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못 보겠다" 항의 빗발친 '저승사자' 조형물,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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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급, 혹은 대형 아파트 단지에 미술품이 들어서는 추세입니다. 부자 아파트로 유명한 한남 더 힐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장식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죠. 사실 이런 조형물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정부 청사부터 대학교까지 좀 크다 싶은 건물이나 시설에 하나씩 배치된 모양새입니다.
이중 어떤 조형물은 시민들의 호응도 받고 약속 장소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요. 일부 시설에 배치된 조형물은 그 용도도, 정체도 알 수 없어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기만 합니다. 최악에는 꼴 보기 싫다며 치워달라는 민원을 받기도 하죠. 오늘은 그중 최악의 조형물로 꼽히는 한 조형물의 근황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국세청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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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종시에 저승사자가 등장했습니다. 국세청사 앞 금속 조형물이 세워진 것인데요. 차가운 표정에 갓을 쓴 이 조형물은 금세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금속 특유의 기괴한 웃음에 양 팔을 한껏 끌어올린 모양새가 공포감을 조성하기 충분했죠.
덕분에 세종시는 한동안 민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심지어 국세청이 납세자들, 혹은 탈세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저승사자'를 설치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돌았죠. 얼핏 흥겨워 보이지만 홀로 흥겨워 보이는 이 조형물은 특히 비 오는 날과 밤에 그 위압감을 더했습니다. 은빛 표면이 차가운 달빛과 번개 빛을 받아 섬뜩하게 빛났기 때문이죠.
작품 의도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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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라고 칭해졌지만, 조형물의 이름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흥겨운 우리 가락'인데요. 청사관리 본부가 무려 11억여 원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 6개 중 하나입니다. 작가는 '한량무'처럼 양팔을 벌려 날아오르는 듯한 우리 전통 춤사위를 형상화했다고 밝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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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도 "동작이 우아하고 품위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 한국무용의 한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했다"입니다. 그러나 정작 조형물을 본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광기 어린 눈이 딱 국세청이다', '국세청이 아니라 관세청에 있어야 할 듯', '힙하네' 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금 낭비 논란
세종시 국세청사 앞 '저승사자'는 인터넷에서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로 소모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낸 세종시 시민들은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혈세를 낭비해 이상한 조형물을 설치했다는 것이죠. 사실 이렇듯 뜬금없이 세워진 공공 조형물은 전국적으로 6287점에 달합니다. 여기에 사용된 금액만 1조 1254억 원에 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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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형물은 세종시 국세청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는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에 따른 것입니다. 법에 따라 한국에선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일정 비율에 달하는 금액을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해야 하죠. 혈세 낭비라는 지적에도 매번 수억 원대 조형물이 세워지는 이유입니다. 이는 정부 건물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의 건축물을 지을 때도 해당합니다. 요즘 건축되는 대단지 아파트 중간중간에 조형물이 설치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사실 이 제도는 프랑스의 규제정책을 벤치마킹한 제도입니다. 프랑스는 과거 자국의 문화예술의 발전 및 부흥을 위해 건축비의 1%로 예술품을 설치하도록 했는데요. 이 '1% 룰'을 세계 각국이 벤치마킹하자 한국도 제도를 들여온 것입니다. 다만 조형물에 세금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죠.
논란의 조형물, 근황
특히 이 세종시 저승사자는 혈세 낭비 논란이 더 강합니다. 세금을 들여 설치했지만 결국 혐오 조형물이 되었기 때문인데요. 2015년 국세청 앞에 있던 이 조형물은 수개월 만에 100m 떨어진 17동으로 이전되었습니다. 당시 17동이 비어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2016년에 소방청이, 2019년에는 행정안전부가 17동에 들어오게 됩니다. 하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 앞에 '저승사자'가 춤을 추고 있는 격이 됐는데요. 직원들의 이전 건의와 주민의 민원이 빗발치자 결국 창고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청사 측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일정은 미정입니다. 수천만 원 세금에 제작자만 돈 번 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