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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제주도의 아침을 붉게 열어주다 – 미풍해장국

어제 술을 마셨던 마시지 않았던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헛헛한 아침 공복, 그것도 큰 길을(?) 떠나야 할, 고된 육체노동을 앞둔 이의 아침 배를 든든히 채울만한 음식을 고른다면 해장국만한 것, 좀 더 크게 국밥만한 것도 드물다.

푸른 제주도의 아침을 붉게 열어주다

제주도의 아침도 그런 면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제주도는 그런 ‘해장국’에 있어서는 단연코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는 곳이 있어 선택장애를 크게 줄여준다. 바로 미풍해장국이다.

푸른 제주도의 아침을 붉게 열어주다

<미풍해장국 신제주점>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미풍해장국은 은희네해장국, 모이세해장국 등 숱한 강자들과 어깨를 겨루어가며 제주도 해장국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국물이 떨어지면 일찍 문을 닫기에 제주도 푸른 밤에 해장국과 술 한잔 걸치는 호사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깐깐한 집이다. 지금은 신제주와 제주항, 서귀포, 표선, 성산포 등 제주도의 곳곳에 분점을 냈을 뿐 아니라 ‘육지’에도 들어와 그 매콤한 맛을 알리고 있다. 이 날은 올레길 17, 18코스와 가까운 신제주점을 방문하였다.

푸른 제주도의 아침을 붉게 열어주다

먼저 깔리는 것은 미풍해장국의 일종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시원하고 달큰한 무 물김치와 간마늘이다. 어제 술을 마셔서 입이 쩍쩍 갈라진 주당이라면 먼저 물이 아닌 저 물김치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정신을 차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쭈욱 들이키고 재차 한 그릇을 더 요청할 때 해장국이 놓여진다.

푸른 제주도의 아침을 붉게 열어주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집이다. 해장국 백반이 유일하다. 쇠고기 양지와 선지, 배추와 콩나물 등이 들어가 푹 우려난 그 국물은 그대로 보약이나 다름없다. 조선시대 술꾼양반들이 사랑하던 효종갱도 저기에 양지 대신 소갈비와 전복이 더 들어가고 된장만 좀 풀었을 따름일것이다. 저 자체는 해장과 원기회복의 기본 골격이다. 그러고보니 국물위에 뿌려진 저 짙은 기름의 정체가 궁금하다. 사실 미풍해장국의 변신은 이 때 부터라고 보면 된다. 위에 뿌려진 고추기름, 그 농도 진한 고추기름을 수저로 휘휘 푸는 순간 해장국의 완벽한 안면몰수가 시작된다.

푸른 제주도의 아침을 붉게 열어주다

배추와 고기에서 우러난 시원한 단맛의 국물이 맵싸하게 변한다. 보기만 해도 식욕이 넘쳐흐른다. 한 입 떠 먹어보니 입 안이 얼얼하다. 속이 풀리면서 땀이 이마에서 배어나온다. 어디에선가 이렇게 매운 국물은 해장의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속을 더 아프게 한다고 했다. 그런 상식일랑 이렇게 훌륭한 해장국을 앞에 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재미없게 살지 말자고 본능이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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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속이 풀려야 해장이 아니다. 이 한그릇이 주는 얼큰함, 포만감은 해신(解身)국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먼 길을 떠나는 이에게 이만치나 큰 자기위안이 어디 있겠는가. 스며나오는 땀은 제주도에 오기까지 여태 쌓인 스트레스와 화병(火病), 그 외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 해독되는 과정일게다. 그렇게 이 한 그릇에 쓸모없는 ‘육지에서부터 묻어 온’ 근심을 날려버린다.

 

고소한 양지가 주는 기름진 맛에 선지가 푸들푸들 부서져 씹힌다. 푹 늘어진 배춧잎과 콩나물이 밥알과 뒤엉키니 제주도 바다가 아무리 파란들 이 빨간 국물보다 더 날 시원하게 할 쏘냐, 하는 되도 않는 개똥 배짱 한 마디가 튀어나온다. 이정도로 맵싸래한 국물을 가진 제주도 음식이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길을 걷다 괜시리 ‘육지병’에 걸린 향수를 달래주기에도 적격인 처방이다.

  1. 미풍해장국 분점은 제주도 곳곳에 있는지라 올레길을 걷가 가까운 곳이 있다면 아침이나 점심 식사로 찾아가기 좋은 곳이다. 신제주점은 제주공항과 가까우므로 아침 일찍 제주도에 도착한 사람이라면 제주여행의 첫 식사를 하기에도 제격이다.
  2. 미풍해장국 신제주점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연동11길 15 / 064-749-6776
  3. 메뉴 : 해장국백반 8,000원
  4. 영업시간 : 05:30 ~ 15:00 (매주 월요일 휴무)
  5. 주차불가 (인근의 유료주차장 등 이용)

 

by 장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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