작물을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보다는 퀄리티와 디자인에 따라 경쟁이 이루어져야 하는 시장입니다. 하지만 크몽의 경우 가격만을 강조하는 UI로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경쟁을 위해서 단가를 낮추고 결과적으로는 디자인 결과물의 품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게 됩니다.
열정 페이 받아야 하는
청년 디자이너들
Youtube@디고디원찬 |
또 다른 문제점은 디자이너들이 가격 경쟁에 내몰려 최저 시급도 안되는 금액으로 디자인을 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5만 원에 로고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경우 약 5.8시간 안에 로고 제작을 완성해야 최저 시급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고 디자인은 최소 2~3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시간당 2,000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나 의뢰자는 싼 가격에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원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갈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라우드 소싱의 경우 콘테스트 형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승을 하지 못하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디자인을 제작해도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1차 통과자나 우수작품작 디자이너들에게 상금의 10%를 나누어주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 금액이 적어 무용지물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모전에 당선되면 디자이너는 의뢰인에게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2차 저작권을 강제로 양도해야 합니다.
높은 중개 수수료
높은 수수료 또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크몽과 라우드 소싱은 약 20% 수준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수수료에 관한 문제는 여러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배달 앱의 경우 최대 12.5%,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의 경우 최대 5.85%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자인 중개 플랫폼의 수수료는 업계에서도 높은 축에 속합니다.
노동권 침해 vs 어쩔 수 없다
현재 디자인 중개 플랫폼에 대한 시각은 대조적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최근 2월 청년유니온의 주최로 열린 ‘온라인 플랫폼 노동 실태조사 토론회’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불만족스럽다’라는 응답이 46%로 절반에 육박했고 ‘만족스럽다’라는 응답은 23%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불만족의 원인으로는 플랫폼 중개 수수료, 낮은 작업 단가, 과도한 경쟁과 일감 부족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는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 이후 예술 대학생들이 느끼는 단가 후려치기와 열정 페이 문제가 더 심해졌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더불어 경기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재능 중개 플랫폼이 프리랜서 노동의 실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현업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들도 “플랫폼이 업계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쩔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디자인 중개 플랫폼은 의뢰자 입장에서 매우 저렴하고 편한 플랫폼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시장 형태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류 시장의 명품과 보세로 나뉘는 것처럼 디자인 시장 또한 고가 디자인 시장과 디자인 중개 플랫폼과 같은 저가 디자인 시장으로 나뉘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