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페셜]요리예능시대② ‘먹방 식당’들의 깜짝 놀랄 매출
[SBS funE l 강경윤 기자] 서울 용산구의 한 숯불돼지갈비 식당을 20년째 운영하는 이민우 씨는 지난 5월 뜻밖의 경험을 했다. 평범한 손님이라고 찾아왔던 이들이 알고 보니 일본 유명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스태프들이었던 것. 이들은 세 번째 방문했을 때 자신들이 드라마 스태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당 측에 “이곳에서 ‘먹방’을 촬영해도 되겠나.”라고 문의했다.
그렇게 용산구의 소박한 식당은 ‘고독한 미식가’를 통해 일본 전역에 전파를 탔다. 일본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이노카시라 고로 역)가 조용하게 숯불 돼지갈비 정식을 시켜 먹는 모습은 큰 화제가 됐다. 지글지글 타는 숯불에 양념 발린 돼지갈비를 익혀 먹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일본에서는 매우 독특한 모습으로 받아들여 졌다. 식당은 단숨에 용산구의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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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시게 유타카가 극비리에 촬영을 하고 있다며 한 누리꾼이 그 모습을 촬영해 올린 사진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식당의 입소문에 도움을 줬다. 방송 이후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식당 앞에는 줄이 늘어선다.
가게를 운영하는 이민우 씨는 “그야말로 어떤 우연으로 우리 식당이 ‘고독한 미식가’에 한국적인 맛집으로 소개됐다. 그 덕에 방송 이후 매출은 6~7배가 올랐다. 해지기 시작하면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와서, 당초 7시였던 영업 마감 시간을 11시로 늦췄다. 주말은 그나마도 이른 시간부터 계속 웨이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막힌 우연으로 ‘행운’을 거머쥔 식당은 이곳뿐이 아니었다. 걸그룹 마마무 보컬 화사가 지난달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 긴 머리를 쓸어 올리며 곱창을 음미했던 식당은 이른바 ‘화사곱창 식당’이라고 불리며, 방송 이후 단번에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유명한 맛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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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구이 식당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식당 측은 간판 바로 아래에 “이곳이 화사가 곱창을 구워 먹었던 곳”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화사곱창’ 식당을 운영하는 김양규 씨는 “이 모든 게 다 화사 씨의 덕”이라며 기쁜 감정을 숨기지 못하면서 “방송 바로 다음 날부터 식당 밖에 줄이 하루종일 늘어 서 있을 정도로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화사가 평소 다니던 식당에서 촬영을 했을 뿐인데, ‘화사 곱창’이라는 입소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김양규 씨는 “제주도에서도 ‘TV를 보고 찾아왔다’는 관광객들이 있다. 방송 직후보다는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보통 줄을 선다. 매출로 따지면 250% 이상은 상승한 셈”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떠오르는 먹방스타 이영자의 숨은 맛집으로 공개됐던 서울 양천구에 있는 만두집도 방송 이후 손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가 했던 만두 예찬이 시청자들의 발길을 만두집으로 이끈 셈이다.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만두집은 아예 예약제로 영업형태를 바꿨다.
만두집에는 “당일 구매 어렵다.”는 공지문이 걸렸다. 식당 측에 문의한 바에 따르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손님들 때문에 만두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판매방식을 예약제로 바꿨다는 것. 만두를 맛보기 위해서 손님들은 적게는 2주에서 길게는 1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식당 측은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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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를 통해서 ‘먹방’은 킬러콘텐츠가 됐다. 스타들의 숨은 맛집이라는 희소성과 작은 소리와 색감까지 잡아내는 촬영 기법의 발달로 한층 더 생생해진 먹방 화면은 시청자들의 구매 욕구를 상승시켰다. 이영자가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소개했던 휴게소 메뉴 ‘소떡구이’는 전국의 휴게소에서 단번에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이와 같은 소비 심리에 대해서 하재근 시사문화 평론가는 “한국적인 기현상”이라고 손꼽으면서 “TV에 나온 맛집을 찾아가는 심리는 유명인들에 대한 모방심리가 기저에 깔려있다. 식당과 메뉴를 선택하려 할 때 유명인의 선택을 보고 확신을 갖으려고 하는 심리와 스타의 맛집을 체험하고 이를 SNS에 공유하고자 하는 인증샷 문화가 스타의 맛집 탐방을 하는 주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하 평론가는 “미디어를 통해 스타의 맛집이 노출되면 사실상 광고효과는 매우 즉각적으로 일어난다.”면서도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서 보여지는 어떤 선택은 과도한 경쟁 효과를 일으키고, 먹방이라는 문화 콘텐츠가 상업화로 변질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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