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꿈, 히말라야는 부디 천천히 즐기시길 - Mount Everest Arirang 이호철 대표 ①
로드人터뷰
12년째 가족들과 함께 네팔에 거주하며 히말라야 트레킹 관련 여행사를 운영하며 숙박, 한인식당까지 경영하는 이호철님이 있다. 국내 방송사의 수 많은 네팔, 히말라야 관련 방송에서 도움을 주고 현지에서 일정을 코디네이팅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히말라야 상품들을 개발해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향해 - 사진제공 이호철님 |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좋아하는 이는 누구나 한 번은 꿈 꾸는 곳이다. 예전에는 어느 방송사의 창사특집 방송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만 접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조금은 더 우리 곁으로 친숙하게 다가온 그 단어.
다양한 여행사의 여행상품이 개발 되면서 많은 이들이 그렇게 네팔의 히말라야를 찾는다. 물론 6,000m 이상 8,000m의 고산을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4,000m 이상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를 오르며 그 고산지대에서 눈 앞으로 펼쳐진 8,000m급의 준봉들을 바라보며 벅찬 마음을 품는다.
여기 2007년에 처음 네팔에 발을 들인 후 2009년, 가족들과 함께 네팔에 거주하며 히말라야 트레킹 관련 여행사를 운영하며 숙박, 한인식당까지 경영하는 이호철님이 있다.
국내 방송사의 수 많은 네팔, 히말라야 관련 방송에서 도움을 주고 현지에서 일정을 코디네이팅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히말라야 상품들을 개발해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이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꿈 꾸는 이에겐 그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정보를 줄 수 있는 분이기도 하다.
악화되는 코로나19이 상황 때문에 국내에 귀국, 14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이호철님을 로드프레스가 만나보았다. 히말라야의 환상적 설원보다 히말라야 트레킹에 대해서 주의해야 할 점, 준비해야 할 부분 등 어디에서도 쉽게 듣지 못 한 정보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 이하 로드프레스는 ‘ROAD’, 이호철님은 ‘이'로 표기한다.
* 인터뷰의 분량이 길어 ①, ②편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14일간의 격리를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이호철님 |
ROAD : 먼저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너무 반갑다. 페이스북으로 귀국, 격리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는데 경기도 양주 분이신 것을 알고 너무 반가웠다.
이 : 그러게 말이다. 어디를 나가도 양주 사람을 보기가 굉장히 힘든데. 이것도 정말 인연인 것 같다.
- 인터뷰어인 필자(장재원 기자)와 이호철 대표는 불과 옆 단지 아파트라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
ROAD : 긴 격리기간을 무사히, 별탈없이 보내심을 축하드린다. 현재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해지고 있는데 네팔의 현지 상황은 어떠한가?
이 : 지금 네팔은 매우 심각한 단계이다. 물론 네팔 자체만으로도 힘들지만 아시다시피 네팔과 인도는 국경이 맞닿아있고 서로 왕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확진이 늘어가는 것에 대해서 정확한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 막상 현지에서도 코로나가 창궐하지만 마스크를 쓰라고 계도해도 한국처럼 철저히 지켜지지도 않는다.
내가 한국으로 나오기 직전, 11월 27일날부터 트레킹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객은 들어와도 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들어와도 된다.”라는 것은 그저 말인 것이고 단서조항이 굉장히 많이 붙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네팔 비자를 네팔 공항에 도착하여 바로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대사관에서 미리 받아야 한다. 그리고 네팔에 들어오자마자 7일의 자가격리를 해야하고 들어오기 전 5,000달러 상당, 한화로 550만원 상당의 코로나에 대해 보장할 수 있는 보험을 들어야 한다. 들어와서 트레킹을 할 때에도 가이드와 포터에 대해서 보험을 모두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
가장 큰게 자가격리를 한다는 것이다. 네팔에 오자마자 7일간 자가격리를 해야한다는 것은 트레킹을 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자가격리에 대한 비용도 자체적으로 지불해야한다. 그렇게 다녀와도 또 한국에서 14일간 자가격리이다. 그런 시간만 한 달에 가깝다. 누가 트레킹을 즐길 수 있겠는가? 말은 개방했다지만 오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ROAD : 현재 네팔에서 여행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사업을 하고 계신지?
