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침묵 깬 최승현(탑), 논란에 답하다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복귀한 배우 최승현(탑), 공백기를 깨고 논란 속에서 심경 고백.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최승현. / TEH SEED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로 오랜 공백을 깨고 대중 앞에 선 그룹 빅뱅 전 멤버이자 배우 최승현(탑)이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최승현은 지난 15일 서울 삼청동 일대에서 진행된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 기념 공식 인터뷰를 통해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났다. 개인 인터뷰는 영화 ‘타짜: 신의 손’(2014) 이후 11년, 대마초 투약 혐의로 처벌을 받은 이후로는 8년 만이다.
2016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2017년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던 최승현은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악역 타노스 역을 맡아 배우로 복귀했다. 그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은 물론,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를 시사하기도 했던 그였기에 캐스팅 단계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고 인맥 캐스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최승현은 예고편부터 제작발표회, 글로벌 쇼케이스 등 ‘오징어 게임’ 시즌2 공식 홍보 활동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약 2주간에 걸쳐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동혁 감독과 주요 배우들의 인터뷰가 끝난 뒤 갑작스럽게 최승현의 인터뷰 일정이 추가됐고 엠바고(보도 유예 시점)까지 적용됐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최승현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게 돼서 고민도 많았고 적당한 시기를 찾아서 신중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귀한 시간 내주시고 인터뷰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최승현이 오랜 침묵을 깨고 취재진 앞에 섰다. / 넷플릭스 |
-그동안 공식 홍보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인터뷰를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홍보 관련된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결정해 준 대로 따르는 입장이었다. 다른 목적과 계산이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그동안 소통의 창구가 없었고 인터뷰를 할 명분이나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는 것도 경솔한 행동이고 이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인터뷰를 하는 게 명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조차도 오랜만에 인터뷰하는 거라서 상당히 고민도 많았고 신중한 마음으로 용기 내서 나왔다.”
-시리즈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제작사를 통해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 대본을 처음 받고 사실은 고민이 많이 됐다. 나의 지난날의 과오와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캐릭터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미지 박제가 될 수 있는 캐릭터라서 고민도 많이 되고 걱정도 됐다. 한편으로는 운명적인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오디션 테이프를 찍어서 감독님에게 보냈고 두 번 정도 만나서 리딩을 하고 한 번 더 만나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다시 테이프를 찍어서 보내드리고 캐스팅이 확정됐다.”
-그동안 다른 작품 제의는 없었나.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도 나를 쳐다봐 주지 않았는데 손을 내밀어준 황동혁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자신감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타노스에 선뜻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정의로운 캐릭터가 아니어서였다. 현시대를 반영하는 약물 문제라든지 루저 같은 인물이고 덜떨어진 인물이라서 용기 낼 수 있었던 거다. 다른 작품의 다른 캐릭터였다면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캐스팅 단계부터 부정적 여론이 거셌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솔직하게 말하면 과거에도 그렇고 그 당시에도 그렇고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에 더 이상 피해를 줄 순 없겠다고 생각해서 하차도 생각했고 무너지는 심경이었다. 그런데 황동혁 감독님이 나와 함께 캐릭터를 디자인해 주고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낸 시간도 있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감을 다시 불어넣어 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말 무거운 마음이었다.”
-‘약쟁이 래퍼’ 설정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어떤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나.
“물론 현장에 수많은 제작진과 출연자 앞에서 약물에 의존하는 타노스로, 약을 먹는 장면을 찍을 때 심적으로 쉽진 않았다.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하지만 그것 또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타노스를 연기한 최승현. / 넷플릭스 |
-공개 후에는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다. 반면 해외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연기와 캐릭터의 호불호는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평가 또한 내가 다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좋든 나쁘든 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황동혁 감독님과 나름 많은 상의를 거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고 타노스라는 캐릭터가 시나리오 안에서도 굉장히 과장된 만화처럼 묘사된 캐릭터였다. 공포스럽고 무거운 분위기 안에서 환기해 주는, 쉽게 말해 광대 같은 캐릭터라서 감독님도 조금 더 하이텐션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줬다. 또 타노스가 극 중에서 의존하는 약물이 강력한 각성제다 보니 다른 세상 텐션으로 올라가 있는 캐릭터로 표현하고자 했다.”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인 건가.
“나의 20대는 정말 감사하게도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 안에서 나는 너무나도 큰 실수를 저질렀고 몰락과 추락을 겪었는데 나조차 가본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많이 피폐해져 있었고 어두웠고 무너졌다. 판단력도 없었다. 그래서 당시 너무 힘든 마음에 커다란 실수를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부분에 있어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평생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죄송하다.”
-향후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걸로 해석하면 되나. 빅뱅으로 가수 활동을 병행할 생각도 있나.
“빅뱅이라는 팀에 너무나 큰 피해를 준 장본인이다. 더 이상 팀에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팀을 떠나겠다고 이야기를 한 지 오래된 상황이었다.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서 힘이 없었다. 눈앞이 컴컴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7~8년간 사회와 단절한 채 집과 작업실만 오가면서 어둠 속에서 음악 작업만 계속했다. 음악을 만들 때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빅뱅으로 다시 돌아가기엔 면목이 없었다. 내가 저지른 과오와 실수에 대해서는 내가 혼자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고 내가 다시 팀에 들어가서 피해를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개인적으로 음악 작업을 한 것은 어떤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정말 작업실에 있을 때만 숨통이 트이고 살아있는 느낌을 받아서 의지했던 거다. 그러면서 수많은 음악을 만들어놨다. 그 음악들은 언젠가는 세상에 발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무엇 하나 확정해서 활동을 한다기보다 그냥 기회가 되고 불러주신다면 그리고 원하신다면 최선을 다해 어떤 분야에서든 열심히 하려고 한다.”
최승현이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 넷플릭스 |
-빅뱅을 언급하는 팬들을 차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어떤 이유였나.
“찬란한 영광과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고 내가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미안함으로 이 팀을 떠난 사람인데 재결합을 원하는 팬들이 아직도 있다. SNS에 멤버들과 나를 함께 태그를 걸어서 사진이 올라오고 그러는데 재결합을 원하는 팬들에게 희망 고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사자로서 가슴이 아팠다. 괴로운 마음이 컸다. 헤어진 가족사진을 바라보는 게 당사자만큼 힘든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오해를 샀다면 경솔했지만 너무 괴롭기도 하고 힘든 마음에 그랬다.”
-지난해 2024 마마 어워즈에서 빅뱅이 완전체로 뭉쳐 무대를 꾸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을 봤나. 멤버들과 따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지도 궁금한데.
“평생 미안함을 가져야 하지만 아직까지 큰 죄책감이 있어서 선뜻 쉽게 연락을 하진 못하고 있다. (공연은) 물론 봤다. 멋있게 봤다. 언제나 그 친구들이 잘되길 바라고 마음속으로 평생 응원할 거다.”
-오랜 공백을 깨고 복귀를 했고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해외에서는 좋은 반응도 얻고 있고 작품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지금 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마음, 솔직한 심정이 듣고 싶다.
“한국 대중분들에게 용서를 먼저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사람들을 정말 많이 안만났다. 주변 반응을 듣거나 할 심적 여유도 없다. 시원한 느낌도 전혀 없다. 그냥 나의 과오에 크게 실망한 분들에게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 참 많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또 반성하게 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문제도 많았지만 앞으로는 정말 절실하게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