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자 명단에 있는 외국인 프로선수들, 이유 들어보니…
2020년 고액체납자, 6,965명
세법에서는 연간 2억 원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고 체납한 사람을 고액체납자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국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고액체납자 수는 6,965명으로 2019년 대비 127명 늘어났습니다. 이들 고액체납자의 체납금액은 4조 8,203억 원 수준이었죠. 하지만 이는 고액체납자들의 체납금액이며 전체 체납금액으로 따지면 이보다 훨씬 많은 세금이 체납되고 있습니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 세무학과 교수에 따르면 한 해에만 500만 건 이상의 체납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체납 금액은 26조 원 규모입니다. 국세청 등에서 전체 체납금 중 19조 원 정도를 매년 징수하는데 매년 7조 원가량은 걷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금 체납 규모는 매년 늘었죠.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지난 2019년 세금 체납에 대한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는데요. 5,000만 원 이상 체납 시 출국금지 및 본인 및 친·인척 재산조회를 가능하게 했으며, 1억 원 이상 체납 시 30일 감치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프로스포츠 선수의 고액체납
세금 체납이 늘어나면서 이 역시 사회문제 중 하나가 되기도 했는데요.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선량한 시민에게 박탈감을 주는 행위이며, 명백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고액체납자 중에는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있어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프로스포츠 선수 중에서도 고액의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들이 고액체납자 명단에 대거 포함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국내 프로스포츠를 살펴보면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에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오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우수한 실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며 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입니다. 스포츠 종목과 선수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수십,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국내 선수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기도 합니다.
고액체납, 외국인 선수가 많아
2020년 공개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온 외국인 프로선수 중에는 지난 2016년 국내 프로야구팀인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했던 로사리오 등이 있었습니다. 로사리오는 2017년 귀속 종합소득세 2억 7,100만 원을 내지 않으면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오게 된 것입니다.
이외에도 프로 축구팀 경남FC와 부산 아이파크에서 활약했던 밀로스 스토야노비치는 2016년 귀속 종합소득세 등 3건 3억 7,300만 원을 체납했습니다. 또, 2011년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서 국내 리그에 데뷔해 2014~2016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뛰었던 스테보(스테비차 리스티치) 역시 종합소득세 3억 2,000만 원을 체납했습니다. 스테보의 경우 우리나라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던 선수였죠.
인기 있던 이 외국인 선수들이 어쩌다 고액체납자가 됐을까요? 프로선수의 경우 구단이 선수에게 사업소득으로 연봉을 지급하게 되는데요. 사업소득의 경우 지급 시 3%를 원천징수하고 다음 해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위 선수들 모두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전에 외국팀으로 이적하는 등의 이유로 출국하게 되면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못한 것이죠.
외국인 선수 과세,
제도 개선 필요해
이처럼 1년 이상 국내에서 활약하다 외국으로 출국하면서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지 못한 외국인 선수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해당 체납세액만 100억 원 이상입니다. 그동안 절반 정도는 기한이 지나 체납액이 소멸되기도 했죠. 일각에선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세금 추징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외국인 선수들이 일부러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인지, 단순한 실수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제도적 결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국세청 역시 이를 인지하고 2019년부터는 외국인 프로선수들에 대해 계약 기간 3년 이하로 연봉을 지급할 경우 지급액의 20%를 원천징수하도록 과세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