이 : 내가하고 있는 사업은 현재 호텔로 등록이 되어있다. 네팔에서는 호텔 사업자를 내야지만 레스토랑이나 숙박업을 할 수 있다. 카트만두에서 여행업, 숙박업과 한국식당을 함께 하고 있다. 네팔을 찾는 많은 한국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네팔 카트만두에 위치한 Mount Everest Arirang, 이호철님이 운영하는 여행사겸 숙박/한국식당이다. - 사진제공 이호철님 |
이 쯤에서, 여행지가 더 궁금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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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 갑자기 네팔에 가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단순히 간다는 것과 자리를 잡는다는 것도 굉장히 다른데, 어떻게 네팔에 가게 되었는가? 원래 국내에 계실 때 부터 산을 좋아하셨는지?
이 : 솔직히 말해 한국에 있으면서는 따로 산을 다닌 적이 없다. 물론 운동을 꾸준히 하기는 했지만 동호회에서 축구를 하는 정도였다.
2007년도에 일반 관광으로 ‘네팔을 한 번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갔었는데 너무 좋아서 여러 번 다니면서 더욱 빠지게 되었고 2009년도에는 아예 가족들과 함께 이주를 하게 되었다.
산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도 없었고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네팔에 가니 확실히 한국과 다른, 너무나 다른 독특한 자연이 있어서 이렇게 된 것이다.
내가 국내에서 아는 네팔 친구가 있었다. “산에 한 번 다녀오세요.”라는 그 말에 그 인연이 되어서 여행으로 다녀온 것이 이렇게 쭈욱 살게 된 것이다. 하하하
네팔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후, 따라와 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 사진제공 이호철님 |
ROAD : 그래도 이렇게 뭐랄까, 삶의 터전을 다른 곳으로 한 번에 옮긴다는 것에 가족들의 반대나 그런 것도 있었을 것 같다.
이 : 아무래도 우리가 계속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쭈욱 해온게 있는데… 내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 큰 반대는 하지 않더라. 솔직히 아이들은 어렸으니 부모의 결정에 따라오게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큰 의사를 묻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미안하다.
네팔에 가서도 걱정이 많았다. 과연 잘 따라올 수 있을까? 그런데 일반 학교에 보냈는데 의외로 빨리 적응을 하더라.
오히려 아내가 처음에 적응을 잘 못했다. 약 1년 6개월 정도 우울증도 앓았다. 그래서 아내를 데리고 히말라야가 보이는 주변의 산들을 올랐다. 그렇게 조금씩 산을 오르다보니 우울증이 조금씩 사라지더라.
그리고 현지의 한국인 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한국인들이 당시에 네팔에 얼마 없었다. 약 250명 정도… 그 중 80%가 선교사 분들, 그 가족분들이었다. 한인교회도 다니고 하면서 한국인들과도 친해지며 그런 우울증이 사라지게 되더라. 감사한 일이다.
ROAD : 2007년도에 최초로 가셨고 2009년도에 정착하셨으니 햇수로 따진다면 12년이 지난 셈이다. 당시 네팔에서 트레킹을 자리잡게 한 데엔 또 다른 계기가 있었을 듯 하다.
이 : 네팔에서 계속 산을 다니며 있다보니까 한국교민들이 함께하는 한인회가 만들어졌다. 나는 한 5년 정도 임원으로, 부회장으로까지 있었다. 그렇게 한인회를 하면서 한인교민들이 하나로 뭉치려면 뭐가 필요한가 생각하다가 “산악회를 만들자.”고 하고 ‘네팔한인산악회’를 내가 만들었다.
Mount Everest Arirang 내의 네팔한인산악회 푯말 - 사진제공 이호철님 |
그래서 교민분들과 사업쪽으로 들어오신 분, 주재원, 대사관 직원분 등이 하나로 모여서 활동을 하니 아주 활성화가 잘 되었다.
산악회를 이끌다보니 프로그램을 내가 만들어야 하지 않나. 직접 답사도 하고 루트도 짜야하고 소요시간도 체크하고 하면서 그렇게 계속 진행을 해 갔다.
ROAD : 선생님이 최초 가셨던 2007~9년 께에는 정말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이 굉장히 큰 로망이었는데 확실히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분들이 다녀오시고 하여 조금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정보들도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인터넷 상의 정보를 보다보면 “굳이 가이드를 쓰지 않아도 된다, 현지 여행사를 끼지 않아도 좋다.”라는 말들도 많다. 또 어떤 쪽에서는 “무조건 대형 여행사 여행상품으로 가라.”는 말도 있다.
처음으로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오랜기간 현지에서 히말라야 관련 상품을 기획, 진행해 온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 내가 호텔과 한국식당을 하지만 실질적인 주 업은 아시다시피 트레킹에 관련된 여행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네팔한인산악회 회장이고.
나는 처음 네팔 트레킹이 이렇게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 한국의 대형 여행사들에게 여행 상품을 만들어서 제공해 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워낙 활성화가 안 되어있고 대중적이지 않아서 모집을 못하더라.
