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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세계일보

클래식 뮤직 들으며 숙성되는 와인은 어떤 맛일까

말보로는 뉴질랜드 소비뇽블랑·피노누아의 ‘성지’

와인메이커 개입 최소화 떼루아·품종 캐릭터 확연하게 드러내

더블베이스 연주자 출신 와인메이커가 섬세한 손길로 빚는 ‘가성비 갑’ 옐랜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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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싱글빈야드 소비뇽블랑(왼쪽)과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와인 양조장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더블 베이스 연주. 거대한 스테인리스 스틸탱크가 울림통처럼 음악을 증폭시키니 마치 콘서트가 열리는 뮤직홀에 온 듯합니다.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면 번잡하던 머릿속이 모두 비어지고 금세 힐링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와인도 음악을 들으면 스트레스 없이 더 맛있게 익어가겠죠. 뉴질랜드의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포도를 건강하게 키우고 더블베이스 연주자 출신 와인메이커가 악기를 연주하듯, 섬세한 터치로 빚는 옐랜드 소비뇽블랑과 피노누아. 청정자연과 포도를 그대로 한잔에 담는 와인을 만나러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포도밭이 물결치듯 펼쳐지는 뉴질랜드 말보로 아와테레(Awatere) 밸리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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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주요 와인산지. 뉴질랜드와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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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와인산업 현황. 뉴질랜드와인협회

◆ 소비뇽블랑·피노누아 성지 말보로

뉴질랜드와인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뉴질랜드 전체 포도밭 규모는 4만1603ha입니다. 이중 남섬 말보로(Marlborough)가 2만9415ha로 전체 포도밭 71%를 차지하는 뉴질랜드 최대 와인산지입니다. 시원하면서도 햇살이 강하고 건조한 기후와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 어우러져 과일풍미가 선명한 와인이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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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소비뇽블랑 산지.

뉴질랜드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은 소비뇽블랑(57%)이며 말보로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소비뇽블랑의 최대 산지입니다. 뉴질랜드 전체 소비뇽블랑 재배면적(2만6559ha)중 말보로에만 약 89.7%(2만3834ha)가 몰려있답니다. 말보로가 ‘뉴질랜드 소비뇽블랑의 성지’로 불리는 까닭입니다. 혹스베이(1011ha), 넬슨(621ha), 노스 캔터베리(401ha), 와이라라파(394ha), 기스본(250ha), 센트럴 오타고(40ha) 순으로 소비뇽블랑을 재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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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피노누아 산지.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말보로는 소비뇽블랑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말보로는 뉴질랜드 최대 피노누아 산지(2733ha)이기도 합니다. 뉴질랜드 최고의 피노누아 산지로 떠오른 센트럴 오타고(1656ha), 와이라라파(527ha), 노스 캔터베리(444ha), 혹스베이(233ha) 넬슨(164ha) 기스본(27ha)에서도 피노누아를 재배합니다.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강렬한 향기와 선명하고 순수한 과실향, 풀내음과 이국적인 열대 과일향, 풍성한 미네랄이 매력입니다. 말보로 피노 누아는 잘 익은 붉은 체리, 자두, 스파이시한 노트가 도드라지며 미디움 바디와 부드러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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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와테레 밸리 위치.

◆ 와이라우 밸리 vs 아와테레 밸리

말보로에는 독특한 떼루아를 만드는 두 개의 강 와이라우(Wairau)와 아와테레(Awatere) 강이 흐르며 이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와이라우 밸리(Wairau Valley), 아와테레 밸리(Awatere Valley)에 말보로의 최고의 포도밭들이 몰려있습니다. 와이라우는 오래된 강바닥의 자갈 토양이 특징으로 시원하고 건조한 내륙 지역, 황량한 돌밭 지역, 해풍의 영향을 받는 해안 지역으로 이뤄졌습니다. 강렬한 과실 풍미와 바디감이 지닌 와인이 생산됩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햇살이 밝고 건조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와이라우는 마오리어로 ‘구멍이 뚫린 구름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케이 푸타 테 와이라우(Kei Puta Te Wairau)’에서 유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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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아와테레 밸리 포도밭.

