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캐스팅한 여학생 덕분에...톱스타 없이 대박났습니다
광고는 짧은 시간 내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야 합니다. 특히 5초 내에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하면 스킵 되기 십상이죠. 광고 모델로 톱스타가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톱스타가 아닌 일반인 모델이 광고업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대체 광고업계에서 일반이 모델을 기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인을 내세운 광고로 성공한 브랜드와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김태희, 이수경 발굴한 화이트 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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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 국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와 P&G가 양분하고 있었습니다. 다국적 기업인 P&G는 뉴스 앵커, 유명 연예인을 CF 모델로 기용했는데요. 특히 '적극적인 여성' 이미지를 내세워 큰 성공을 거두었죠. 이제 맞서 유한 킴벌리가 꺼낸 카드가 바로 일반인 모델입니다. '친근함'을 내세운 광고에 사람들의 공감이 이어졌죠.
특히 2000년, 유한킴벌리는 광고 하나로 소위 대박을 터트립니다. 일반인 대학생이었던 김태희를 모델로 발굴한 것이죠. 당시 일반인이던 김태희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첫 연예계 데뷔를 하게 되는데요. 미모와 청순한 분위기로 일약 스타로 거듭났습니다. 이어 최윤영 아나운서, 배우 이수경 등이 화이트 광고의 일반인 모델로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유한킴벌리 |
일반인을 내세운 광고의 성공으로 유한킴벌리는 중견기업임에도 다국적 대기업인 P&G와 경쟁할 수 있었습니다. 효과가 워낙 좋아 P&G조차 광고 모델을 일반인으로 바꿀 정도였죠. 덕분에 한동안 광고업계에선 일반인 모델 발굴이 트렌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반인 모델로 성공한 광고
연예인 한 명 없이 일반인으로만 성공한 광고는 어떤 게 있을까요?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라는 카피로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광고 속에선 실제 육아의 고충을 느끼는 듯한 일반인 모델이 등장했죠. 농심은 면접에 떨어진 아들에게 아버지가 뜨거운 라면을 건네며 '아무리 중요한 일도 너보다 덜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넣었습니다. 일반인 모델 기용으로 현실성 있게 사는 얘기를 담아낸 두 광고는 SNS 상에서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일반인이 등장한 광고는 시청자를 모델보다 광고 메시지에 집중하게 합니다. 보다 공감하기 쉽죠. 덕분에 공감 광고에서 일반인 모델은 오히려 톱스타보다 뛰어난 성과를 냅니다. 약 18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KCC의 '엄마의 빈방'이 대표적이죠. 톱스타 하나 없지만 "1분 만에 내 인생 전반을 본 것 같다", "광고 검색해서 본 건 처음"이라는 의견이 잇따랐습니다.
톱스타여도 소화할 수 없는 광고도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세상 가장 조용한 택시'와 SKT의 '영은이편'이 대표적입니다. 현대차 광고에는 서울시 1호 청각장애인 택시 기사 이대호 씨가 직접 출연해 조용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SKT는 태풍으로 맏딸을 잃은 서의호 포스텍 교수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죠. 폰 번호를 해지하지 않고 자동응답 음성으로 마음을 달래는 사연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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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서 이니스프리, 포카리 등 다양한 브랜드 모델을 맡은 이은재 씨. |
이외에도 SNS 등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일반인 역시 광고 모델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 비주얼로 화제를 모으는 이들은 일명 '인플루언서'로 통용되죠. 비교적 거리감을 느끼는 연예인과 달리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캐릭터인데요. 인플루언서를 선망하는 이들의 심리를 자극하여 광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각종 뷰티 브랜드, 은행 상품 광고 등에 유명 유튜버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죠.
공감과 합리적인 비용이 강점
일반적으로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할 때에는 제품과 어울리는 분위기인지를 중점에 둡니다. 대표적인 예로 배우 이영애를 들어볼까요? 사극 작품에서 큰 인상을 남긴 이영애라면 한방 화장품에 우아하고 고혹적인 이미지에 적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녀를 선망하는 수요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쉽죠. 반면, 일반인 모델은 인물이 아닌 광고 본연의 내용에 집중해 공감하기 쉬운 편입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모델료입니다. 톱스타에 비해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일반인 모델은 기용 시 비용이 합리적이죠. 조인성, 이나영 등 톱급 연예인 출연료는 1년 8억 원, 6개월 4억 원 수준입니다. 반면 일반인 모델은 C급 30만 원, B급 50~60만 원, A급 9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 단건으로 이뤄지고 장기 계약이더라도 6개월 이상 진행되는 일은 극히 드물죠.
어려운 시기에도 걸맞아
일반인 모델은 보통 어려운 시기나 공익 광고에 자주 기용됩니다. 다수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해야 하기에 스토리에 집중해야 하는 광고 유형이죠. 반대로 공익 광고에 톱스타를 쓰면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조여정'을 광고 모델로 세운 경기도 재난 기본소득 광고가 대표 사례입니다.
광고 속 조여정은 도민들과 함께 공익 광고를 진행했는데요. 해당 광고를 본 도민들은 "도민 지원할 돈 없다더니 연예인 줄 돈은 있나 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공익 광고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이죠. 조여정의 광고 모델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편당 제작비는 1억 2000만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톱스타 광고가 의미 없진 않습니다. 엘라스틴 샴푸는 전지현을 모델로 발탁한 뒤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죠. 톱스타의 영향력을 잘 살린 예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모델과 제품을 내세워 구매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광고보단 기발한 아이디어, 카피가 함께 어우러지는 광고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형에 맞는 모델 기용 역시 중요한데요. 일반인 광고 모델 기용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