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박 前 대통령 옥중 메시지…파장은?
통합당 중심 ‘헤쳐모여’ 주문
중도보수 ‘황교안 체제’ 힘실어
친박신당 등 행보에 제동 걸려
태극기부대 합류 이해 엇갈려
‘도로 새누리당’ 가능성 우려에
일각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
4·15총선을 40여일 남겨둔 시점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변수가 돌출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기존 거대 야당’(미래통합당) 중심으로 단합할 것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은 독자 행보로 보수표를 분열시키지 말 것 △문재인정부를 심판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독자 행보를 해온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은 환영했다. 일부 친박근혜계 의원 등은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탄핵세력인 새로운보수당과 손잡고 통합당을 창당한 이후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친박 세력은 자유공화당(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으로 각개약진을 하고 있다.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수용한다면 야권은 통합당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한 만큼 친박 세력까지 통합당과 함께한다면 보수가 통합된 이례적인 선거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공개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 남정탁 기자 |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우파 보수 대통합’ 메시지를 열렬히 환영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을 받아 우리 모두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통합하고 단결해 4·15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겠다”고 화답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자유공화당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를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대한 큰 결단으로 크게 환영한다”며 “태극기 우파세력과 통합당 등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로 통합당의 대구·경북(TK) 물갈이에도 탄력이 붙게됐다. 이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통합당의 현역 물갈이에 반발하며 친박 세력에 합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조원진(왼쪽), 김문수 자유공화당 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늘 메시지에 대해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대한 큰 결단으로 크게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
문제는 친박 세력이 내건 조건이다. 자유공화당은 구체적인 공천과 당대당 통합에 대한 통합당 안을 요구하며 “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 공동대표는 통합당에 공천작업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총선 승리를 향해 매진하여 오늘의 뜻에 부응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공천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통합당 공천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지금까지 친박 세력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대로 보수 진영이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단합하기엔 현실적 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양날의 검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중도보수층의 이탈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자칫 ‘도로 새누리당’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특히 통합당 입장에서는 ‘박근혜’라는 변수가 개입되면서 ‘문재인정부 심판’이라는 총선 구도가 흐트러질 수 있다. 통합당 내에서는 ‘친문이냐 아니냐’, ‘친조국이냐 아니냐’에서 ‘박근혜·최순실이냐 아니냐’는 구도로 바뀔 수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역구 선거에서 사실상 통합당과 연대한 국민의당조차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려던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 이 정권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양심적 진보층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평을 내놨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신청자 면접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총선 영향력과 관련해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헌법 절차에 따라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면 말 그대로 ‘옥중정치’”라면서 “결국 보수 유권자들은 미래통합당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중도·진보 유권자에 대해서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순·이창훈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