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쓰고, 500년 썩는’ 플라스틱 빨대, 10년 뒤엔 사라진다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그야말로 나비효과다.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폐기물을 ‘수거’해 가던 중국이 돌연 중단을 선언하면서 ‘플라스틱 대란’이 일었다. 당장의 난리는 중국의 ‘변심’ 때문이라지만,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수십년 전부터 줄곧 지적됐던 것이다.
그간 플라스틱 줄이기에 미적대던 각국 정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 비상계획을 내놨다. 골자는 오는 2030년까지 사회 곳곳에서 쓰이는 각종 일회용 포장지를 재활용 포장지나 재사용 용기로 바꾸는 것이다. 매년 유럽 전역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2500만t이 배출된다.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올해 초 유럽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 집행위의 우선순위는 ‘생산에 5초, 사용에 5분,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EU 회원국들도 자체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프랑스는 내후년부터 플라스틱 컵을 비롯해 썩지 않은 일회용 제품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 덴마크, 스웨덴 등은 플리스틱 용기, 캔, 유리병에 보증금을 붙여서 수요를 줄여나가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아시아에선 대만이 적극적이다. 대만 정부는 2020년부터 음식점과 음료 전문점에서 단계적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퇴출’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는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공짜로 제공할 수 없고(테이크아웃은 제외), 2025년부터는 플라스틱 용기가 전면 유료 제공으로 바뀐다. 2030년부터는 플라스틱 사용을 완전히 금지할 방침이다.
어마어마한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식품ㆍ요식업계도 대안 모색 중이다.
다국적 식품기업 네슬레는 2025년까지 자사 제품의 모든 포장지를 재생 가능한 재질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도 지난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지를 재생 가능한 소재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맥도날드는 매장에서 쓰이는 플라스틱 빨대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일단 오는 5월부터 영국 내 1300여개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시범적으로 제공한다.
한국도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일회용품 천국이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은 매년 일회용 컵 510개, 비닐봉투 420개를 쓴다. 국내에선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고객이 개인 컵을 가져오면 마일리지를 주거나 음료값을 할인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일회용 용기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소비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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