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따뜻한 한그릇! 전국 국밥 맛집 베스트 5
추운 날씨에 고된 일과로 심신이 두루 힘든 날이면 뜨듯한 한 그릇으로 위로받고 싶은 건 만국공통이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구수한 향미, 입구 근처에서부터 북적북적 느껴지는 사람 내음. 나도 모르게 움직이는 발걸음 따라 향하다 보면 스르르 닿게 되는 공간에서 주문하게 되는 메뉴는 뻔하다. 오랜 시간 끓고 또 끓으며 깊은 맛을 머금은 국물에 먹기 좋게 토렴된 밥. 푸짐한 건더기까지 어우러진 투박한 서민음식의 대명사. 여기 따끈한 국밥 하나요! 대단히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요리도, 흔히 접하기 힘든 이국적인 음식도 아니건만 언제나 그렇다. 수수한 국밥 한 그릇의 힘이, 더하는 온기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심리적인 친근함과 가성비만으로 국밥이 오늘날의 인기와 위상을 얻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역마다 고유의 국물 요리가 있고 말아먹기 좋은 적당한 찰기의 쌀이 재배되는 환경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기본적인 수질이 좋은데다 쌀을 포함한 주류 식재료의 특징, 오래도록 이어지며 자리잡은 취식 방법 등이 맞물려 환경적으로도 국밥이라는 장르가 탄생하기에 적합했다고 봐야 한다. 국물 음식에 거부감이 없고 또 국물음식이 발달하기 쉬운 환경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조선 후기 상업이 발전하며 주막을 중심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장국밥이 오늘날의 국밥에 가까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은 문화, 역사, 환경 등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으로 탄생한 국밥이 여러 지역에서 지역 특색에 맞게 발전하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친숙한 대부분의 국밥 또한, 지역마다 존재하는 국물 요리와 취식 문화에 적합한 형태로 전국 각지에서 향토 국밥이 탄생하고 자리잡는 과정에서 탄생하기도 했다. 전북권의 콩나물국밥이 그렇고 강원도 진부와 평창을 중심으로 하는 황태국밥이 그러하며 부산과 밀양에서 발전한 돼지국밥이 그렇다.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국밥이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 발전은 정체된 고루한 향토음식의 위치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프렌치 조리 기술을 접목시킨 돼지국밥과 같은 새로운 국밥도 속속 합류하며 국밥의 범주는 여전히 팽창 중인 상태다. 무궁무진한 종류에 전국 어디에서나 특색 있게 즐길 수 있으며, 멈추지 않고 성장해나가고 있는 장르가 현재 한국의 국밥이다.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인 신규 식당들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타 장르와 달리, 여전히 노포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국내 국밥씬의 특징이다. 달라진 수요에 맞게 필요한 변화를 꾀하는 파격적인 곳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는 많은 국밥 명점들을 보면 그러하다. 옛맛을 지키고 최대한 그대로 이어나가고자 오래도록 지켜온 틀을 고수하고 있는 곳이 많다. 맛을 위한 요소들이야 그렇다 쳐도 주방 환경 등 변화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부분까지 옛 방식 그대로 국밥을 내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극히 미세한 일부의 변화로도 꾸준히 지켜낸 맛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재료와 맛내기 외에도 작업하는 환경, 일하는 방식의 변화만으로도 아예 다른 음식처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섬세한 음식이 국밥이기 때문이다. 투박한 장비를 사용하고 언뜻 거칠어 보이게 조리해 내지만, 사실 누구보다 국밥 한 그릇에 이해도가 높고 진심인 셈이다. 이러한 명점들의 노력으로 다양한 국밥을 추억의 맛 그대로 언제든 편안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봐도 되겠다.
오늘 소개할 식당들도 다르지 않다. 정성스레 고집스레 지켜온 맛의 한 그릇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따스함을 건네고 있다.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 지친 몸과 마음에 훈훈한 위로로 다가올 국밥 맛집 다섯 곳을 소개한다.
1. 말도 안 되는 가격의 깔끔한 한 그릇, 수유 ‘옛곰탕집’
inni_claus님의 인스타그램 |
우거지와 양지를 넉넉히 담아내는 양지국밥이 대표메뉴. 별다른 조미를 하지 않고 숙성 우거지의 맛과 양지의 감칠맛 위주로 맛을 낸 국밥이라 슴슴하면서도 깊다. 담백깔끔한 맛에 술술 넘어가지만 빈 공간은 느껴지지 않는 꽉 찬 맛이다. 보들보들한 식감의 우거지와 양지 고기를 한 입 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는 즐거움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양지와 사태의 살코기만 소복하게 쌓아 내는 맑은곰탕도 이름 그대로 맑게 우려낸 국물이 곰탕을 즐기지 않는 이가 먹기에도 부담 없는 수준. 기름기를 거를 대로 걸러 잡티 하나 없는 국물이, 입 속에서도 걸리는 부분 하나 없이 말끔하게 사라진다. 넉넉한 양의 국내산 육우 사태와 양지를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맛도 이렇게나 좋은데, 어려운 시기 모든 메뉴가 합리적인 걸 넘어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육수만 본다면 고급 평양냉면집과 비교해도 크게 쳐지지 않는 수준급 평양냉면을 보기 드문 착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시장 구경에 앞서 든든하고 맛좋은 한끼를 위해 들러 볼 만하다. 국밥류는 국물과 밥의 어우러짐과 온도감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토렴 상태로 제공되나, 원하는 경우 밥을 따로 받는 것도 가능하다.