와이라우 남쪽의 아와테레는 내륙의 카이쿠라 산맥에서 바다로 뻗어나간 산지입니다. 바다와 붙어있어 와이라우보다 더욱 시원하고 건조하며 바람이 많이 붑니다. 특히 고도가 높은 곳의 포도밭에서는 아로마틱한 피노누아와 드라마틱하고 독특한 소비뇽 블랑이 생산됩니다. 말보로의 남부밸리(Southern Valleys)는 오마카(Omaka), 페어홀(Fairhall), 브랜콧 (Brancott), 벤 모르반(Ben Morvan), 와이호파이 밸리(Waihopai Valley)가 주변 언덕을 감싸며 중요한 서브 지역을 형성합니다. 점토 토양이 많아 좀 더 우아하고 아로마틱한 피노누아가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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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와인.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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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옐랜드 세일즈 매니저 Ralf Kleinsorge. 최현태 기자

◆ 음악·섬세한 손길로 빚는 말보로 와인

아와테레에서도 바다와 바로 붙은 포도밭에서 가성비 최고의 소비뇽블랑과 피노누아를 선보이는 와이너리가 옐랜드(Yealands)입니다. 한국을 찾은 아시아태평양 세일즈 매니저 랄프 클라인소르게(Ralf Kleinsorge)와 함께 옐랜드 와인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옐랜드 와인은 비노에이치에서 단독 수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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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시설을 갖춘 옐랜드 와이너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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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총괄 와인메이커 Natalie Christensen.

옐랜드는 2008년 피터 옐랜드(Peter Yealands)가 뉴질랜드 남섬 아와테레 북동쪽 바닷가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와이너리 역사는 짧지만 평론가들의 수많은 찬사와 높은 점수를 받는 와인을 선보이면서 단숨에 아와테레는 물론, 뉴질랜드를 대표한 와이너리로 성장했습니다. 와인 생산 규모는 뉴질랜드에서 여섯 번째에 달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솜씨 좋은 총괄 와인메이커 나탈리 크리스텐슨(Natalie Christensen) 덕분입니다. 그는 2018년 영국 드링크 비즈니스 매거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했고 영국 인터내셔널와인챌린지(IWC)가 2023년 올해의 화이트 와인 메이커로 선정할 정도로 빼어난 양조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말보로, 아와테레 밸리의 독특한 미세기후와 떼루아의 특징을 잘 담아 산뜻하면서 풍미가 뛰어난 와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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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와인 수상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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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와인 수상 실적.

옐랜드 포도밭은 쿡 해협(Cook Strait)의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펼쳐집니다. 특히 아와테레에서도 바다와 가장 가까운 시뷰(Seaview)에 무려 1000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시뷰 포도밭은 낮에는 강렬한 햇살이 내려쬐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그 바람에 실려오는 미스트가 포도밭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합니다. 큰 일교차에서 자라는 포도는 두꺼운 껍질, 강렬한 과실향, 풍성한 미네랄을 지녀 해안가 포도밭의 독특한 환경과 다양한 풍미를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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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시뷰 포도밭.

크리스텐슨은 이런 뛰어난 떼루아를 고스란히 살려 한잔의 와인에 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크리스텐슨은 음악 학사, 과학 석사, 양조대학원 디플로마를 취득한 독특한 경력을 지녔습니다. 특히 클래식 더블베이스 연주자로도 활약한 그는 지금도 와인 양조때 3개월 동안 양조시설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양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와인도 사람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더 맛있게 익어간다는 철학 때문입니다. 인도 여행중 명상에 빠진 경험이 와인양조 스타일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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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리저브 소비뇽블랑. 최현태 기자

◆ 떼루아를 그대로 글라스에 담다

와인메이커의 이런 철학을 잘 보여주는 와인이 소비뇽블랑입니다. 옐랜드는 말보로 스타일 잘 보여주는 리저브와 아와테레 떼루아를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싱글빈야드 와인을 만듭니다.


옐랜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리저브(Yealands Marlborough Sauvignon Blanc Reserve)는 말보로 소비뇽블랑 100%입니다. 라임, 감귤, 자몽, 살구로 시작해 망고, 키위가 더해지고 은은한 꽃향, 허브, 풀내음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농축된 과일 아로마가 더 선명하게 느껴지며 입맛을 돋우는 산뜻한 산미와 부드러운 질감, 풍성한 미네랄은 긴 피니시로 이어집니다. 새우, 홍합, 굴, 생선 등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리며 2년 정도 숙성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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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싱글빈야드 소비뇽블랑. 최현태 기자

