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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세계일보

까도까도 늘 새로운… ‘팔방미인’ 필수 식재료 [김셰프의 낭만식탁]

알싸하면서도 익히면 단맛

자장면·조림·볶음 요리…

안들어가는 음식 거의 없어

항산화 작용에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줘

양파 주인공 되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

고소하고 진한 ‘해장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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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같다’는 말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란 뜻으로 살짝 부정적인 느낌으로도 쓰인다. 하지만 까도 까도 새로운 사람이라면 속을 좀 알 수 없더라도 괜찮다. 특히 요즘처럼 한 가지 일만 잘하는 것보다 새롭고 다양한 일에 재능과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다변화 시대에는 양파 같은 사람이 제격이다. 사실 음식에서 양파가 주는 은혜로운 혜택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양파 같은 사람이라는 말은 최대의 칭찬이다.

#자장면과 양파의 동거

자장면은 정말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메뉴다. 이 고단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장면에 얽힌 사연, 추억 한 개 정도는 누구나 있을 것으로 단언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한 끼를 채울 수도 있기에 지금도 이사하는 날엔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런 자장면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가 바로 양파다. 양파의 달큰한 맛은 자장면의 맛을 좌우한다. 물론 약간의 ‘마법의 가루’가 들어가야 한다지만 MSG만으로 낼 수 없는 맛이 바로 양파의 달달함이다. 자장면에 양파가 많이 들어가는데도 우리는 이 양파를 또 춘장에 찍어먹기까지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자장면 생각이 간절하다. 쓱쓱 비벼 한입 넣고 단무지보다 양파를 먼저 아작아작 씹어 먹고 싶다. 입가에 좀 묻으면 어떤가. 품위는 잠시 접어두어도 괜찮다. 볶은 양파가 가득한 자장면 한 그릇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내일은 반드시 자장면을 먹어야겠다.

#다양한 요리에 쓰이는 ‘팔방미인’ 양파

양파는 정말 다방면에서 사랑을 받는다. 양념장에도, 조림에도, 볶음 요리에도 양파가 안 들어가는 레시피를 찾기 힘들다. 파, 마늘, 양파, 간장, 참기름의 조합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많은 음식에 잘 어울린다. 양파 장아찌, 양파무침 등 한식에서 양파가 주인공인 반찬은 살짝 자극적이고 새콤한 음식들이 많다. 전이나 튀김에도 아주 좋고, 살짝 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참기름을 두른 쌈장에 찍어 먹으면 달달하면서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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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파르시

서양식에서 양파가 주인공이 되는 요리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나 ‘어니언 파르시(farci)’ 같은 것들이 있다. 어니언 수프는 양파를 아주 천천히 갈색이 될 때까지 볶아 양파의 단맛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육수를 부어 먹는 요리로 해장으로 정말 끝내준다. 아주 얇게 채썬 양파를 오일로 코팅한 팬에 약한 불로 천천히 볶는다. 양파가 진한 갈색으로 변하면 양파 섬유질이 으깨져 마치 잼처럼 변하는데 여기에 비프스톡을 넣고 끓여 간을 하면 정말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낼 수가 있다. 그리에르 치즈를 얹어 구운 바게트를 살짝 적셔 먹으면 어찌 보면 단순한 이 양파 수프가 어떻게 이런 맛을 낼까 싶을 정도의 감동이 올라온다. 어니언 파르시는 양파의 속을 파서 다진 고기나 리조또 같은 것을 채워 먹는 요리이다. 양파를 기름과 바질로 마리네이드해 준 뒤 호일로 감싸서 섭씨 200도 오븐에 10분간 구우면 양파가 전체적으로 투명하게 익는다. 그때 속을 파내면 정말 거짓말처럼 양파속이 쏙 빠져 나온다. 파르시는 ‘채우다’는 뜻인데 양파 말고도 토마토나 파프리카 속에 채운 요리들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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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수프

#항산화 작용도 뛰어난 건강식품

양파는 음식으로서뿐 아니라 건강식품이기도 하다. 항산화 작용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돼지고기랑 같이 먹으면 피를 맑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양파는 수분이 90%를 차지하지만 탄수화물, 비타민, 칼슘, 인, 철 등의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또 양파의 퀘르세틴이라는 성분은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축적되는 것을 억제해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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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양파 피클

양파를 썰다가 눈물 한번 안 흘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호텔에서 근무할 때 대량으로 양파를 썰 때는 정말 눈물 콧물로 범벅됐다. 이에 한 선배는 물안경을 쓰고 작업을 하기도 했다. 생양파에는 매운맛을 내는 휘발성 물질인 황화수소, 알데히드, 메르캅탄, 디설파이드류 등의 성분들이 있는데 이 녀석들이 눈의 점막을 자극해서 눈물을 나게 만든다. 휘발성 물질이기 때문에 근처에 불을 켜고 양파를 썰면 눈에 오는 자극이 적어진다.


오스테리아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어니언 수프 만들기


양파 2개, 레드와인 100㎖, 소금 1ts, 버터 1Ts, 올리브오일 조금, 비프스톡(육수) 또는 치킨스톡 1L, 밀가루 1Ts, 그리에르 치즈 30g, 바게트 빵슬라이스 1ea


① 양파는 최대한 얇게 채 썰어 준다.


② 팬에 오일을 두르고 약한 불에서 양파를 볶아준다.


③ 양파가 진한 갈색이 되면 소금을 뿌리고 버터를 두른 후 레드와인을 넣어 졸여준다.


④ 밀가루를 넣어 함께 볶아 준다.


⑤ 비프스톡을 넣고 20~25분가량 천천히 끓여준 후 수프볼에 담는다.


⑥ 슬라이스한 바게트 위에 그리에르 치즈를 듬뿍 뿌린 뒤 어니언 수프에 얹고 180도 오븐에서 5~10분간 치즈를 녹인 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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