지금 여러 여행사 대표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물론 그 때보다 지금은 활성화가 되어서 많이 들어오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되더라. “트레킹은 패키지로 해서 팔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트레킹은 자기 체력도 있고 자기가 조절해서 가야하는데 패키지로 가면 앞사람과 똑같이 움직여야하니 앞사람을 따라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체력이 안되더라도 올라가야만 한다. 그래서 사고가 나는것이다. 고소(고산병)에 의해서.
여기는 2,500m부터 베이스캠프가 4,000~5,000m까지 올라가는데 고소가 올 수밖에 없단 말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보통 단체로 모여 10명에서 15명이 오는데 내 말을 듣고 수긍을하고 인원을 줄인곳이 혜초여행사다. 4명에서 5명으로 줄이더라. 그러면 현지의 가이드들이 훨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꼼꼼히 체크할 수 있다.
나중에는 틀림없이 패키지가 없어질 것이다. 요즘은 SNS나 다른 여러 정보채널들이 많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오는 이들이 많다.
나도 카페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코스를 개발해서 올린다. 그런것을 보고 오는 개인, 소수의 단체들도 계시다.
ROAD : 정리하자면 네팔까지의 왕복 항공 등은 스스로 준비하고, 미리 현지에서 믿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일정을 세팅하는 것이 낫다는 것인가?
이 : 현지의 이런 여행사는 프로그램이 모두 준비되어 있지 않은가? 여기 현지의 인솔자, 즉 플래너들이 모두 준비하고 몸만 움직이면 된다.
나같은 스타일이 뭐냐면, 나는 고객의 스타일을 모르기때문에 미리 연세, 성별, 산을 얼마나 다니셨는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경험은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보고 기간도 파악을 한 이후에 맞춤형 상품을 제안한다. “이번에 이런 코스가 좋을 것 같다, 고객님 일정을 봤을때에는 이 일정이 더 나을 것 같다.” 하고 정해서 보내드린다.
네팔에 도착한 이후에는 내가 가이드와 나가서 준비와 진행을 도와드린다.
숙박도 5성급 호텔에서 주무시기를 원하는 분도 계시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도 좋다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 것 모두 맞춰드린다. 그래서 스케쥴과 금액, 어느 산에 가려면 가이드와 포터가 몇이나 필요하고, 입산허가서(퍼밋)나 기타 등등의 준비를 미리 해 드린다.
산에 가서 식사하는 것도 롯지에서 제공되는 것 외에도 개별적으로 개인이 드시고 싶으면 좋아하는 것을 알아서 드시라고 권유해드린다.
그렇게 개인의 예산, 가용기간(일정), 성향, 체력, 그외 모든 부분을 파악하고 최대한 맞춤형으로 진행해 드린다. 앞으로도 트레킹 관련 여행/관광 상품 시장은 그렇게 바뀌어나갈 것이라 본다.
ROAD : 현재 국내에서 네팔로 트레킹을 오시는 분들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찾는 구간이 소위 말하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코스로 알고 있다. 국내에도 가장 네팔 트레킹 중 정보가 많은 편이긴 한데 처음 히말라야를 접하는 코스로 ABC가 가장 좋은지, 혹은 다른 코스가 좋은지?
이 : 지금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국에서도 많이 오시는 편이지만 불과 한 5~6년 전부터 그렇게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그 전에는 “ABC가 뭐야? EBC가 뭐야?”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 사진제공 이호철님 |
나는 그렇다. 오는 이들은 다 쓸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짧게 간다면 3~4일이면 푼힐이라는 지역을 다녀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행기로 오고가는 것 까지 합한다면 1주일 정도이다.
먼저 물어본다. 기간을 얼마나 잡느냐를 보고 잡아준다. 한 3일에서 4일정도 한다 하면 푼힐이나 마르디히말이 있으니 추천하고 6일에서 8일 정도 트레킹 기간이 있다고 하면 ABC코스는 어떤지요, 하고 맞춰서 일정을 제안해 드린다. 보통 12일에서 보름까지 잡고 오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에겐 EBC로 제안을 드린다.
ROAD : EBC? 무엇의 약자인지.
이 :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BC는 베이스켐프를 의미하고 앞자만 바뀐다. 여하간 처음 오시는 분들은 이런 부분을 모르시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설명을 해 드린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서 - 사진제공 이호철님 |
처음오시는 분들이 안나푸르나를 많이 가시는 것은 사실이다. 좀 더 설명을 하겠다.