옐랜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싱글 빈야드(Yealands Marlborough Sauvignon Blanc Single Vinyard)는 아와테레 밸리 소비뇽 블랑 100%입니다. 그린애플, 배, 라임, 구즈베리의 상큼한 과일향으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파인애플, 망고, 키위 등 열대과일 향도 피어납니다. 싱그러운 허브 아로마, 깔끔한 산미, 굴껍질의 미네랄이 느껴지는데 시뷰 포도밭의 특징입니다. 우아한 질감도 돋보입니다. 제철 석화, 해산물구이, 고트 치즈와 잘 어울리며 2~4년 동안 충분히 숙성 가능합니다. 싱글빈야드를 다양한 블록으로 나눠 양조한 뒤 나중에 블렌딩해 복합미를 최대한 끌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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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싱글빈야드 소비뇽블랑.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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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싱글빈야드 소비뇽블랑. 최현태 기자

“옐랜드 소비뇽블랑은 품종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오크숙성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소비뇽블랑은 개성이 아주 강한 품종이라 손을 대는 개성을 잃어 버려요. 따라서 기교를 부리지 않고 포도 본연의 캐릭터를 살리는데 집중한답니다. 다른 지역에서 오크 숙성 등 기교를 부리는 소비뇽블랑을 많이 생산해요. 뉴질랜드 다른 지역의 소비뇽블랑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면 프랑스인지, 캘리포니아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말보로는 개성과 특징이 아주 또렷합니다. 다만 정말 너무 더운 해에는 어쩔 수 없이 오크 배럴에서 좀 숙성을 하지만 이렇게 만든 소비뇽블랑은 절대 수출하지 않습니다. 프레시하게 즐기는 소비뇽블랑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죠. 옐랜드 와인은 또 하나 장점이 있어요. 다른 지역 와인들은 좋은 품질을 만들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는데 옐랜드는 빼어난 떼루아 덕분에 그런 노력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큰 장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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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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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리저브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 숙성 잠재력 뛰어난 말보로 피노누아

옐랜드 말보로 피노 누아 리저브(Yealands Marlborough Pinot Noir Reserve)는 말보로 피노누아 100%입니다. 잘 익은 다크 체리와 자두, 라즈베리로 시작해 달콤한 붉은 사과 껍질과 다양한 허브향이 어우러집니다. 생기발랄한 산도가 돋보이고 피니시는 길게 이어집니다. 가볍게 한잔 즐기기 좋고 슬로우 쿡 양고기 요리와 구운 야채와 잘 어울립니다.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하며 5년 정도의 숙성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옐랜드는 리저브 피노누아는 포도 품질이 안 좋은 해에는 아예 판매를 안할 정도로 품질을 관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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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싱글빈야드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옐랜드 말보로 피노누아 싱글 빈야드(Yealands Marlborough Pinot Noir Single Vineyard)는 아와테레 밸리의 피노 누아 100%입니다. 아와테레 포도밭은 서늘한 밤과 건조한 기후 덕분에 말보로 다른 지역보다 포도알이 더 작고 껍질이 두꺼운 피노누아가 생산되며 강렬한 블랙베리의 아로마가 돋보입니다. 농익은 블랙체리가 화려하게 피어나고 우아한 오크향이 튀지 않고 과일향과 한 몸처럼 어우러집니다. 화덕 피자, 양고기와 잘 어울리며 5년 정도 숙성하면 최고의 맛과 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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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싱글빈야드 소비뇽블랑과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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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랜드 세일즈 매니저 Ralf Kleinsorge. 최현태 기자

“피노누아도 사실 소비뇽 블랑과 비슷해요. 껍질이 너무 얇고 연약하기 때문에 와인메이커가 조금이라도 어떤 개입을 하면 그 색깔을 바로 입어 버리죠. 따라서 옐랜드는 소비뇽 블랑과 동일하게 최대한 개입을 줄이고 포도의 본연의 특성을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한답니다. 옐랜드는 피노누아는 두세번 사용한 오크에서 숙성해 오크향을 최대한 절제합니다. 버섯향 등은 찾아 볼 수 없고 라즈베리와 블랙커런트 등 신선한 과일향이 돋보입니다. 소비뇽블랑과 마찬가지로 리저브는 말보로 피나누아를 대변하는 스타일이고 싱글 빈야드는 옐랜드 독특한 스타일을 표현합니다. 10년은 아니더라도 3~5년은 거뜬히 뉴질랜드 피노누아도 숙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와인이랍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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