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도 아닌데 승무원 잃을 판”… 美 항모 루스벨트호 ‘SOS’ 요청
지난 5일(현지시간) 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CVN-71)가 베트남 다낭에 입항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전쟁도 아닌데 선원들이 죽을 판이다.’
코로나19 선내 감염이 심각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함장이 참다 못해 미 국방부에 ‘SOS’를 쳤다.
3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브렛 크로지어 함장은 긴급 서한에서 “승무원을 배에서 내리게 해 2주간 격리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전시 상황도 아닌데 당장 대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가장 소중한 자산인 승무원을 잃게 된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24일 승무원 3명의 첫 감염 확인 이후 일주일 만에 200여명이 의심 증상을 보이는 등 선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은 상황이다. 현재 괌에 정박 중인 루스벨트호에는 해군 장병뿐 아니라 비행사와 해병대 등 5000여명이 타고 있는데, 제한되고 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근무환경 때문에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루스벨트호의 운항이 멈출 위기에 처하자 군사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첨단무기와 핵발전기 등 군사기밀과 장비 등이 있어 항공모함을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루스벨트호 선원들을 대피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거기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루스벨트호로 의료 장비를 포함한 보급 물자와 의료진을 추가로 보냈다”고 밝혔다.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도 이날 CNN에 “해군 지휘부는 루스벨트호 함장과 대처법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면서 “항공모함에는 무기와 비행기, 핵발전기가 있기 때문에 일반 크루즈선과 다른 방식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