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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음식의 향신료 사용해 감칠맛·풍성한 향 살려

‘보보식당’의 장보원 셰프

주방의 열악한 근무조건·급여에 회의

美 건너가 큰 환경 경험 후 요리에 확신

처음엔 1인 선술집 형태 보보식당 오픈

이후 중국음식 추가하며 정체성 정립

동파육·버터탕수육이 시그니처 메뉴

“위생개념·재료 공부 등 기본 가장 중요”

보보식당의 장보원 셰프를 만났다. 장 셰프는 할아버지 때부터 운영해온 광주 중식당 영발원의 장손으로 태어났다. 한국 사회에서 화교 3세라는 위치는 직업을 선택하거나 일을 하는 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느끼게 되었고, 중학교를 졸업하던 시점부터 자연스럽게 요리에 대한 꿈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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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원 셰프

아무래도 부모 세대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이고 세련된 방식의 접근을 하고 싶었던 바람이 커지면서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이후 특급호텔에서 실습과 근무를 하고 일을 배우면서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열악한 급여와 근무조건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이에 더 넓고 큰 환경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곳에서 요리를 배우면서 조리인으로서 미래가 앞으로 밝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지금까지 주방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금은 본인이 회의를 느꼈던 근무환경을 좋게 만들어가려는 오너셰프로서 보보식당을 운영 중이다.


워낙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었는데, 요리에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중식뿐 아니라 다른 음식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호텔에서는 부처(고기를 다루는곳)를, 독일인이 대표였던 복합문화공간에선 독일음식을, 미국교포가 운영했던 곳에서는 미국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렇게 배운 다양한 음식들과 여행지에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에서 받은 영감과 추억을 기반으로 1인 선술집을 열었던 것이 보보식당의 시초였다.


그 뒤로 중식메뉴가 늘고 자리를 옮겨 좀 더 큰 공간에서 보보식당을 열었을 때는 본격적으로 중국음식으로 메뉴를 짰고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지금의 보보식당이 만들었다. 보보식당은 본토 음식에서 사용되는 향신료를 한국 사람들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바람을 담아낸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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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국내산 냉장 삼겹살로 만든 동파육이다. 보보식당 동파육은 신선한 국내산 냉장육으로 만들어 일반 동파육보다 조금 더 부드럽다. 또 향신료를 풍성하게 넣어 감칠맛과 향이 좋다. 일반적으로 중식당은 생각보다 냉동 식자재에 많이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보식당의 음식들은 좀 더 신선한 재료를 써서 중식당도 계절감이 있고 신선한 재료로 만들면 더 맛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장 셰프의 이런 생각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 바로 동파육이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버터탕수육으로 손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자연스럽게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장 셰프는 고등학교 요리실습 때 오렌지 크레페를 만들어 너무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오렌지 시럽의 새콤달콤한 맛이 버터향과 너무 잘 어울렸다. 탕수육을 좀 재밌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고민을 하다가 고교시절 만들어 먹은 오렌지 크레페가 떠올랐고 탕수육소스에 버터를 추가했는데 너무 잘 어울려 메뉴로 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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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탕수육

탕수육은 그 자체로 완성도가 있어 누구도 뭔가 바꾸려고 하지 않는 음식이다. 하지만 장 셰프는 그만큼 재미없는 요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맛에 재미를 더한 버터탕수육을 만들어냈다. 음식을 만들고 제공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손님의 반응에 따라서 메뉴가 살아나고 자리 잡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메뉴이기도 하다.


장 셰프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리사는 위생개념부터 재료를 공부하고 간을 하는 감각을 익히는 등의 힘든 시간들을 참고 이겨내야 비로소 기본을 갖춘 요리사가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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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예를 들어 만두의 경우 만두속을 만드는 데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도 정작 만두 피는 냉동피를 쓴다면 기본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다. 요리를 하는 데 하나 하나의 과정과 요소를 모두 신경 써서 건너뛰거나 소홀해지는 과정이 없이 작업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 셰프는 보보식당이 롱런할 수 있도록 다듬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렇게 하려면 혼자서는 힘들다는 걸 알기에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장 셰프에게 요리는 크게 봤을 때 창작행위의 하나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은 행위 예술이고 완성된 요리는 하나의 작품이다. 또 가장 빠르게 관객의 피드백을 받아 볼 예술이 바로 요리라고 생각한다. 요리로 고객과 소통하면서 매 순간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이자 스스로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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