▲위치: 서울 강북구 도봉로71가길 4
▲영업시간: 월-토 08:00 - 19:00, 일요일은 13:00 - 15:00
▲가격: 맑은곰탕 7000원, 양지국밥 7000원, 평양물냉면 7000원
▲후기(식신 마르게리따): 가격이 미쳤는데 맛은 더 미쳤어용 너무 맛있습니다 깔끔한데 깊어요 기름기는 싹 걸러내서 잡티 하나 없고 고기들도 잡내없이 촉촉합니다 냉면도 맛있는 집이긴 한데 그래도 여기는 양지국밥이랑 곰탕이 진짜 맛있으니.. 일단은 둘 중 하나로 먼저 스타트 끊어 보는 걸 추천해요
2. 대전을 대표하는 국밥, 대전 ‘원조 태평소국밥’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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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감칠맛의 산뜻한 국물이 매력적인 소국밥 맛집. 소고기뭇국과 갈비탕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느낌으로, 익숙한 듯 새로운 느낌으로 맛있고 양도 푸짐하다. 어지간한 숙취는 한 방에 날려버릴 만큼 칼칼함도 적당히 품고 있어 부담없는 해장용 국밥으로도 그만이다. 넉넉한 양에 합리적인 가격을 생각하면 그저 놀라운 맛의 육사시미도 놓치면 안 되는 메뉴. 남다른 신선도에 부드럽게 감기는 맛이, 예사롭지 않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2인 기준 국밥 두 그릇에 육사시미 한 접시 곁들여 즐기면 딱 좋다. 보다 얼큰하고 진한 맛을 선호하는 취향이라면 내장탕도 나쁘지 않은 선택. 다양한 내장 부위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고, 충분히 기름기가 우러난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국물에 수저질을 반복하게 되는 마성의 내장탕이다. 푸짐한 양에 칼칼하게 졸여내 입맛 당기는 중독성도 갖춘 매운 소갈비찜도 여럿이 방문이라면 하나 주문해 함께 즐겨봄직하다. 대부분의 메뉴가 주문하면 늦어도 3분 안에는 제공되는 진정한 코리안 패스트푸드인 건 덤이다. 대전을 대표하는 국밥이 궁금하다면, 대전에서 정말 맛있는 국밥을 먹고 싶다면! 한 번은 꼭 들러 볼 가치가 있는 맛집으로 추천한다.
▲위치: 대전 중구 태평로 116
▲영업시간: 매일 24시간 영업
▲가격: 소국밥 9000원, 한우육사시미 1만2000원, 소내장탕 9000원, 매운소갈비찜 중 2만9000원
▲후기(식신 슈가보이): 살코기 위주의 깔끔한 국밥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 만족하실 것 같아요. 소고기 뭇국 비슷한 느낌도 있어서 아주 생소한 스타일도 아닙니다. 누구나 익숙하게 좋아할? 그런 국밥이고 고기도 많이 들어 있구요ㅋㅋ 아 생고기도 꼭꼭 하나 곁들이셔야 합니다 진짜 맛있고 국밥이랑도 잘 어울리니까요..
3. 수구레 듬뿍 품은 국수한 국물, 대구 ‘원조 이방아지매 소구레집’
8kida9님의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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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부속부위 중 하나인 수구레를 사용하는 국밥을 맛볼 수 있는 집. 소구레라고도 불리는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 사이에 자리한 피하조직으로 쫄깃한 식감에 씹을수록 우러나는 고소함으로 유명한 부위다. 식재료로는 특유의 식감을 살려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의 국밥은 독특하게도 이 수구레를 사용해 오랜 세월 사랑받으며 대표적인 향토 국밥으로 자리잡은 케이스다. 육개장처럼 대놓고 얼큰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순하지도 않은 국물과 꼬들꼬들한 수구레가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촉촉하게 젖은 쌀과 수구레를 한 번에 씹는 동안 풍부한 식감의 하모니는 오직 수구레국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라 할 만하다. 장시간 팔팔 끓여내며 국물 전체에 은은하게 배인 수구레 특유의 오묘한 육향도 일품. 국물 자체는 훨씬 대중적인 경상도식 소고기국밥의 국물을 조금 더 담백하게 끓여낸 것에 가깝기 때문에 수구레의 식감에만 적응한다면 생각보다 그렇게 호불호가 갈리는 타입의 국밥도 아니다. 밥 대신 면을 말아내는 수구레국수로 색다르게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오직 대구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의 국밥 전문점으로 추천한다. 현풍백년도깨비 시장내에 위치하고 있어 장터 구경 전후 들러 편하게 식사하기에도 좋다.