카트만두가 수도이다. 이 카트만두에서 동쪽은 에베레스트가 있는 쿰부지역이라 한다. 반대로 카트만두의 서쪽은 안나푸르나 군도라 한다. 이 안나푸르나는 눈으로 보면 참 평화롭고 부드럽고 완만해 보인다. 반대로 에베레스트는 매우 날이 서 있고 뾰족한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에베레스트를 남성의 산이라 하고 안나푸르나를 여성의 산이라 한다.
처음 시작할 때엔 거의 80% 정도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가신 후 그 이후 다시 네팔에 와서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도전하시게 되는 것 같다.
ROAD : 이젠 한국에서도 산악회에서 네팔의 히말라야를 다녀온 경험을 하신 분들도 많고 제 주변에도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 몇 분은 이미 다녀온 분들이 계시다. 또한 반대로 전국의 산을 거진 다 다니고 트레킹을 즐기면서도 네팔 히말라야에 대해서는 커다란 장벽, 일종의 두려움?을 토로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혹은 아직 가지는 않았지만 가면 별 것 아닐것이다고 하는 자신감을 내치시는 분들도 계시고.
현지에서 많은 국내 등산 마니아 분들을 만나시고 진행하셨을텐데 어떠한 느낌을 받으셨는지? 혹은 국내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싶은 조언이 있는지?
이 : 내가 먼저 질문을 하겠다. 처음 글을 가르치려고 할때, 글을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가르치는게 쉬울까, 이미 글을 알고 있는 성인을 가르치는게 더 쉬울까?
ROAD : 당연히 성인이 아닐까?
이 : 내가 이것을 왜 먼저 물어봤냐면, 한국에 있는 산… 많다. 좋은 명산들 많고 백두대간 다 즐기시는 분들도 많고. 그런데 그런 분들이 히말라야에 오면 우리로서는 더 힘들다.
그 분들은 히말라야에 대한 지식, 경험은 전혀 없는 것이 사실 아닌가? 한국 산에 대한 지식과 히말라야에 대한 지식은 전혀 다르다.
여기서 일하는 가이드, 셰르파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모두 욕심을 낸다고 한다. 가이드의 말이나 도움을 모두 뿌리치고 다 스스로 알아서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가이드, 셰르파들은 네팔 관광청에서 정식으로 교육을 받고 라이센스를 취득한 이들이다.
이들이 말하기를 “한국분들은 많이 알고 있다고 하시는데 히말라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신다. 스스로 마구잡이로 하니 통제가 안되고 사고도 많이 난다. 우리가 하라는 대로 지시에도 안 따른다. 너무 힘들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한라산, 1,950m 아닌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고도가 1,340m이다. 이 카트만두 주변 산들이 2,000m 이상이고 개중 가장 높은 산이 2,700m이다.
ABC 베이스 캠프에서의 풍경 - 사진제공 이호철님 |
ABC 캠프는 해발 4,130m이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에서 갔던대로 갈려고 하니 고소(고산병)이 온다. 그렇게 갈 필요가 없다. 천천히 가야한다. 네팔어로 ‘천천히 가라’가 ‘미스타리’인데 이 가이드 분들이 ‘미스타리, 미스타리’가 멈추질 않는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그걸 안지키고 마구 앞서 가신다.
그래서 차라리 초보자가 편하지, 산을 많이 다녀봤다는 분들은 너무 힘들게 한다고 하더라. 어차피 하루에 가야 할 목적지(롯지)는 정해져 있다. 먼저가서 무엇을 할거냐? 그 롯지에서 그저 계속 기다려야 하는데. 천천히 걸으면서 쉴거 다 쉬고 주변도 둘러보고 풍경을 즐기면서 올라가도 충분하다.
좀 지켜줘야 할 것은, 네팔은 고소적응을 무조건 해야한다. 고소적응이 되지 않으면 산을 오를 수 없다. 어느 고도가 되면 무조건 하루를 머문다. 그런데 빨리 가려고 그런 것을 안 지키는 분들이 계신다. 그러면서 “머리가 아프다, 어지럽다.”하고 호소한다. 그것 다 고소 증상이다.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냐, 천천히 가시라. 쉴 장소에서 쉬시라. 가이드의 말을 100% 들으시라. 그 분들은 수 많은 손님을 모셨기 때문에 다 알고 있다.”고 해도 안 들으신다.
