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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시사위크

“견인차 후방 번호판이 안 보여요”… 손 놓은 관계당국들

견인차, 후방번호판 위치 제각각… 유명무실 車 관리법 시행규칙

번호판 가림, 사고 후 도주 우려… 고의 여부 불문 처벌 필요성

사진의 견인차 후면 번호판(흰색 원)은 견인기구로 가려져 있어 후방 차량 운전자 시야에서는 식별이 불가하다. 차량 후면 번호판이 이런 식으로 설치된 견인차는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 제갈민 기자

사진의 견인차 후면 번호판(흰색 원)은 견인기구로 가려져 있어 후방 차량 운전자 시야에서는 식별이 불가하다. 차량 후면 번호판이 이런 식으로 설치된 견인차는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 제갈민 기자

소위 ‘렉카’라고 불리는 견인자동차의 후방 번호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번호판 부착 기준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적지 않은 견인차들의 후방 번호판을 견인기구로 교묘하게 가려진 채 운행하고 있거나 견인차마다 번호판 위치가 제각각인 것이다. 차량 후방 번호판을 제대로 식별할 수 없도록 가리는 행위는 사실상 불법행위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경찰청에서는 견인차 후방 번호판 가림 행위에 대해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견인차 후방에는 커다란 견인기구가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자동차처럼 차량 후방 정중앙에 번호판 부착이 불가하다. 이러한 특수성을 인정해 정부에서도 견인차에 대해서는 별도의 위치에 후면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견인차 후면 번호판은 차량 승객석 후면 상단에 부착된다. 하지만 이 경우 견인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접고 다니면 번호판 일부 또는 전부가 가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3조에는 ‘차량 전·후면 번호판이 앞뒤에서 볼 때에 차체의 다른 부분이나 장치 등에 의해 등록번호판이 가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견인기구 등으로 인해 차량 후면 번호판이 가려지는 것은 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경찰청 등에서는 견인차의 후방 번호판 식별이 어려운 점에 대해 단속이나 계도 등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모습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이 있으나마나한 셈이다.


후면 번호판은 후행 차량이 선행 차량의 정보를 인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특히 사설견인차의 경우 역주행·신호위반·갓길주행·난폭운전·불법경광등 설치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도로 위에서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손꼽힌다. 또한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사설견인차에 대해 운전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려면 해당 차량의 후면 번호판이 명확하게 식별돼야 한다. 특히 후면 번호판이 명확히 식별되지 않는 점을 사설견인차 운전자가 인지한 채 고의적으로 가린 뒤 경미한 교통사고 발생 시 현장을 이탈하는 뺑소니 행위도 우려스러운 요소다. 후면 번호판이 명확하게 식별돼야 하는 이유다.


후면 번호판의 경우 왼쪽 나사에 봉인을 하는 만큼 번호판 위치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사실상 차량 번호판을 교부하고 부착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차량등록사업소에서 보다 엄격하게 관리·감독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TS교통안전공단 측에서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3조에서 자동차등록번호판의 부착방법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세부적인 부착방법에 대해 국토교통부 고시(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에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제6조의2)에 따르면 ‘자동차 구조 및 장치로 인해 번호판이 가려지는 부분이 발생하거나 가려질 우려가 높은 경우에는 등록번호판을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이동설치하거나 등록번호판 1개를 추가 부착해 번호판이 잘 보이도록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견인차의 경우 후면 번호판이 가려지는 현상이 발생함에도 번호판을 추가로 부착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견인차도 동일하다.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견인차(구난차량) 후면 번호판도 승객석 후면에 하나만 설치해 후방에서는 번호판 식별이 쉽지 않다. / 뉴시스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견인차(구난차량) 후면 번호판도 승객석 후면에 하나만 설치해 후방에서는 번호판 식별이 쉽지 않다. / 뉴시스

자동차검사 시 후방에서 후면 번호판을 제대로 식별할 수 없더라도 후면 번호판을 추가로 부착하는 것을 명하거나 후면 번호판 위치를 조정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


TS교통안전공단 측은 “자동차검사에서는 자동차의 등록번호 일치여부, 봉인의 상태가 양호한지 여부만 확인하고 있다”며 “등록번호가 등록원부와 다르거나 등록번호판이 망실된 경우, 등록번호판 또는 봉인의 문자나 문양이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경우(적법한 등록번호판이 아닌 경우를 포함)만 부적합 판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 명령 받은 조치사항을 이행한 후 자동차검사를 다시 받아야(재검사) 한다.


이러한 후면 번호판 가림 문제는 수년째 지적되고 있음에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자동차운영보험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민신문고, 안전신문고 통해 민원이 접수되는 건에 대해 경찰청과 지자체가 협의를 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후면 번호판이 잘 안 보이는 경우 잘 보이는 위치에 추가로 번호판을 부착해야 하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라서 민원이 접수되거나 교통단속 간에 적발되는 차량 소유주에게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과태료 부과기준에 따라 1차 50만원, 2차 150만원, 3차 25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후면 번호판을 부착해주는 주체가 차량등록사업소인 만큼 견인차 소유주가 이러한 상황을 지자체에 해명할 경우 과태료 규모는 일부 감경될 수도 있다.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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