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스코와 어깨 나란히 하는 10조 클럽 유일한 공기업입니다
삼성과 포스코는 각각의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전 세계의 기업과 경쟁하며 연 10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죠. 다만 2018년 삼성전자 연간 매출이 243조였는데, 왜 기준이 10조인지 의아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이 10조는 무려 20년 전 매출이 기준입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를 독점하다시피 한 현대기아자동차와 가전 부문에서 삼성과 경쟁하는 LG도 20년 전에는 10조 매출을 올리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개의 공기업이 20년부터 10조 이상의 매출을 연속으로 올린 것으로 나타나 화제가 되었죠. 공기업계의 삼성이라는 이 기업, 대체 어디일까요? 함께 알아보시죠.
1. 현대자동차보다 비싼 공기업
짧게 한전을 줄여 부르는 한국전력공사는 1961년 전기 관련 사업하던 3개 회사를 합쳐 만들어졌습니다. 국무회의 의결로 사장을 임명하면서도 주주총회가 있는 특이한 사기업이었지만 전두환 정권이 민간 주식을 사들이고 주식회사 체제를 해산하면서 현재의 공기업 ‘한국전력공사’가 되었습니다.
한전에서 전기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아는 분이 많지만, 민영화를 위해 정부에서 발전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하면서 현재는 송·변전, 배전, 판매기업입니다. 발전사업은 하고 있지 않죠. 대신 한전은 발전 사업자로부터 전기를 매입해 매입가의 70%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전은 2013년에는 자산총액이 131조로 당시 126조였던 재계 2위 현대자동차보다 몸집이 큰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6년에 아예 포브스 선정 세계 2000대 기업 중 종합순위 97위에 선정되었죠. 당시 100위 안에 있는 한국 기업은 삼성이 유일했음을 고려하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2. 한때는 우수 흑자 공기업, 지금은?
공기업의 영업이익은 국민의 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전은 그동안 5조 이내의 적자, 흑자 폭을 유지해왔습니다. 공기업 특성상 이익을 따지지 않고 요청하면 작은 섬이나, 마을까지 전신주와 전기선을 깔아 전력을 공급함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영업이익이 10%로 5조를 초과하기 시작하면서 2017년까지 흑자 행진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한때 20%까지 바라보던 한전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즉 2년 새 -0.3%까지 떨어졌습니다. 한전의 실적 변화를 두고 한편에서는 경영진의 방만과 여름 누진세 완화, 정부의 탈원전이 지목되었습니다. 그 근거로 한전의 판매관리비 급증이 제시되었죠.
2013년 1조 9231억 원에서 2015년 2조 1532억 원으로 천천히 증가한 판매관리비는 2016년 2조 6392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매출원가가 매년 수조 원 씩 증가하고 2016년 12조로 절정을 찍은 영업이익이 2017년 5조 원 이하로, 2018년 -2080억 원까지 떨어졌지만, 한전은 판매관리비를 유지했습니다.
3. 한전의 성과급 대잔치에 속타는 이유
흑자기업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건 사기를 고취하고 근무 의욕을 높이는 일입니다. 같은 의미로 한전도 흑자 당시 직원들에게 명당 평균 200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해 부러움을 샀습니다. 하지만 적자를 기록한 2018년 임원 6명이 성과급 3억 2700만 원을 받았습니다. 1조 1700억 원의 적자를 내었음에도 성과급 잔치를 이어간 것입니다.
사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공기업 경영 평가 제도가 바뀐 덕분입니다. 2018년부터 공공기관 평가의 무게를 실적에서 정부 정책 목표 달성으로 옮겼습니다. 덕분에 탈원전, 원자잿값 상승으로 한전이 적자를 보았지만 경영 평가에서 ‘양호’한 B 등급을 받을 수 있었죠. 이 같은 평가에는 전기세를 동결하고 여름 누진세 완화에 동의하면서도 1조 1700억 원밖에 적자를 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만 석유공사가 지난해 회사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3급 이상의 임직원 임금 10%를 반납하기로 한대 반해 한전은 21억 2080만 원으로 임원 보수 한도를 높였습니다. 와중에 적자 보전을 위해 ‘전력 요금 체계 현실화’를 추진해 올 6월 정부 승인을 얻어낼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말로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료 인상을 추진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최찬식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