그런 부분을 믿고 따라주면 높은 산? 다 갈 수 있다. 나와 같이 가신 분들 중 70대, 80대 분들도 많으시다. 이 분들은 빨리 가시지도 못한다. 나는 그 분들에게 이야기 한다. “그렇게 계속 천천히 가십시오. 쉴 것 다 쉬시고, 음료수 드실 것 다 드시고, 드실 것 다 드시면서 가십시오. 그렇게 가다보면 빨리가려고 뛰어올라가는 젊은 분들보다 더욱 빨리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누구는 며칠만에 갔다왔다던데, 누구는 저기까지 몇 시간만에 갔다던데… 그 욕심 때문에 다들 “난 더 빨리 갔다올 수 있어.”하고 오른다. 성공 못한다.
한국인들은 경쟁을 꼭 하려는 것이 있다. 나는 경쟁할 것이라면 히말라야 오지 말라고 한다.
“며칠만에 여기 갈 거니 일정 짜 달라.” 나는 안 만들어준다. 그렇게 할 거면 비싼 돈 들여 왜 히말라야를 오는가? 국내에서 좋은 산, 땅만 보고 빨리 다니면 될 것이지.
어차피 시간 단축시키면 쉬지도 못하고 그만큼 히말라야를 즐기거나 잘 볼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목적을 “히말라야에 왔다”에 둬야 하는 것이지 “얼마나 빨리 올랐다.”에 두지 말라는 것이다.
ROAD : 너무 중요한 부분을 말씀해주셨다. 정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어찌보면 요즘 트레킹이나 등산에서 그렇게 ‘경쟁’ 혹은 어떤 우선적인 순위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쏠리는 부분을 보게 된다.
그 산과 길… 주변의 풍경을 보고 그 산이 주는 이야기를, 그 길이 보여주는 그림을 보라는 것인데…
이 : 마라톤하고 똑같다고 생각한다. 내 페이스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쫓아가려고, 이기려고 한다면 성공율이 10%가 안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ABC에서의 일출을 보기 위해 히말라야를 찾는다. - 사진제공 이호철님 |
ROAD : 그럼 그 ABC캠프는 평균적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하루에 얼마 정도를 걷게 되는가? 그런 부분도 미리 알 수 있다면 오히려 심적 부담을 내려놓고 더욱 즐기며 걸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도 될 것 같다.
이 : 보통 걷는 시간은... 구간마다 롯지가 있고 롯지를 이어 걷게 된다. 하루에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 그 정도 잡으면 될 듯 하다. 거리로 따진다 하더라도 km 수는 고도가 있다보니 짧아지면 4km에서 평지 기준이면 7~8km 정도 될 듯 하다.
또 하나 고소에 관련된 이야기를 보태자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가 4,130m이고 바로 아래의 마차푸차페 베이스 캠프(MBC)가 3,800m이다.
내가 항상 이야기 하는 것이 히말라야에서 일출을 보시려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실테니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에서 주무시고 다음 날 새벽에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올라 일출을 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럼 다들 묻는다. “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못 자게 하고 마차푸차레에서 자게 하느냐. 높이도 얼마 안되는데.”
맞다.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1시간 반, 왕복이면 3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왜 우리가 억지로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에서 자라고 할까?
고소적응 때문이다.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는 고소적응을 위한 고도에 위치해 있다. 그것을 무시하고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바로 올라가신 분들은 그날 밤 잠을 못 주무시고 고함을 지른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때문에.
결국 그렇게 나중에 후회들을 하신다. 모든게 다 경험이다. 경험자가 이야기 해주고 가이드가 그것을 알고 지켜주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발 따라달라.
ROAD : 그렇게 억지로 빨리 가려고 했다가 당하는 사고들은 다양하겠다. 아무래도 그 높은 곳에서 어떤 처치도 불가능 할텐데…
이 : 대부분의 사고는 고소증세에 의한 사고다. 위에서는 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려와야 한다. 이런 부분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안전공지, 예방수칙을 만들어서 대한항공 비행기 내에 종이로 한 장씩 가져갈 수 있게 비치했고 네팔 공항에도 비치해 놓았다.
고산병이 오면 내려가야 낫는다. 2,000m 아래로 내려오면 언제 아팠냐는 듯이 머리가 깨끗해진다. 그런데 한시간만에 내려올 수 없지 않는가? 올라오는데만 3일이 걸렸는데 어떻게 그렇게 금방 내려가겠는가…
헬리콥터로 조치를 시킨다. 헬리콥터를 띄워서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한 번 띄우는데 250만원~300만원이 든다. 40분밖에 안 걸리는데. 자비로 다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키라는 것만 지키면 헬리콥터를 부를 일이 없을 것이다.
②부에서 계속됩니다.
이호철님이 운영하는 네팔 내 여행사(히말라야 트레킹 전문) 및 숙소, 한국식당 정보
Mount Everest A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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