▲위치: 대구 달성군 현풍로6길 5
▲영업시간: 매일 07:00 - 19:00
▲가격: 소구레국밥 8000원, 소구레국수 7000원, 소구레볶음(중) 2만5000원
▲후기(식신 조동아리클럽): 내장이나 부속부위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솔직히 좀 걱정하는 마음으로 찾은 곳인데요.. 저랑 비슷한 분들도 가보셔도 될 것 같아요! 기름지고 느끼한 부위가 아니더라구요! 그보다는 약간 쫀득하고 꼬들한? 씹는 맛이 재밌는 수구레가 국밥에 듬뿍 들어있어요 맛있었습니다ㅎㅎ
4. 깔끔하게 구수한 맛, 무안 ‘옛날장터선지국밥’
r_mongkoo님의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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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일로 전통시장 바로 앞에 위치한 장터국밥집. 깨끗하게 손질부터 세척까지 완료한 뒤 삶아낸 선지와 곱창을 함께 담아내는 국밥이 대표 메뉴다. 국내산 곱창을 직접 하나하나 밀가루로 문질러 씻어내며 세척하기 때문에 입구부터 구수하게 풍기는 냄새와 대조적으로 국밥은 조금의 잡내도 없이 깔끔하다. 고추기름이나 고춧가루를 더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구수한 풍미와 본연의 감칠맛에 집중하기 좋다. 끓어오르는 뚝배기에서 보들보들하게 익은 선지와 곱창을 건져 먹는 재미도 식사 마지막까지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큼직하게 담아낸 건더기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선지가 탱글하면서도 부드러우니 신선도는 말할 것 없다. 국산 재료로 매일 직접 만드는 다양한 밑반찬도 하나하나 자극 없이 손이 가는 맛이라 국밥에 곁들이기 좋은 곳. 따끈한 국밥과 밑반찬에 반주를 곁들이는 어르신 손님이 많은 수더분한 장터 분위기에서 맛있는 한 끼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선지를 못 먹는 이들을 위한 ‘곱창만국밥’ 메뉴도 준비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위치: 전남 무안군 일로읍 시장길 17-8
▲영업시간: 매일 08:00 – 변동
▲가격: 국밥 1만1000원, 돼지머리국밥 1만1000원, 곱창만국밥 1만5000원
▲후기(식신 이웃집강아지): 일단 선지국밥답게 선지크기가 엄청 크고 신선해요.. 하나도 안 퍽퍽합니다. 오히려 살칼하고 약간 쫀득한? 그 정도로 신선한 선지랄까요 선지 신선도가 이 정도이니 해장국도 당연히 맛있죠 곱창과의 조합도 이상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최고였습니다.
5. 담백깔끔 제주 선지해장국의 진수, 제주 ‘삼일해장국’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
해장국 맛집 많기로 유명한 제주에서도 수준급의 해장국을 만드는 곳. 메뉴는 선지가 들어간 ‘해장국’과 ‘내장탕’ 단 두가지다. 펄펄 끓으며 나오는 해장국은 적당히 얼큰한 국물에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제주 해장국집들의 특징이 다진마늘을 따로 내어주는 것인데 이곳에서도 그렇다. 일단 마늘을 넣지 말고 국물 맛을 한번 본 뒤에 취향에 따라 넣어 먹으면 향긋한 감칠맛이 추가되며 국물의 맛이 업그레이드된다. 해장국엔 탱글한 선지와 콩나물, 양지살과 당면사리가 넉넉하게 들어있고 구수함과 시원함의 비율이 적절한 국물이 해장에 아주 그만이다. 조금 더 기름지고 진한 맛을 선호한다면 ‘소내장탕’도 좋다. 용암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비주얼에 비해 슴슴하고 담백한 편이라 해장용으로도 식사용으로도 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신선한 곱창과 내장류가 넉넉히 들어 있어 든든하게 배채우기 좋고 해장국과 마찬가지로 다진 마늘을 더해 변주를 주어도 만족스럽다. 이른 점심까지만 운영하는데 재료가 떨어지면 조기 마감을 하는 경우도 잦으니 방문 전 참고해야 한다.
▲위치: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하귀9길 14
▲영업시간: 수-월 07:20 - 13:20, 화요일 휴무
▲가격: 해장국 1만1000원, 소내장탕 1만2000원
▲후기(식신 메리제인♡): 저는 여기가 은희네보다 훨씬 맛있었다는 것. 전혀 짜지도 맵지도 않은 구수한 선지해장국인데 시원함도 적당해서 느끼하지도 않아요. 약간 슴슴한 편이라는 건 호불호 갈릴 것 같기도 한데 갠적으로 자극적인 해장을 싫어해서 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