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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으路] 두륜산 세 봉우리 돌아 내려온 후 맛 보는 보리쌈밥 - 보리향기

보리향기, 보리밥 전문점이다.

보리향기, 보리밥 전문점이다.

두륜산 봉우리 셋을 돈 후 대흥사로 내려온다. 


대흥사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길은 호젓하고 녹음 가득한 숲을 따라 잘 닦여진 포장길을 걷는 산책로이다. 그리고 대개는 그 길을 걸어내려오며 두륜산에서 소진한 기운 덕에 허기를 느끼게 된다.


주차장 부근엔 흔하게 볼 수 있는, 큰 절 부근에 조성된 식당촌(해남웰빙음식촌)을 만나게 된다. 참으로 다양한 식당들이 늘어서있지만 어째 대흥사 주차장의 식당들이 가장 많이 내어놓는 것은 보리밥정식, 즉 보리쌈밥이다.


그 중에서도 "보리향기"는 해남 두륜산 답사 시 몇 번을 찾아가 먹었을 정도로 괜찮은 집이다. 


이번 답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해가 꼴딱 넘어가는 저녁, 침을 꼴딱 삼키며 들어서본다.

보리쌈밥(2인분,  고기 추가(9,000원)한 한 상이다.)

보리쌈밥(2인분,  고기 추가(9,000원)한 한 상이다.)

쌈 채소중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양배추쌈!

쌈 채소중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양배추쌈!

보리밥 외엔 도토리묵과 해물파전이 전부인 메뉴판이 참 단촐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보리밥(보리쌈밥) 2인분을 시킨다. 아 참, 저녁무렵 내려와 평소보다 허기가 더 심하니 든든하게 채우고자 '고기추가(9,000원)'도 잊지 않는다.


이윽고 차려진 한 상, 쌈 채소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달달하고 씹는 맛 좋은 양배추쌈이다. 저 쌈에 막된장과 무침을 넣고 고기 얹어 한 입 하면 그 놈의(?) 두륜산 세 봉우리가 입 안에서 솟아오른다. 


하루의 마무리인지라 의기양양, 희희낙낙이지만 쌈 전에 하나의 의식을 먼저 치루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바로 '조밥'으로 한 상 받아들이기 전 전초전을 하는 것이다.

찰기 가득, 배를 땅땅하게 만들어주는 조밥

찰기 가득, 배를 땅땅하게 만들어주는 조밥

작은 접시에 담겨져나온 조밥은 그 찰기도 굉장하지만 밀도가 높아 배를 바로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참으로 신기한 에피타이저라 할 수 있다.


본초습유(本草拾遺)에서는 조의 효능 중 하나로 '해독'을 꼽니다. 조를 가루내어 물에 타서 그 즙을 마시면 모든 독을 푼다고 한다. 만만치 않은 여정으로 몸 안 곳곳에 생겼을 염증과 울혈, 여독을 이 조밥이 풀어줄 것이라 믿어본다.


쫀쫀한 찰기 속에 은은한 단맛과 구수함이 참으로 잘 어울린다. 

매콤달콤한 맛이 잘 어울렸던 제육볶음

매콤달콤한 맛이 잘 어울렸던 제육볶음

이제 조밥으로 속도 미리 다스렸겠다, 본격적으로 한 번 먹어본다.


역시 쌈밥이므로 제육볶음이 필수로 딸려나온다. 말했다시피 오늘은 기본으로 나오는 양으로는 하루종일 흘린 땀과 소비한 열량을 보충하는데 부족할 것으로 생각되어 고기추가를 호기롭게 시켰다. 넉넉하게 서너 점씩 얹어 싸 먹어보리라.


제육볶음은 매콤달콤한 고추장양념으로 볶아져 나온다. 제육볶음 자체의 맛이 아주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손 맛 좋은 다양한 밑반찬과 쌈용 겉절이무침이 어우러져 곁들여 싸 먹기에는 말 그대로 "딱"이다.


넉넉하게 올린 쌈을 입이 미어지듯이 씹어대며 풀어내는 하루의 마무리, 이 맛 때문에라도 두륜산은 둘러볼 만 하다고 할 수 있다.

칠게장도 좋다.

칠게장도 좋다.

그렇게 한 쌈 싸 먹으며 버섯볶음이나 무채나물, 꼬시래기, 고사리 등 손 맛 좋은 어머님이 무쳐놓고 볶아놓은 반찬들을 곁들인다. 


제육볶음으로 입 안이 텁텁해지고 느끼해졌다 싶을 때엔 함께 나온 된장국물을 들이키거나 짭쪼롬한 칠게장으로 입을 새롭게 준비해도 좋다. 얇은 껍질을 부수고 그 안에서 눅진하게 나오는 짭짤한 간장의 풍미와 게의 배릿한 감칠맛은 두륜산 너머 완도와 해남의 경계를 이루는 바다를 바라보는 듯 하다.


적당히 밥 공기가 절반 정도 비워지면 대접에 남은 보리밥과 나물, 겉절이 류를 쏟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 둘러 비빔밥으로 기나긴 대장정을 마무리 할 때다.

비빔밥만큼 언제 먹어도 좋은 식사도 드물더라.

비빔밥만큼 언제 먹어도 좋은 식사도 드물더라.

언제 먹어도 참 좋은 이 비빔밥 한 그릇으로 화룡에 점정이다.


그렇게 밥 그릇이 비워갈수록 밤은 깊어진다. 어느덧 울리는 풀벌레 소리가 하루의 마지막을 열어준다.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잘 보냈습니다."

● 보리향기 :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158-1 / 061-534-3376

​​● 메뉴 : 보리밥 9,000원, 고기 추가 9,000원, 도토리묵 10,000원, 해물파전 10,000원

​​● 영업시간 : 11:30~20:00, 마지막주문시간 PM7시

​​● 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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